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더 마인호프 컴플렉스
영화 <바더 마인호프 컴플렉스>는 유럽의 어느 평온한 누드 비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부터 잔잔하게 시작한다.
영화의 시작이 자연속에서 인간의 노출로 출발하여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조금 충격적이다.
70년대 중반에 나도 스페인에서 처음 누드비치에 가보곤 적쟎이 당혹했으니 말이다.
감독은 처음부터 작심하고, 구속없는 인간의 자유스러운 삶을 말하고 싶었던 거다.
다음 장면에서는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쓰러지고 다쳤던 우리나라의 촛불시위대를 보는 것과 같은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검정색 양복을 차려입은 이들이 들고 있던 피켓을 부수더니 피켓의 손잡이였던 몽둥이를 거머쥐고 시민들에게 공격을 가하지만...
잠시 후, 경찰마져 우르르 몰려들어 양복입은 이들과 합세하여 시민들에게 곤봉을 휘두른다.
달아나는 시민들에겐 말을 타고 쫒으며 곤봉으로 머리를 가격하고, 어느 순간 한 대학생에게 총을 쏘는 일이 발생한다.
서독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서독을 방문한 이란 '팔레비'국왕의 폭압 독재 정치에 대한 서독 국민들의 반대 시위였다.
한 대학생이 경찰의 총격에 죽는 사건을 발화점으로 정부의 정책과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조직된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겁없는 청년 '바더'는 동료들과 함께 백화점에 폭탄테러를 일으키고, 좌파 언론인이였던 주부 '마인호프'는 이들을 옹호하고 활동에 동참하게 되면서...
'바더 마인호프' 테러집단이 결성된다.
대화와 설득으로는 정부에 대항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한 이들은, 테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세상을 바꾸기로 결정한다.
무엇이 그들을 역사상 현대사를 뒤흔든 가장 악명 높았던 테러리스트로 만든 것일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폭력진압에 대하여 전통적 유교와 인도적 가치에 발현하여 비폭력 평화시위를 통한 방법으로 대체적으로 일관했지만...
독일은 서양답게 과격한 선택을 했다.
<바더 마인호프 컴플렉스>는 독일영화 중 가장 많은 2천만 유로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대사가 있는 등장인물도 수십명에 이르고... 6300명에 이르는 엑스트라.
2009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 2009년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 출품작이다.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독일의 대표적인 '울리 에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타인의 삶>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 미녀 '마티나 게덱'이 주인공격인 '마인호프'로 출연한다.
영화는 리얼리티 충만하도록 권총과 자동소총의 화약냄새와 피비린내 가득한 테러 전쟁을 다뤄 거칠고 과격하며...
총께나 쏴본다는 마피아 영화는 저리 가거라 할 지경으로 충격적인 장면이 압도적이라는 거다.
영화가 갖고있는 정치 사회적 메시지 못지않게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가 출중한...
그야말로 이데올로기성 폭력의 극치인 전쟁을 다룬 2시간 30분간의 러닝타임을 보여주는 대작이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집단으로는 1974년에 창설된 Abu Nidal(ANO)를 들 수 있지만...
유럽에서 가장 악명높은 무장투쟁 단체로는 소위 적군파(RAF / Red Army Faction)라고 더 잘 알려진 '바더-마인호프'그룹을 들 수 있다.
서독 무장투쟁 적군파 1세대의 핵심인물은 '안드레아스 바더''울리케 마인호프''구드룬 엔슬린''얀 카알 라스페' 등이다.
적군파는 기존운동세력을 기회주의자라고 치부하며 혁명운동에 테러를 접목시킨 과격한 집단이다.
이들은 1968년 부터 활약하기 시작했으며...
자본주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세계의 흐름과, 미국의 베트남전 침공에 대한 부당함을 표명하는 것으로 부터 저항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의 압박속에서 서서히 공격적으로 변해가며 더욱 강력한 이슈와 충격을 위해...
백화점 화재, 언론사 폭탄테러 등을 감행하며 호의적이던 국민들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갔다.
1세대 동지들의 석방과 인권을 위하여 하이재킹까지 감행...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적군파의 투쟁을 감독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진지하게 엮어냈다.
그룹의 리더이자 두아이의 엄마이며 컬럼리스트 기자 출신인 '마인호프'를 중심으로 멤버들 상당수가 여성들이기에...
그들의 투쟁을 페미니즘의 전투적 형태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으며...
여성해방이 지나쳐서 폭력집단으로 변질되었다고 하대한 사람들도 있다.
혁명이 폭력으로만 이루어진다면, 그 것이 군인들의 쿠데타와 어떻게 다르다고 설득할 수 잇는 것인지...
민중의 해방이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폭력으로라도 이루어져야 한다면, 그 것 역시도 그 반대적인 사상과 하나도 다름 없음을 입증할 뿐...
사회학자 '막스 호르크하이머'교수는...
폭력에 대하여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의 정반대에 이르게 되리라는 것을 전혀 감지 하지 못하는 이런 바보들도 있을까" 라고 비판한다.
영화는 역사에 있어서 혁명이 갖는 의미와 피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민주주의 그리고 폭력과 테러의 기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돌 하나를 던지는 행위는 범죄가 됩니다. 1천 개를 돌을 던지면 정치적인 행위가 됩니다.
차 한 대를 불태우면 범죄가 됩니다. 1천 대의 차를 불태우면 정치적인 행위가 됩니다."
"'항의'라는 것은 '이것, 저것에 동의하지 않는다'이고
'저항'이라는 것은 '이것 저것을 못하게 막겠다'는 것입니다."
적군파가 주장하는 폭력으로 일관한 정치적 행위와 목적을 위한 폭력적인 저항도 결코 역사앞에 정당화될 수는 없다.
크래딧이 올라가는 영화의 마지막에 가슴 가득 울려퍼지는 'Bob Dylan'의 <Blowing In The Wind>...
"전쟁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모두 패자가 될 뿐이다" 라는 준엄한 금언을 우리는 결코 잊지말아야 한다는 거다.
폭력으로 숨져간 모든 영혼들에게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