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링컨>
“지금으로부터 87년 전, 우리 조상들은 자유가 실현됨과 동시에 모든 인간은 천부적으로 평등하다는 원리가 충실하게 지켜지는 새로운 나라를 이 대륙에서 탄생시켰습니다. 우리는 지금 대대적으로 내전 상태에 휩싸인 채, 우리 조상들이 그토록 자유가 실현되길 바라면서, 그토록 소중한 원리가 충실히 지켜지길 원했던 국가가 얼마나 오랫동안 존립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내전으로 인해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우리나라를 구하려다가 자신의 목숨마저 희생당한 분들에게 마지막 안식처로서 그 싸움터의 일부를 바치고자 합니다.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고도 적절한 조치로서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층 더 엄밀한 의미에서 살펴보면, 이 땅을 바치고 봉헌하고 성지로 만드는 존재는 결코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끼어들 여지도 없이, 전사자든 생존자든 여기서 싸웠던 용감한 분들이 이미 이곳을 성스러운 곳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서 하는 말에 대해 그다지 주목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랫동안 기억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분들이 여기서 이루어 냈던 업적만큼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살아남은 자로서 이곳에서 싸웠던 그분들이 여기서 그토록 애타게 이루고자 염원했던 미완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마땅히 헌신해야 합니다.
우리는 명예롭게 죽어간 분들이 마지막 신명을 다해 이루과자 했던 대의에 더욱더 헌신 할 수 있는 커다란 힘을 그분들로부터 얻고, 그분들의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굳게 다짐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우리 앞에 미완으로 남아 있는 위대한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헌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처럼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하나님의 가호 속에서 우리 나라는 새롭게 보장된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우리 나라는 국민의 정부이면서, 국민에 의한 정부이면서, 국민을 위한 정부로서 결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 ‘게티스버그’ 국립묘지 봉헌식에 참석한 대통령 링컨의 연설문.
영화 <링컨>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은 제16대 대통령 링컨의 생애 중 가장 치열했던 마지막 4개월을 묵직하고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대략 6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루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서 노예제를 폐지하는 수정헌법의 통과를 둘러싸고 고뇌하는 대통령 링컨의 모습이 매우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다.
영화 <링컨>은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가진 신념과 가치관이 한 나라뿐만 아니라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가와 더불어 대통령의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보기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지도자를 꿈꾸는 자들과 위정자/ 권력자/ 일반지도자/ 공무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과서와 같은 영화이다.
남부군이 항복하고 5일후 바로 1865년 4월 14일 거인 링컨은 흉탄에 맞아 쓰러졌다. 그의 정적이었던 국방장관 에드윈 스탠턴은 그를 안고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울부짖었으며 남부연합 대통령이었던 제퍼슨 데이비스는 “그의 죽음은 남북전쟁 패배 다음으로 암울한 일이다”라고 슬퍼하며 말했다. 링컨이 죽은 지 15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많은 사람들은 링컨을 일컬어 “민주주의의 순교자”라고 호칭하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다. 링컨의 피를 먹고 성장한 민주주의. 그 미국의 민주주의 덕분으로 이만큼 발전한 대한민국. 부끄럽다, 오늘 우리나라 위정자들을 우리는 뭐라고 불러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