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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木馬)의 노래

Led Zepplin 2012. 2. 19. 04:04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 함성호 / 낙화유수

 

그동안 잘 있었는지요. 어쩌면 이 글은 내가 당신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편지(便紙)이겠습니다.

바람 불어 더욱 추웠던 겨울도 마침내 떠나려나 봅니다. 기온이 내려가도 그 온도 속에는 온기(溫氣)가 숨어 있습니다. 거칠던 겨울도 어쩔 수 없이 봄을 허락(許諾)할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세월(歲月)이 흐르면 그 사랑도 결국 잊혀집니다. 그 역시 허무(虛無)한 일이지만, 우리네 인생(人生)이 본래 그러한 것을 어찌 하겠나요...

라일락 꽃향기(香氣)가 유난히 달콤하던 골목길 집 앞에서 당신을 들여보내지 못하고 당신 또한 나를 돌려세워 보내지 못하고 아쉬움에 서성거리던 그 애틋함도...

처음 접했던 그날 밤 격정(激情)의 순간, 죽어도 잊지않고 사랑하겠다며 교성과 함께 속삭이던 사랑의 밀어(蜜語) 또한 누가 뭐라해도 그 때는 진실(眞實)이었습니다.

 

밤을 새우고도 부족해 새벽이 되도록 잠들지 못했으며, 마음은 답답하지만 얼굴에서는 생기(生氣)가 넘치고 기쁜 화색(和色)이 가득한 이상한 병(病)이었습니다. 약(藥)을 먹을 수도 없고 약이 필요하지도 않으며 둘이서 함께 앓을 수 있다면 영원(永遠)토록 앓고 싶도록 달콤한 나이와 무관하게 짜릿한 청춘(靑春)의 질병 이름하여 사랑입니다.

 

당신의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화염(火焰)처럼 뜨겁게 불타올랐던 가슴과 나를 향하여 걸어오는 당신의 모습만으로도 한정없이 흔들리던 나의 영혼(靈魂). 당신을 안고있던 바로 그 순간(瞬間)이 세상의 중심(中心)이었으며, 내 존재(存在)가 새롭게 시작되던 공간(空間)이었습니다. 불어오던 향긋한 봄의 내음도, 내 방으로 밀려들던 눈부신 아침 햇살 그리고 바다의 끝으로 떼를 이루어 몰려들던 핏빛 노을도 당신이 있었기에 아름다웠으며 당신으로 인하여 진정으로 가슴 저렸습니다.

 

그러나, 시들지 않는 꽃이 없는 것처럼 끝내 사라지지 않는 사랑이 있기나 하던가요. 꽃은 피어있을 때에만 꽃이라 하고 우리 또한 살아있을 때만이 인생(人生)이라 논(論)하듯이 고통이 기쁨으로 가슴 벅차게 받아들여질 때에만 사랑이라 하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믿을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이겠지요.

또한,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권태(倦怠)롭지 않은 것이 어디에 무엇이 있으리까. 더러는 부모님도 야속하고 더러는 자식도 귀찮지 아니하던가요.. 하물며, 기타의 모든 것임에랴...

 

혹자는 돈과 명예야말로 평생에도 권태롭지 않다고 하겠지만, 훗날 돌아보면 그 또한 부질없으니 향기 난분분하던 라일락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화무십일홍이면 낙화유수(落花流水)일 뿐이니 어찌 허무(虛無)하지 않겠나요...

그 춥던 겨울도 봄바람에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이 우주의 섭리(攝理)이며 사랑에도 생노병사(生老病死)가 있음을 알거늘, 살아 존재(存在)하는 평생을 변하지 않으리라 믿고 속삭였던 그 순간이 오늘밤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제는 당신을 보내야 하지만, 잘 지내고 행복하라 말하기보다는 슬픈 영화를 보며 함께 손을 잡고 울었던 순간과 반짝거리던 불빛이 아삼삼 황홀(恍惚)했던 은파호수의 야경 그리고 파도의 포말이 바다의 눈물처럼 날리던 그 바닷가의 추억(追憶)을 기억하기에 그동안 정말 모든 것이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의 삶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痕迹)으로 남아있을 그대여, 용서를 바랍니다. 당신을 보다 좀 더 따뜻하게 사랑하지 못했으며, 그대의 문을 끝까지 매달리며 두드리지 못한 것은 이 내 자신도 내 마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먼 훗날 바람결에 라일락향이 묻어 날릴 때마다 나는 잊지않고 당신을 향하여 노래하겠습니다. 진실로 진실로 당신만을 오직 사랑했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