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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축제(祝祭)

Led Zepplin 2012. 8. 7. 11:20

 

 

TV 모니터 속에서 사자가 사슴을 먹고 있다

바로 직전까지 도망치는 사슴을 사자가 쫓아다녔다

나는 사슴이 사자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본다

아니 저런, 꼭 제집 대문 들어가듯 하네 입이 문이라면

송곳니는 어서 들어가자고 등 떠미는 다정한 손

아니지 지금 사슴이 사자로 변하는 중이잖아

서로 꽉 붙들렸으니 영락없는 한 몸뚱아리지

그렇게 한 순간 죽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돌연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핏빛

하늘 아래 사반나의 황혼 장엄하다

어린 사슴 따뜻한 사자 뱃속에 들어간 황혼을 탁 끄고

냉장고 열어 내용을 환히 비치는 우리그릇들

어둑한 식탁 위에 늘어놓다가 그 차가움에 감전되듯

사슴이 사자에게 잡아먹힌 저녁의 정체를 비로소

등줄기로 부르르 떨었다

 

                                               ----- 동물왕국중독증/ 이면우

 

올림픽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전장에서 실력과 노력만으로 뜻을 이루기는 어렵다.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큰 힘이 우리의 삶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실력을 갈고 닦으며 노력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원하는 바를 갖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지식의 축적만으로는 지혜가 만들어지지 않듯이 말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 진다.

 

성공과 소유라는 욕망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가진 자들이 만들어놓은 잣대에 휘둘리지 않으려거든, 마음속이 고요한 묵묵히 홀로 견디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8월의 이 한 낮, 땡볕이 만물을 녹일 듯이 달구고 있지만 이 순간들은 나와 같은 생명들에게 꿀물을 주입시키는 시간인 거다. 햇볕이 아무리 뜨겁게 달굴지라도 8월은 간다. 그리고, 이 뜨거운 8월을 이야기하며 나는 천천히 가을 속으로 걸어갈 것이다. 가을 그 우수의 숲 길 속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