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나는 바다를 싫어했다...
젊은 날 바다와 함께 생활했으며, 그 시절 태평양의 고기밥이 될 뻔한 일도 있었다...
파나마운하를 통과하여 하와이를 거쳐 일본열도를 향한 태평양을 횡단하는 항해중에 태풍을 만나...
사투끝에 일본 시모노세키의 간몬해협으로 숨어들 때 까지...
밥도 잘 먹고 약간 불편햇지만 잠도 잣으며 남들은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봐 겁을 냈지만...
나는 죽는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겁이 없었던 거다.
바다를 등지고 육상생활에 적응을 마친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바다가 다시 그리워졌다.
영화를 보면서, 풍랑속을 헤치며 사투를 벌였던 그 날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망망대해에서, 정말 산처럼 큰 파도가 수없이 배를 덮치는 그 공포의 장관을...
다시 지금 그런 상황과 마주친다면... 메이 비, 기절할 듯...ㅎㅎ
해운대(海雲臺)는, 대한팔경의 하나이며 태종대(太宗臺)·몰운대(沒雲臺) 등과 함께 부산팔경에 속한다.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崔致遠)이 가야산(伽倻山) 입산길에 이곳을 지나다가 풍광에 반하여...
동백섬 동쪽 벼랑 바위 위에 자신의 호를 따서 '해운대'라고 쓴 데서 지명이 유래한다.
산의 절벽이 바다 속에 빠져 있으며 그 위가 온갖 나무로 덮여 있어 푸르기가 사계절 한결같다고 기록될 만큼 빼어난 명승지.
해운대를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긴 모래사장이 특히 인상적인 바닷가이다.
나도 한 때 부산에서 꼼장어 좀 구워봤기 때문에 알지만...
부산에는 해운대말고도 내가 살던 광안리, 영도, 송정, 기장이 있지만 해수욕장 하면 해운대가 단연코 으뜸이라는 사실은 두 번 말하면 배고프다.
휴가철이면 100만 인파가 모여든다는 국내 최고의 해수욕장 해운대에 발생한 쓰나미를 소재로 다룬 영화 <해운대>는...
해운대에 모인 100만의 사람들 중에서 설경구-하지원, 박중훈-엄정화, 이민기-강예원의 세 커플을 오가며 이야기를 보여준다.
쓰나미라는 독특한 소재로 거대한 스케일을 전개한 영화는, 한국과 할리우드의 CG 기술력과 한국인의 정서를 녹여낸 스토리로서...
박진감과 블록버스터임을 보여주기 위한 CG의 물량공세는 눈에 거슬렸지만...
부산과 미국을 오가며 촬영, 해운대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소시민과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휴먼 재난 드라마.
'스타워즈''투모로우'등 할리우드의 물 CG 전문가인 CG프로듀서가 참여해 극중의 쓰나미를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는 거다.
<색즉시공>과 <두사부일체>를 만든 감독이라...
애초에 기대를 죽였지만, 엉성한 웃음꺼리의 낭비, 대사의 무절제 등 군더더기가 눈에 띄었으나 전체적으로는 탄탄하다.
그래도 몇 장면의 코믹은 박수를 줄만하다.
설경구는 나를 두 번 울렸다.
한 번은 <박하사탕>이었으며... 그 두번째가 <해운대>이다.
설경구의 재발견으로는, 설경구의 코믹도 먹힌다는 거다.
애써 설정한 박중훈과 엄정화 그리고 또 다른 남자도, 엄정화는 좋았지만 두 남자는 좀 어색하고 무난하지 못하다...
누가뭐래도 엄정화는 이제 배우로서 부족함이 없다.
가수 출신으로서 어설픈 영화나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원은 연기력도 좋지만, 귀엽고 아름답다.
최선을 다 한 세 커플중에 박중훈이 중요한 역할인데 박중훈이 출연한 영화중에 연기가 가장 돋보이지 못햇으며...
촛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민기의 발군의 연기력은 칭찬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