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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스토커"

Led Zepplin 2013. 3. 5. 17:01

 

 

영화《스토커》는 와인처럼 매혹적이며 아름답고 잔혹한 영화이다. 감독 박찬욱은 이제 세계적인 감독의 수준에 올랐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잠시 그의 필모그래피를 더듬어보자. 박찬욱감독의 데뷔작은 《달은 해가 꾸는 꿈》이라는 작품으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실패작이다. 쓴맛을 본 그가 오랜 공백을 깨고 발표한 영화가 《3인조》이다. 코미디/ 액션/ 멜로의 로드무비이지만 역시 흥행에서는 실패했다. 분기탱천으로 도전한 작품이 불멸의 작품《공동경비구역 JSA》이다. 이후 《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박쥐》등을 발표하며 기염을 토했다.

 

박찬욱감독은 기본적으로 상업영화계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자신만의 나름의 성향을 고집하며 본인의 영화를 통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주류 영화계에서 관객을 향하여 멈추지 않고 도발을 시도하는 박찬욱 감독은 한국 상업 영화계에서 몇 안되는 작가주의 감독이다. 그는 영화적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서강대 철학과 출신이며 학창시절부터 영화패로 활동했던 이론과 실험을 겸비한 매력적인 연출가이다. 국내 감독 중에서는 뻔히 들여다보이는 정전보다는 일탈적이고 반항적이며 도전적인 성격을 지닌 B급 영화들에게 보다 더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으며 그의 연출작에도 이런 취향을 보여주기에 더러는 엉뚱하게도 보이기도 한다.

 

《스토커》는 아기자기하고 기교넘치며 섬세한 동화적 요소가 놀랍고도 기이하여 잔잔하게 오밀조밀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이다. 주인공 18세 소녀 인디아 스토커(미아 와시코우스카)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더 먼 곳까지도 볼 수 있다. 주위 사물에 매우 민감하며 자신 만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학업 성적은 매우 우수하지만 사교성은 전혀 없다. 표정은 언제나 그늘져있고 좀처럼 웃지 않는다. 엄마인 이블린(니콜 키드먼)조차도 접근이 어려울 지경인 감수성 예민한 소녀 인디아는 인간에게 잠재된 어두운 욕망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박쥐》등의 작품을 통하여 반사회적인 캐릭터의 인물을 창조해왔다. 할리우드 데뷔작인《스토커》에서도 박찬욱 감독의 그 음울한 캐릭터가 살아 숨 쉬고 있으며 미아 와시코우스카는 이 작품을 통하여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토커》는 보기드물게 섬세한 완성도와 격조높은 세련미가 돋보이는 시니컬하면서도 수준높은 작품이다.

 

영화제목으로 쓰인 ‘스토커’는 우리가 아는 ‘스토커’와는 그 의미가 다른 것이며, 소설 '뱀파이어'의 창시자가 된 작가 ‘브램 스토커’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 영화《스토커》는 인간의 내면에 숨쉬고 있는 잔혹한 야성과 음울한 욕망을 18세 소녀를 통하여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거다. 낯설게 보이는 주인공 인디아역의 Mia Wasikowska는 호주의 여자 배우이다. 호주의 TV와 영화에서 배우로 경력을 시작한 그녀는 미국 HBO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팀 버튼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로 출연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며 그 덕분에 헐리우드 영화제에서 여자배우상을 수상하였다. 영화《스토커》의 OST는 미국의 천재 싱어송라이터 Emily Wells가 부른 주제곡 ‘Becomes The Color’이며, 그녀의 자유분방하고 유쾌하며 매혹적인 보이스칼라가 성장기 소녀의 핏빛멜로디로서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박찬욱 감독의 성공적인 헐리우드 입성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