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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잡는 반풍수

Led Zepplin 2013. 5. 31. 16:24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봄이 되니 여기저기에서 청첩장이 날아든다. 바야흐로 봄은 생명의 계절 결혼의 계절인 거다. 이에 질세라 연예인들도 결혼 발표로 바쁘다. 결혼식장엘 가보면 호화롭고 즐거움과 웃음이 넘친다. 영원토록 그렇게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 결혼으로 탄생이 이루어짐은 물론이다. 그러나, 모든 탄생은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피할 수 없다. 탄생의 그 끝에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그 죽음도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고통인 병 다음에 죽음이 온다. 오랜 옛날부터 선인들이 말하고 있는 거다. 생노(生老) 다음에는 병사(病死)임을... 불교에서도 제행무상(諸行無常), 형태 있는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고 하였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사생관(死生觀)으로 바라보면, 사람이 죽을 때 혼(魂)과 백(魄)으로 분리된다는 거다. 혼은 사람이 죽기 며칠 전에 '혼 불‘의 형태로 하늘로 날아간다. 지금이야 시골 마을에도 전기가 들어와서 볼 수가 없지만, 전기가 없던 시절에는 혼 불 나가는 모습을 사람들이 보았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기도 했다. 남자의 혼 불은 올챙이처럼 꼬리가 있으며, 여자의 혼 불은 꼬리가 없이 조금 작은 모습이라는 거다. 그 혼 불이 높게 날아서 하늘 높이 올라가면 다음에 때어날 때 좋은 곳에서 태어나고, 지면으로부터 얼마 안되는 곳에서 발발거리며 날아간다면 후생길이 좋지 않다고 본다는 거다.

 

혼(魂)이 글타고 친다면, 백(魄)은 어찌 되는 것인가. 어른들에 의하면, 백은 죽은 사람의 뼈에 남는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풀어 말해 본다면 이렇다. 소위 명당에 묘를 써서 매장을 하면 대략 열흘 전후에 그 후손이 특별한 꿈을 꾼다. 돌아가신 분이 말쑥한 옷을 입고 나타나시거나 혹은 좋은 집에 앉아 계시는 모습은 묘를 잘 쓴 것이다. 그와는 다르게 돌아가신 분이 꿈에 나타나서 “춥다”거나 심지어 “옮겨달라”고 까지 한다면, 그 자리는 잘 못 된 것이다. 그런데, 아무 꿈도 없었다면 어찌 된 것일까? 아무 꿈도 없었다면, 그 자리는 해도 없고 득도 없는 그저 그런 자리인 거다. 그나마도 다행이라고도 볼 수도 있겠다.

 

그러한 꿈들은 대개 남자보다 여자의 꿈이 비교적 정확하다. 여자들이 남자에 비하여 술/ 담배/ 꼬롬한 생각들(색욕/ 물욕/ 헛된 야망)이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화질(스크린)이 깨끗하기 때문에, 그 영상이 잘 나타난다고 보는 거다. 당연히, 여자도 여자 나름이란 거는 여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되새겨보아야 할 부분이 망자의 뼈(骨)이다. 백악기(白堊紀)에 살다 죽었다는 공룡의 뼈가 아직도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듯이, 사람의 몸중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은 뼈이다. 동양학은 그 뼈에 인간의 정신(백/ 魄)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거다.

 

이 뼈는 산자와 죽은 자를 연결하는 통신 매개의 역할을 한다. 산 자와 죽은 자 즉, 조상과 후손의 연락이 이루어진다. 조상과 후손의 연락은 뼈의 어떤 전기적/ 파장적 작용을 통하여 꿈이라는 스크린으로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가 명당에 묘를 쓰고저 함은 일차적으로 죽은 자의 좋은 환생(還生)을 위함이고 이차적으로는 후손의 발복(發福)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다. 묘를 잘 썼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꿈에 망자가 나타나서 “춥다”거나 “옮겨달라”거나 남루한 옷차림의 비쥬얼이 보인다거나 연달아서 집안에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대개 조상의 잘못된 묘와 관련이 깊다. 이와 같이 잘못된 경우에는 묘를 없애고 뼈를 불태워 공중분해 시키는 방법이 좋다. 다시 말해서 화장을 한다고 하면, 해도 없고 득도 없다(無害無得).

 

우리나라의 좋은 곳 명당은 이미 옛날 사람들이 모두 다 써버렸다. 말이 있지 않던가. 좋은 곳에는 꼭 절이 있다고. 절이 차지하고 남아있는 좋은 곳은 이미 군대가 터를 잡고 앉아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남아있는 자리는 돈 많은 자들과 권력을 쥐었던 자들이 이미 다 차지하여 버렸다. 그래서, 남아있는 명당도 없을 뿐 더러 남아있달지라도 꼭 여기가 명당이라고 찍어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어딘가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명당을 찾겠다고 수소문했다가는 사기꾼의 꼬임에 빠지기 십상인 거다. 그래서 “반풍수 사람 잡는다” 거나 “반풍수 집안 망친다”는 말도 있는 거다. 나 또한 한 시절 동양학과 한국학에 매료된 시절이 있어서 도사인 스승으로 부터 귀동냥으로 풍수를 조금 배운 바가 있지만, 지인들의 공장 터잡기/ 집자리/ 안좋은 묘자리를 피하기 위한 도움 따위로 명당을 찾는다 하기 보다는 나쁜 것이나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할 뿐이다. 한국인의 사생관은 매장(埋葬)에서 화장(火葬)으로 바뀌고 있다. 화장 그 다음에는 과연 어떤 방법이 올까. 세계(世界)와 우주(宇宙)는 무시무종(無始無終/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이라는 진리를 가만히 음미해 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