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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의 노래

Led Zepplin 2013. 7. 10. 09:25

 

 

 낙타는 4500만년전 북아메리카에서만 존재했다. 북아메리카의 대초원은 기름진 초원과 풍성한 먹이사슬로 모든 동식물들의 낙원이었다. 그러나, 기름진 초원과 풍부한 먹이조차도 쫒고 쫒기며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경쟁에서 밀리면 그대로 죽음일 뿐인 거다. 그런 피비린내나는 투쟁의 현실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은 180만년전의 빙하기를 맞이하여 보다 더 살기 좋은 땅을 찾아 대이동을 하였으며, 낙타는 아프리카 그것도 웬만한 동물들은 거들떠도 안 보는 사막 언저리에 자리를 잡았다.

 

수천만년동안 살아온 초원을 뒤로 하고 선택한 아프리카 그 머나 먼 신대륙은 타는듯한 무더위와 강추위가 무한 반복되는 기회의 땅이 아닌 죽음의 땅이며 이제 더 이상 먹힐 염려는 없지만 먹을 것도 그 외의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땅 이름하여 사막. 온몸을 태울듯한 땡볕에서, 오히려 태양과 마주하는 자세가 당장은 얼굴이 뜨겁지만 몸에 그늘을 만들어 시원하다는 그 어처구니없는 깨달음. 그래도 낙타는 슬퍼하지 않는다.

 

사막의 배로 불리우는 낙타는 동물의 뼈이건 씨앗이건 가시덤불이건 마른 나무조차도 닥치는 대로 먹을 수 있도록 변화된 식성과 가시를 뜯어먹어도 멀쩡한 고무같이 질긴 입. 41°C 까지는 땀도 흘리지 않으며 오줌조차도 농축해서 누고 하루 200L의 물을 마실 수 있는 걸어 다니는 물탱크. 열손실을 막기 위하여 여분의 지방이라도 생기면 등의 혹에 몰아넣고 다닌다. 아무리 갈증이 심할지라도 오아시스가 눈앞에 나타나도 함부로 달리지 않으며 쓸데없이 헐떡거리지 않는다. 원래부터 달리기 능력이 있음으로 하여 달릴 수도 있지만, 낙타는 달리지 않는다.

 

그렇다. 낙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며 울지도 않으며 웃지도 않으며 그냥 뚜벅뚜벅 걷을 뿐이다. 눈앞에 오아시스가 나타난다 하여도 낙타는 열광하지 않으며 물이 있으면 마시고 오아시스가 안보인다고 초조해하지도 않으며 뛰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발길 닿는대로 주어진 숙명처럼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다. 울지는 않아도 낙타의 눈은 항상 젖어있다. 울지 않는다고 슬픔조차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낙타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답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남모를 슬픔이 있어서 낙타의 눈은 더욱 아름답다. 낙타는 아메리카의 대륙에서 머나 먼 사막 그 곳에 갈 때 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으며 얼마나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었을까 또 그 머나 먼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신경림/ 낙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