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in' On Heaven's Door'
(파란 하늘과 구름이 천국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으며, 마치 두 사람은 문을 노크하고 그 문에 들어서기를 대기하고 서있는 모습 바로 그대로이다).
독일영화 〈Knockin on Heaven's Door〉는 죽음을 눈앞에 둔 두 남자가 우연히 바다를 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재미있는 사건들과 웃음 속 진한 여운이 남겨지는 감동으로 그려낸 90년대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개봉 당시 독일에서만 3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으며, 유럽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1998년에 개봉하여 수많은 영화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냈을 뿐만 아니라, 당시 ‘Knockin on Heaven's Door Mania’를 만들어내며 세간에 화제를 불렀다.
‘Knockin on Heaven's Door’의 감독 토마스 얀은, 이름없는 평범한 택시기사이던 어느 날 퀼른의 한 서점에서 톱스타 영화배우인 틸 슈바이거를 우연히 만났다.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라며 떨리는 마음으로 틸 슈바이거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러나 스타는 곧 그 평범한 팬으로 보이는 남자가 수 년 전부터 8미리 영화를 찍어왔고 미발표된 시나리오만도 수십 편을 가지고 있는 영화박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며칠 후, 토마스의 ‘Knockin on Heaven's Door’의 시나리오를 읽은 틸은 그 날로 토마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본 시나리오 중 최고”라는 찬사와 함께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틸과 토마스는 그 후 1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다듬었다. 이윽고, 만족스러운 시나리오가 완성되자 틸은 스스로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하고 영화사를 설립했다. 대스타가 전~ 혀 이름없는 아마추어 영화인을 위하여 제작자로 변신한 것이다.
톱스타가 제작자로 변신한 이 사실만으로도 유럽영화계는 흥분했다. 틸은 이런 화제의 붐을 타고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사인 ‘브에나비스타’를 투자자로 유치한 뒤 스텝을 구성했다. 음악/ 촬영/ 의상 등 그 모든 스텝이 초일류로 구성되었다. 단 한 사람, 감독만이 유일하게 무명의 신인이었다. “본인의 작품을 직접 감독하고 싶지 않습니까?”라는 틸의 요청을 듣고도 토마스는 수십억대의 대작 영화가 자신에게 맡겨졌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그는 그 때까지도 평범한 택시기사였던 것이다. “경험이 있는 감독에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원한다면 모험을 피해서는 안 된다. 토마스는 이미 12살에 보아야 할 모든 영화를 다 보았으며 어떤 영화학교에서도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을 히치콕/ 데이비드 린/ 하워드 훅스/ 존 포드 같은 대가들로부터 스스로 배웠다.”고 톱스타 틸 슈바이거는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토마스 얀은 "촬영 직전까지 택시 기사였던 나는 거의 모든 과정을 사실상 틸에게 의존했다. 틸은 시나리오를 인쇄해서 제작자들에게 직접 읽고 연기를 통해 설명했으며 배우들에겐 촬영장까지 달려가 섭외를 했다. 틸은 겸손하고 부드럽고 열정이 아름다운 남자이다. 이 영화를 그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명작의 탄생에는 이처럼 겸손과 열정이 숨어있었던 거다.
마틴과 루디는 뇌종양/ 골수암으로 같은 병실에서 만나서 우연히 병실의 협탁에서 데킬라(엘도로)를 발견하게 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 둘은 데킬라를 마시며 대화하던 중 서로의 마지막을 장식할 곳으로 바다를 선택한다.
루디(쟌 죠세프 리퍼스); 난 바다를 본적이 없어...
마틴(틸 슈바이거); 우리는 지금 천국의 문 앞에서 술을 마시는 거야. 세상과 작별할 순간이 다가오는데 그런 걸 못 봤다는 거야? 천국에 대해서 못 들어봤니? 바다의 아름다움과 바다에서 바라본 석양을 얘기할 뿐이야. 물속으로 빠져들기 전에 핏빛으로 변하는 커다란 공... 사람들은 자신이 느꼈던 그 강렬함과 세상을 뒤덮는 바다의 냉기를 논하지. 영혼 속의 불길만이 영원한거야...
갱단의 두목이 두 사람을 바다로 가라고 풀어 주면서 자기 부하들에게 해주는 말도 인상적이다. “천국에는 주제가 하나야. 바다지. 노을이 질 때, 불덩어리가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거든. 유일하게 남아있는 불은 촛불같은 마음속의 불꽃이야...”
평범하지만 또 하나 감독의 안목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으로는, 자동차의 거울에 비친 하늘 그리고 우리들의 자동차에도 인쇄되어 있는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이라는 거울에 인쇄된 평범한 글자이다.
영화에서 죽음을 앞 둔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나 살아왔던 인생을 후회하는 장면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마틴과 루디는 이제 곧 죽을 운명이지만 그것을 그다지 슬프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천국이라는 다음 세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곳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마틴과 루디가 바닷가 백사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Bob Dylan의 ‘Knockin on Heaven's Door’가 흐르는 Ending은 가장 인상적이다. 음악과 함께 바닷가에 도착하여 바다를 향하여 백사장을 걸어가고 주저앉는 장면의 롱 샷에서 부터 필터 효과와 함께 크로즈업이 교차하며 블랙 그리고 화이트가 상반되며 교차하는 미장센이 절정감을 극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