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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Led Zepplin 2013. 5. 13. 17:11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깨어나서) 소리치는(외치는) 끝없는(뜨거운) 함성/ 앞서서 가나니(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가나니(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아침이슬’에 뒤를 이어 민중가요의 대중화를 견인한 운동가요의 원조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 이후 20~ 50대를 보낸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노래를 잘 알고 있으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는 한 번 이상 불러보거나 들어 본 가슴시린 노래이기도 하다. 나 또한 유신의 현장에서 소리쳐 목청껏 유신 철폐와 독재 타도를 외쳤으며 선언서를 낭독한 죄아닌 죄로 산속으로 친척집으로 숨어 도망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자유와 평화를 외친 노래가 죄가 될 수 없을 터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그 노랫말은 서정적이고 차분하면서도 비장감이 넘치고 멜로디는 부르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의 심금을 격동케 한다. 느린 단조의 행진곡풍인 이 노래는 중국어로 그리고 몇몇 동남아국가로, 한류의 바람을 타고 번역되어 그 곳 나라에서도 번안 운동가요로 시위현장마다 불려질 정도로 호소력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애창된 운동가요인 "We shall overcome!" 에 견주어 봐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하리 그 날에

오, 참 맘으로, 나는 믿네 우리 승리하리라

손에 손을 잡고 손에 손을 잡고 손에 손을 잡고 그 날에

오, 참 맘으로 나는 믿네 우리 승리하리라

두려움이 없네 두려움이 없네 두려움이 없네 그 날에

오, 참 맘으로 나는 믿네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하리 그 날에

오, 참 맘으로 나는 믿네 우리 평화 지키리라

 

"We shall overcome!"이 우리의 <임을 위한 행진곡>보다 사설은 길지만 그 내용은 밋밋하기 그지없다. ‘손에 손잡고 승리하리라. 두려움없이 승리하리라’의 반복조 뭐 그런 정도이다.

 

최근의 <임을 위한 행진곡>논란은 참으로 쌩뚱맞고 치졸하며 부질없다. 우리 수준이 겨우 이 정도였다는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화끈할 지경이다. ‘목을 조르려 하네’ ‘피 묻은 행진이여./ 목마른 밭고랑에서’처럼 과격한 내용과 주변국에 대한 적의(敵意) 때문에 한때 개정 논란이 일었던 ‘라 마르세에즈’는 프랑스의 국가이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님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생각하는 프랑스답지않게 강경하다. 아이들이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격한 일부 표현과 유럽통합 등의 과정에서 타국에 대한 적의 등을 이유로 국가를 바꾸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프랑스의 정통성과 전통을 상징하는 노래로서 그대로 부르고 있다.〈라 마르세예즈〉를 잠시 보자.

 

1절 : 나가자 조국의 형제여!/ 영광스런 날이 왔다.

       폭군에 결연히 맞서/ 피 묻은 전쟁의 깃발을 내려라!(2번)

      우리 강토에 울려 퍼지는/ 포악한 적군의 함성이 들리는가?

      적들은 우리의 아내와 선량한/ 시민들의 목을 조르려 하네.

 

(후렴 : 무기를 들어라, 시민이여!/ 모두 앞장서자!/ 나가자, 나가자!

피 묻은 행진이여./ 목마른 밭고랑에서.)

 

2절 : 노예같은 매국노의 무리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족쇄와 함께 준비한 이 무기/ 누구를 위한 것인가?(2번)

       프랑스인이여, 아! 이게 모욕인가?/ 끓어 오르는 분노인가?

       바로 우리가 노예제를 과거로/ 되돌릴 용기를 가졌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12월에 작곡된 한국의 가곡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사망한 윤상원을 기린 노래로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1980년 12월)에서 가사를 따와 광주 지역 문화운동가인 김종률이 작곡한 것으로 우리 노래 특유의 차분하고 서정성을 갖추고 있는 거다.

 

이후 학생들과 노동운동가들에 의해 불려졌으며, 제5공화국 시절 전두환정권에 반하는 상징적인 노래로 간주되어 금지되었다가 노태우 정권이 출범하면서 해금되어 이후 운동권 외의 일반 시민들도 부르는 대중가요로 보편화되었다. 민주화운동은 물론 각종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학생운동단체의 집회를 시작하는 때에 '민중의례'의 일부로서 불리고 있다. 또한 중국어 등 외국어로도 번역되어 불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주의자들이 트집잡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말하는 "새 날"이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의 미래가 아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모두 실패했으며, 여기서 의미하는 "새 날"이란, 기존의 잘못된 틀과 사고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해방되어, 보다 더 높은 정신적/ 이상적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날을 말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5.18이 역사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5.18 민중항쟁의 배경이 박정희 정권의 가혹한 반민주 독재에서 출발하여 신군부의 폭력적 권력 장악 기도에 있었기에 5.18의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으로 불려지는 것에 대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새 정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박근혜정부의 비위를 맞추고, 최고 당국자가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서 정리하고자 하는 보훈처의 알아서 기는 의도도 미루어 짐작되지만 30년 넘게 역사적으로 검증되었으며 이미 대중화된 민초들의 노래를 정부가 의도적으로 바꾸는 것은 사려깊지 못하며 국가를 위하여 몸바친 이들을 위한 관리관청으로서도 온당치 못하다.

 

새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 “님을 위한 행진곡은 과거 민주화투쟁의 주제가였고, 그 노래 가사 어디에도 반국가적/ 친북적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5·18 기념식에서 오랫동안 불린 노래를 왜 중단시켜서…(괜한 논란을 만드느냐)”며 “기념행사용으로 별도 노래 제정하기 위한 예산이 있다고 하는데 아까운 예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가보훈처가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체할 만한 노래를 찾기 위해 예산까지 편성한 사실이 야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광주가 지역구인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한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 5분 자유발언을 신청, 연단에 서서 이 노래를 불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와 뮤지컬 등으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타민족의 <레미제라블>에는 열광하며 또 응당 그래야만 지성인이고 문화인인양 하면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관련 노래극이나 영화를 통해 좀 더 효과적으로 가르쳐도 부족할 판에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서는 시쿤둥한 채 백안시하는 우리가 문화사대주의자가 아닌 글로벌한 안목을 갖춘 문화인임을 자처할 수 있는 것인가, 진정한 대한민국의 배달민족으로서 부끄러움은 없는 것인가 다시 한 번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