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냐 까마귀냐
다시 또, 워떤 감사원장(監査院長) 후보(候補)가 사퇴(辭退)했다.
자진사퇴(自進辭退)를 할 것이냐, 청문회(聽聞會)까정 갈 것이냐 하며 저울질 고민(苦悶) 끝에 내놓은 결론(結論)이란다.
후보자(候補者)의 가장 큰 부담(負擔)은, 본인(本人)도 작심(作心)하고 밝혔듯이 딴나라당 지도부(指導部)가 공식적(公式的)으로 사퇴를 요구(要求)했기 때문이란다.
사태(事態)를 관망(觀望)하고 있던 청와대(靑瓦臺)도 딴나라당 지도부의 역습(逆襲)으로 무방비상태(無防備狀態)에서 아구창을 맞았다. 씨불, 설마가 사람을 잡은 거다.
그러나 맞은 놈 입장(立場)에서 보면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느그덜보다 국민(國民)의 입장에서 보면 그 자(者)는 더욱 괘씸하다.
그는 “자신(自身)으로 인해 대통령(大統領)에게 누(累)를 끼치고 향후(向後)의 국정혼란(國政混亂)을 감안(勘案)하여 후보를 고집(固執)할 수 없었다”고 표현(表現)했다.
대통령과 자신을 추천해 준 와대의 관계자(關係者)가 더 중요(重要)한가 말이다...
국민에게 누를 끼친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謝過)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넌 아니되기를 잘했다’ 싶다.
자고(自古)이래로, 관리(官吏)는 대통령과 와대의 떨거지들에게 충성(忠誠)하기 위하여 존재(存在)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百姓)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라는 기본(基本)이자 기준(基準)도 모르는 자들이...
최고위직(最高位職) 관리의 하마평(下馬評)에 오르내리는 현실(現實)이 개탄(慨歎)스럽다.
정 아무개는 사퇴의 변(辯)으로 두 가지 성현(聖賢)의 말씀을 인용(引用)하여 품위(品位)를 지키려고 애썼다.
그 중 하나는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심청사달(心淸事達)'인 바, 그 즉슨 “마음이 맑으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거다.
“마음이 맑으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금언(金言)은...
그런 어줍쟎은 불명예퇴진(不名譽退陣)에 인용하라고 문신(文臣) 추적(秋適)선생께서 힘들여 만든 명구(名句)가 아닌 거다. 츠암, 나...
또 다른 하나는,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다”는 말인데...
원문(原文)대로 읽어보면, 곡불일욕이백(鵠不日浴而白)이며, 오불일검이흑(烏不日黔而黑)이라...
장자(莊子)께오서 천운편(天運編)에 밝히신 명구인데, 정 아무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나는 하얗다”라는 것인가 보다.
한자(漢字)로 까마귀 오(烏)는, 까마귀가 부리에서 부터 발끝까지 검어 눈조차 식별(識別)되지 않는다고 하여 새 조(鳥)에서 눈깔에 해당하는 한 획을 뺀 것인 바...
항용(恒用) 되지못한 자들이 문자향(文字香)을 낸답시고 까마귀와 두루미를 들먹이는데.. 뻑하면 들이대니, 검은 것도 서럽거늘 까마귀도 인제 신물난다.
정 아무개는 진실로 ‘심청사달’의 신념(信念)으로 관리(官吏)의 길을 평생(平生) 걸었을까...
검찰(檢察)을 사직(辭職)한 뒤에 매달 1억원이 넘는 큰돈을 7개월간 받아왔는데.. 국민들의 눈에 마음이 맑은 사람이라고 비춰질 수 있을까...
아니, 그렇게 비춰지리라고 판단했단 말인가...
그렇게 백성들의 시각(視覺)과 크게 다른 사람이 어떻게 공정(公正)한 감사원장의 직무(職務)를 수행(遂行)할 수 있을까...
돈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월급쟁이 70%가 월급여 100만원도 못받는 이런 나라에서 당연히 잣대가 다를텐데...
설사 모든 것이 정 아무개가 맞다 하더라도, 국민들로부터 부정적시각(否定的視覺)이 드러난다면...
“사퇴하겠다!”며 집어던지는 오도꼬(아니쥐, 패기/覇氣 또는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있는 사람이라야만...
윗선의 눈치를 보지않고 과감하게 감사원장을 해 낼 수 있으리라고 볼 수도 있었는데...
행여 그 밥그릇 뺏길까봐 좌불안석(坐不安席) 노심초사(勞心焦思)로 시간을 끄는 모양새하고는...
아무래도 ‘심청사달’은 표현(表現)이라도 좋게 해보자고 한 말인 듯 싶다.
정 후보는 또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裁判)없이 사형(死刑) 선고(宣告)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승질난 김에 간곡(懇曲)한 표현을 썼겠지만, 청문회까지 가지 않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편하게 하는 길이며 개망신 덜 당하는 방편(方便)인 거다.
마음이 맑으신 분이라면, “국민께오서 원하시지 않는 듯 하오니, 쇤네는 이제 물러나 자연을 벗삼고 가솔들에게 봉사하며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백성을 위하여 희생하려고 합니다”고 중언부언하며 떠났더라면 “에고, 그 인간.. 괜찮은 사람이었는디 우덜이 너무 혔나벼???”하며 안타까워할 수도 있었을텐데...
두루미는 미역감지 않아도 하얗고 까마귀는 뺑끼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듯, 진실(眞實)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정 후보와 와대에 사는 사람들은 명심(銘心)해야만 한다.
성현의 말씀을 이죽거려 자신을 위안(慰安)하려 할 것이 아니라...
사실(事實)을 사실 대로 말하는 것이야말로 “두루미를 우리가 지나치게 서둘러 까마귀로 오해한 것이 아닌가”하고 안타까워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밤 어쩌면 장자와 추적선생 두 분이 마주 앉아 세월(歲月)을 한탄(恨歎)하며 대취(大醉)하실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