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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주문 하나, 쫌쫌따리

Led Zepplin 2021. 8. 26. 04:15

(꽃말이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이라는 배롱나무 꽃)

 

  그 시대에 통용되는 언어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기성세대인 우리와 달리 MZ세대 그들의 신조어를 들어보면 그들이 어떤 가치관과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난해하기만 하다.

사투리인지 외계어인지 알기 어려운 디지털 시대의 주역 이른바 MZ세대 그들의 신조어 몇 개를 우선 나열해 보자.

 

뷰세권이란 좋은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을 말하며, ‘병세권은 병원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 그리고 몰세권은 대형 쇼핑몰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을 뜻한다는 거다. ‘별세권은 스타벅스가 인근에 있는 곳이며, ‘주세권퇴근 후 술 한잔하기 좋은 곳이고 초품아는 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아파트란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이해가 간다.

 

'갑통알'이란 단어의 뜻은, "갑자기 통장을 보니 알바를 해야만 될 것 같다."는 상황을 뜻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말함이란다. '쉽살재빙'이라는 난해한 글의 뜻은,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라며 삶에 문득 힘들고 어려운 일이 터졌을 때 위로의 의미라는 거다.

이게 머선 일이고?”라는 우스개의 말은 사투리를 비틀어 쓴 말로 얼핏 이해가 오지만, “이게 머선 129?”는 그 말이 그 말임에도 살짝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쫌쫌따리라는 의성어인지 의태어인지 애매하지만 쫀득한 어감에 재미를 느낀 MZ세대가 닭 뼈에 붙은 살처럼 적고 하찮은 양을 표현할 때 하는 말이라는 거다. ‘조금씩이지만 열심히 꾸준한 노력이라는 긍정의 의미로 사용하며,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친구에게 쫌쫌따리 해라!”라고 외쳤다면 그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니 열심히 해라.”라는 응원이라는 거다.

 

20여 년 전에 남성 듀오 클론꿍따리 샤바라라는 흥겨운 노래가 있었다. 그야말로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그 노래가 차 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잠시나마 울적함이나 지루함이 해소되는 주술사의 주문(呪文)과도 같은 재미나는 기억이 있다.

생각해 보면, 어떤 때에 문득 의외의 단어가 울적함이나 지루함 답답함을 해소해 주는 기능이 있는데 주술이나 의례를 행할 때 외는 글귀나 그것을 외는 행위를 가리키는 종교용어로 주문(呪文)’이라는 단어가 있다.

 

영화 해리포터를 보면 주인공 해리포터는 수십 가지의 주문을 외우며 수시로 사용한다. ‘해리포터가 움직이는 대상을 정지하게 하려고 이모불루스라고 외치면 그 자리에서 멈춰있게 된다. , “임페디멘타라고 주문하면 그 상대의 움직임이 현저히 둔하게 된다. 게다가, “인카서러스라고 주문을 말하면 상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밧줄로 꽁꽁 묶이게 된다. 내가 해도 통하기만 한다면, ~ 기가 막힐텐데 말이다... ㅎㅎ

 

알다시피 불교적 주문에는 나무아미타불이거나 옴마니 반메훔이 있으며, 기독종교에는 주문이 없으나 굳이 비슷한 예를 든다면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가 있다 하겠으며 회교도에는 라일 엘라 알라 무함마드 라쑬 알라(알라 이외에 어떤 신()도 존재하지 않으며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다)”가 있다고 하겠다.

 

어려서 나는 미션스쿨인 중학교에 다녔는데, 당연히 성경 시간이 교과목에 있었으며 매주 대단히 재미난 목사님의 교습하에 성경 공부를 하였던 거다. 그 시절에 급우들과 함께 어려운 일이거나 복잡한 문제가 생기면 우리들은 농담처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를 외치면서 낄낄거렸다.

그러나,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되면서 제자 요한에게 모친을 부탁한 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Eli Eli Lama Sabachthani)~~!!“ 하나님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라는 말씀을 외친 뒤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는 것인데.. 생각해 보니 참으로 소년의 철없는 행동이었노라고 늦었으나 삼가 회개하오니, 훗날(?) 선처를 바랍니다.

비록 이미 지나간 책이나 읽고 음악이나 들으며 조석으로 산보나 다니는 변방의 필부이기는 하지만, 흘러가는 세태를 보면 주문이라도 외우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영화 해리포터를 다시 꼼꼼히 살펴보고 주문을 연구하던지 꿍따리 샤바라를 외치던지 MZ세대의 쫌쫌따리 샤바라를 외치던지 뭔가 국가와 나의 얼마 남지 않은 내일을 위해서라면 어떤 주문이라도 외우고픈 마음 간절한 요즈음이다.

나 말고, 누구라도 옴마니 반메훔이건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이건 쫌쫌따리이건.. 지금처럼 코로나까지 얹혀서 지치고 생각 모자란 권력자들 덕분(?)에 더욱 고단할 때 우리들 민초의 삶에 활력을 부여할 주문(呪文)’ 하나쯤 만들어 외쳐 보자. “쫌~ 쫌따리 짝짝짝 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