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늦으리
남과 다투시기를 극히 싫어하시는 시선님께서 "아름다운 당신"이라는 자신의 짧은 소회의 글을 올렸다가, 어느 모리배에게 짐짓 의젓한 딴지를 받으시고...
"실로 뼈아픈 지적이자 두루 많은 것을 숙고케 하는 말씀이군요. 특히 "혹 다른 인문학 관련 카페는 들여다보시는지요. 굳이 함께 공부하는 이 외의 일상인들을 옆에다 놓고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건, 아직까진 본 적이 없습니다." 라는 부분은 차마 부끄럽기까지합니다. 이것저것 읽고 생각하노라하면서도 막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 지 못하며, 실천은커녕 기왕 알고있는것조차 정확한 것인지 거듭 확인하고 이해하고자하는 수준이니..... 돌아보면 적지않은 세월이건만 여지껏 이러고 있으니 참으로 더디고 미욱한 노릇이지요. 지적하신 말씀 깊이 새기며 성찰의 주제로 삼을까합니다."
'자신의 탓'이라는 글로 '급 마무리'를 하셨더군요...
시선님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던 그 회원은 다시,
"이제는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님께서 느닺없이 보이신 '낮춘 자세'는 아름다운 것도 예의도 아니십니다. 여기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곳이 아니던가요. "서로 사랑하라" 는 말은 대명제이며 신의 축복이자 우리의 것이고 우리가 소망해야 할 목표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진리가 전쟁과 투쟁과 혁명, 그리고 토론과 의견 교환의 한 복판에 떨어졌을 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모르겠는 커다란 고깃덩어리는 아닐까요. 결국 '어떻게'라는 길에서 많은 이야기들, 때로는 언성이 높아지는 주장들도 오갈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제가 바란 것이 감히! 님의 성찰이 아니었음을, 이처럼 뒤늦게야 말씀 드립니다."
넘어진 김에 코피까지 흘려줘야만 하겠다고 종주먹을 들이대시어...
가히 앎음알이를 통하여 키재기를 따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전형적인 지식인 내지는 어설픈 문사의 작태를 보는 듯하여...
터진 손으로 기계 부품을 찍어내고 이미 나이들어 굽은 등짐으로 모기업에 납품하여 하루를 살아내는 쇤네 공돌이가 뵙기에는 사뭇 민망하더이다.
지난 몇 해 동안 지켜본 바로 이 카페는 자유로이 글 또는 사진 등속을 올리고 서로 나누거나 토론하는 자리였거늘...
글쓴이의 글과 글 사이 행간을 논(論)하거나 또는 말꼬리를 잡는 장소는 아닌 것으로 알았던 바...
오랫만에 들려보니 잠시 어이없음이군요.
다행, 회원들간의 서로 좋은 게 좋은 말로 갈무리되었으므로 유감아닌 유감입니다.
--- 어느 해 봄날, 갈매리 보현사에 머물던 스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일에 쫒겨 늘 바쁘던 나는 무슨 일인가 하며 전화를 받았다.
"송암! 진달래가 우거진 꽃밭을 보았어. 어떻게나 야단스럽게 피었는지 흔치 않은 광경이야.
지금 와서 한 번 보렴."
"스님, 오늘은 일이 많아서요. 내일 가면 좋겠습니다."
"내일이면 늦으리!" ---
'광덕 스님 시봉 일기'라는 저서로 불교계의 한 때 화제셨던 송암 지원 스님께서...
스승이신 광덕 스님과 어느 봄 날 나누신 대화입니다.
근자에 자주 뵙고 말씀 나눴던 송암 스님이 문득 떠올라 옮겼습니다.
형님!
논두렁길에는 더러 뱀이 있습니다.
가시는 걸음마다 항~~ 시 조심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