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화장실
중년의 주인공 '비토'는 경찰의 눈을 피해가면서 국경수비대의 대원에게도 뜯겨가며...
'우루과이'와 '브라질' 사이 국경마을 '멜로'에서 자전거를 이용한 밀수로 힘겹게 생계를 꾸리는 사람으로 아내와 10대의 귀여운 딸을 둔 사내이다.
평생을 지지리 가난을 벗삼아 살아온 국경 마을 사람들에게 1988년 '멜로'라는 이 조그만 동리에 교황께오서 직접 방문하신다는...
'멜로'마을의 천지가 개벽할만한 대사건이 일어난 거다.
"교황이 오면 관광객이 수만명 몰려온다"는 들뜬 소식을 전하는 TV 방송을 듣고...
'멜로'의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제각각 그 많은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일생일대의 대박을 터트릴 야무진 계획들을 짠다...
국경을 넘나들며 힘겨운 밀수를 하던 아빠 '비토'도 연구와 연구끝에 마침내 드뎌 엘레스또...
관광객들을 상대로 유료 화장실을 만들어 돈을 벌겠다는 비상하고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공사에 착수하게 된 거다.
교황이 도착하기로 한 날이 다가올수록 TV와 라디오에서는 들뜬 목소리로 5만 6만을 넘어 10만명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대고...
더불어 흥분한 마을사람들은 각자의 돈 벌 계획들을 착착 진행하여 가고, 아빠 '비토'의 화장실도 모습을 갖춰가지만...
정작 화장실의 핵심인 변기통을 구하지 못하는 난관에 봉착하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아빠의 화장실이 성공하여...
아빠의 꿈인 멋진 새 오토바이부터 엄마의 밀린 전기세서껀 기자를 꿈꾸는 귀엽고 다부진 딸의 학비까정 한방에 와장창 해결되어야 할텐데...
과연, 대박을 꿈꾸는 아빠 '비토'에게는 Miracle(기적)이 일어날 수 이쓰까?^^
그러나, 어렵쇼??.. 10만이 몰려와 대성황을 이루어야할 교황과의 집회는 교황의 연설만이 단 몇분간의 퍼포먼스로 간단히 끝장이 나고...
10만은 커녕 단 400명이 참가했던 집회는 일순간에 종료되었으며...
그나마 관광객은 100여명뿐이고 잔여 300명은 그동안 온갖 호들갑을 직였던 기자 개새 나부랭이들이였던 거다.
집을 담보잡혀서 돈을 빌리고 땅을 팔아 자금을 마련했던 순박한 '멜로'마을 사람들은 그 날 낮 잠시동안에 완전 쪽박 빚더미에 올라 앉은 거다.
분노한 '비토'는 주점으로 몰려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TV를 향하여 병을 날려 TV를 박살낸다.
코믹한 설정이지만 가슴뭉클하고 눈물없는 세상에 대한 슬픈,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일어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그려진다.
언제 어디서나 음악이 빠지지 않는 낭만적인 곳, 남미답게 <아빠의 화장실>은 흥겹고도 애잔한 남미음악이 분위기를 살린다.
사운드트랙은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음악 감독이자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의 제작자였던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이끄는...
최고의 탱고 밴드 '바호폰도 탱고클럽'이 꾸몄다.
고향을 사랑하는 감독 '엔리케 페르난데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열 살 때쯤, '비토'는 우리집에 매일 아침 들러 인사나 하러 오는 이웃이었다.
망가지기 직전의 자전거를 탈 때 보면 그의 다리는 이쑤시개 같아 보였다. 그래서 내가 이러한 캐릭터들에 익숙하게 된 것이다.
영화에 나온 그대로 그들은 내 어린 시절의 일부분이었다. 고향으로 가면 아직도 그들을 볼 수 있다.
나는 그들의 기쁨과 슬픔 모두를 잘 알고 있으며 사랑한다."
'멜로'라는 마을은, '우루과이'와 '브라질' 사이의 국경에 위치하고 있는지라...
스페인어를 쓰는 '우루과이'와 달리 '멜로'마을 사람들은 포루투갈어를 쓰고 '브라질'의 TV방송을 본다는 거다.
오랫만에 남유럽 언어를 들었더니, 고향동네 말처럼 정겹고 옛날 추억도 생각난다.
'남미의 스위스'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우루과이'의 '멜로' 마을은 정겹다.
시골마을인 그 곳 '멜로'에서 나고 자란 '엔리케 페르난데스'는 <아빠의 화장실>을 통해 유년의 아름다웠고 슬펐던 기억을 고스란히 되살려냈다.
게다가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도 올랐던 '세자르 샬론'이 연출 겸 촬영을 맡아 더욱 아기자기한 맛을 선사한다.
'세자르 샬론'은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남미의 대자연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지금도 우리의 집권자들은 국회에서 날치기로라도 미디어법을 통과시켜...
국민의 눈과 귀를 봉쇄하고 자신들과 조중동을 포함한 부자들의 기득권을 지키며 즐기려는 권력의 탐욕스런 모습이 떠올라 참담한 기분이지만...
영화 <아빠의 화장실>은 소박한 한 가족의 평범한 아버지를 통하여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매스미디어의 추악한 허구를 고발하고...
동정없는 세상, 비참한 현실속에서도 새로운 삶을 향한 가족의 의지를 확인하게 해주는 따뜻한 영화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