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지도
*** "애초부터 자리는 정해져 있다. 나는 앞좌석, 너희들은 꼬리칸. 너희들의 위치를 알도록!!
그리고 늬들의 자리를 지켜(Keep Your Place)~!!!" --- 봉준호의 '설국열차' 중에서 ***
다시 지리산에 올라보았다.
예전엔 안그랬는데...
최근엔 지리산을 올라도 가슴이 답답하다.
친구여 우리가 그렇게 피땀 흘리며 찾아 헤매 오르던
우리들의 봉우리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지도 몰라.
만주벌판에 울려 퍼진 독립군의 아리랑과
개 돼지처럼 죽어 간 광주의 시민들 그리고
동학 민중의 그 피 끓는 칼의 노래여...
그러므로 벗들이여
새벽안개를 뚫고 밀려오는 저 동학의 노래를
여명의 동녘에서 쿵쿵거리고 들려오는 민중의 함성을
파도처럼 밀려오는 생명의 울부짖음을 기억하자.
알고 보니 우리는 자가용과 아파트를 사료로
수십 년 동안 소모적인 일들로 도구로 사육 당했던 거다.
김밥 라면으로 골방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고시생
막걸리로 최루탄 가스를 씻어 내렸던 386 친구들
기름때 면장갑 땀방울로 식판밥 먹던 대기업 근로자 마져
이제 그들 모두 1%의 인간이 되었다.
여기쯤에서 문화와 문명의 설국열차에서 뛰어 내려
숲으로 도망가 금붕어처럼 뻐끔뻐끔 숨만 쉬다 갈까 하다가도
개 돼지도 생명인데 생각하면 주먹이 부르르 쥐어진다.
나머지 민중 99% 개 돼지들 이렇게 살다 죽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만든 자식들 생각하면 밤잠 안오고
그래서 실없는 담배 피워 물고 빈속에 소주병만 들이킨다.
개가 사람을 가르치다 그래서 개인지도, 이래선 안되는데...
고종 31년 바로 그 때처럼,
그거 우리 한 번 더 제대로 해보고 싶은 몹쓸 망설임으로 잠 못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