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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오후

Led Zepplin 2012. 3. 7. 16:20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이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나는 손을 천천히 움직여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매만졌다. 내 손가락은 그녀의 미간을 타고 흘러내려 콧날을 따라 내려가다 입술을 더듬었다. 부드러운 입술에 닿은 내 손가락을 그녀는 가볍게 깨물었다. 그것이 우리의 미묘한 경계를 깨버린 신호가 되었다. 그녀의 입술도, 내 입안으로 감미롭게 파고드는 혀도 따스했다. 그녀의 셔츠안으로 손을 들이밀자, 그녀는 가벼운 신음을 토해냈다. 그때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함께 해 온 시간에 비하여 어색했던 시간들에 비한다면 온기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강했을 것이다. 엄지와 검지로 젖꼭지를 잡고 젖무덤을 조용하게 움켜쥐자 그녀의 가벼운 떨림이 전해왔다. 그녀는 몸을 나에게 맡겼다. 나의 행동은 본인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다른 남자들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보다 더 정성스럽다. 남들 모르게 오랫동안 외로웠으며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는 그녀의 뾰족한 마음의 끝을 둥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어쩌면, 그녀는 진정으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의 품에서 안온함을 느끼는 것이 낯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어쩌면 더 바라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을 이해했다기보다는 삽입하기 전 여자를 적당히 흥분시키는 기술로써 그리고 누군가를 단순히 만지는 방식이 아닌, 겨울처럼 얼어붙은 몸과 마음에 뉴질랜드 스튜어트섬에 불어오는 봄의 해풍을 불어넣듯 온기를 전하기 위함에 목적이 있는 것처럼 천천히 온 몸을 어루만지듯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닫힌 양쪽 눈꺼풀과 볼의 몇 군데에 살며시 입을 맞추는 것으로 천천히 서둘지않고 서곡의 불을 마침내 지폈다. 그리고 폭풍이 몰려간 후, 우리 둘은 마치 죽은 사람들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열정을 다 한 나는 수분이 말라버려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선인장처럼 사막에 누워있는 느낌이었다. 고요했으며 짐을 벗은 것처럼 몸도 가뿐하고 마음은 더할 수 없이 차분했다. 그때 갑자기 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현관 문앞에는 찌그러진 철가방을 든 청년이 우뚝 서 있었다. 청년은 시끈벌떡거리며 “아 쒸~, 벨을 얼마나 눌러야 나와요? 바빠 죽겠는데... 짬뽕도 한 그릇만 시키면서.. 쏘주 1병 합이, 8천원입니다.” 짬뽕을 전화로 주문해놓고 쇼파에서 그만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그러면 그렇지, 무신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