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의 봄
중국의 수많은 고대 문헌들 중에서 그 문장이 수려하고 군주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이는 작품에는 제갈공명의 출사표만큼 구구절절 충성심과 의리가 돋보이는 작품도 드물다. 요즘은 도통 싸나히의 기개와 호연지기가 사라져버린 세상이니 잊혀진 본향처럼 젊은 시절 나의 멘토중 한 분이셨던 제갈공명선생이 불현 듯 그립다.
현덕 유비가 촉을 차지한 이후에 병으로 죽고, 아들인 유선이 유비의 뒤를 이어 촉나라의 군주가 된다. 천하의 정세는 위/ 촉/ 오나라가 대치하고 있었으며 촉과 오가 동맹을 맺은 상태였다. 이것이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이다. 천하통일의 대업을 꿈꾸고 있던 제갈공명은 위나라의 사마의(사마중달/ 훗날, 천하를 통일하고 진나라를 세움)를 계략으로 축출한 후, 위나라와의 전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촉나라의 황제이자 자신의 주군인 나이어리고 우둔한 유선에게 전투에 나서기 전 자신의 심경을 고하며 승리를 다짐하는 출사표를 밝힌다.
제갈공명께서 쓰신 ‘전출사표’와 ‘후출사표’의 두 출사표는 공명선생의 각별한 충성심과 의리를 보여주는 글로 명성이 높으며 싸나히의 기개를 보여주는 그 예로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출사표’라는 말은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선거에 출마하거나,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할 때 왕왕 출사표를 던졌다고 말한다. 공명선생께서는 위나라를 공격하러 떠나는 날 아침에 황제인 주군 유선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출사표를 올렸던 거다.
공명선생의 출사표에는 황제를 향한 한결같은 충성심 특히 유비에 대한 각별한 그리움이 잘 표현되어 있다. “신은 본래 아무 벼슬을 못한 평민으로 남양에서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선제(유비 현덕)께서는 신의 보잘것없음을 꺼리지 않으시고, 귀한 몸을 굽혀 신의 오두막집을 세 번이나 찾으시고(삼고초려/ 三顧草廬)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을 물으셨습니다. 이에 감격한 신은 선제를 위하여 개나 말처럼 열심히 달리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21년, 선제께서는 신의 성실함을 알아주시고, 돌아가실 때에는 신에게 나라의 큰일을 맡기셨습니다. 다행히 남방은 이미 평정했으며, 무기와 군사와 말도 넉넉합니다. 마땅히 북으로 중원을 정벌해야 합니다. 비록 모자란 재주나마 온 힘을 다하여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를 쳐 없애고 한의 황실을 부흥시키겠습니다. 신은 받은 은혜에 감격하여 먼 길을 떠남에 표를 올리려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더 말할 바를 알지 못하겠나이다.” 보라!!! 증말 눈물읎이는 읽을 수 없는 내용인 거다.
출사표에는 공명선생께서 황제 유선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바른 길이 무엇인가를 아뢰는 부분이 있다. 제갈공명은 언로를 막지말고 신하들이 아뢰는 의견을 황제께서 경청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폐하께서는 신하들의 간하는 소리를 넓게 들으시어, 뜻 있는 선비들의 의기를 더욱 넓히고 키우셔야 합니다. 충성스런 간언이 들어오는 길을 막으셔서는 안됩니다.” 명박선생이 꼭 읽어봤어야 할텐데.. 어디 그 분 뿐이겠나.. 리더를 지향하는 이들이 금과옥조로 가슴에 꼭 새겨야 할 문귀인 거다.
‘후출사표’의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유명한 글귀로 ‘국궁진훼 사이후이(鞠躬盡瘁 死而後已)’ 그러니까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고, 죽을 때까지 정성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모든 일을 미리 헤아려 살피기란 실로 어렵습니다. 신은 몸을 굽히어 돌보지 않고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할 뿐, 미리 내다보는 데에는 밝지 못합니다.” 그랬다. 촉나라는 위나라에 비하여 국토의 면적/ 인구/ 군사력 등의 측면에서 열세였다. 그러므로 위나라 신하인 자신의 출격이 성공을 거둘지의 여부는 장담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실패의 가능성이 있었음을 그는 미리 간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갈공명은 위나라를 거듭 공격하고자 했다. 이미 자신의 폐가 깊은 병증에 있음을 알고있는 선생께서는, 자신과 국가가 처해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선대왕폐하인 유비와의 약속인 천하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한 뒤에 그 여부는 하늘에 맡긴다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전쟁에 임했던 것은 아닐런지...
수일전 아웅 산 수 치 여사가 미얀마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되었다. 유럽의 프랑스도 이미 대권열전에 돌입하였으며 미국도 서서히 대통령 선출전에 불이 붙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제 어떤 이가 대권도전의 의사를 밝히며 출사표의 사자후를 토했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의 출사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 그들 모두가 국민에 대한 진정한 충성심과 싸나히로써의 의리를 지킬 훌륭한 지도자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