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다섯 시 무렵 벌건 대낮이 한풀 죽어 아직은 서늘함이 깃들기 전, ‘이모집’에는 늘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오랜 안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순철이가 합성수지로 만든 지 벌써 삼십 년은 됐을 법한 오래되어 기름이 잘잘 흐르는 늙은 발을 들치고 들어서며 타박을 늘어놓는군요. “아니, 꼭 자기 집 앞이라고 혀서 자기 차만 대라는 법이 있는 거냐고. 지나가던 사람도 댈 수 있는 거고.. 누구든 간에 빈자리가 있어서 댈만 하면 댈 수도 있는 거 아녀? 촌놈들이 더 하다니께...” 30여 분 전에 먼저 와서 이미 이슬이 한 병을 까서 털어 넣고 있던 나와 광수가 반가움에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내 말이 그 말이여. 요 옆집 슈퍼 그 슈퍼 쥔 놈이 차 댔다고 뭐라 허지? 하~, 그 놈 참 진상이라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