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을이 되니 농촌에는 거두어들인 고추며 나락/ 깨 등을 말리느라고 울타리안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하다. 생각다 못한 어르신 김영감님은 울타리 밖의 도로가에 나락을 말리시는데, 마을 입구의 속도제한 표지판을 무시하고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들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던 거다.
질주하는 속도에 나락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논밭에 일하러 오가는 마을 사람들이 위험하기도 하며 당최 그 놈의 소음 때문에 기르는 가축들도 제대로 자라지 않는지라 그 고충이 심각하였는데.. 며칠을 고민 끝에 영감님은 마을 입구 도로가에 눈에 확 띌 만큼의 대형 표지판을 설치하였다.
설치 결과, 놀랍게도 효과가 즉시 나타나기 시작하였음은 물론이려니와 아예 차들이 거북이 기어가듯 속도를 낮추어 설설 기어다녔던 거다. 영감님께서 세운 표지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씌어있었다. "유럽식 나체촌 출입구, 차 안에서도 보일 수 있으니 주행중 주의 바람!!"
몇 번의 가을비가 내리더니 급격하게 기온이 하강하여 이른 아침 출근길과 밤에는 서늘하여 추운 기분까지 든다.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유명한 이 곡은 콧수염이 멋진 가수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곡인데, 그 원곡은 노르웨이의 뉴에이지 그룹인 ‘Secret Daraden’의 〈Serenade to Spring〉이라는 바이올린 연주곡이며..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나와 드라마 ‘종합병원’의 주제곡 〈혼자만의 사랑〉을 작사한 한경혜 작가의 작품이다.
가사 자체가 달달하고 아름다워 10월에 결혼하는 커플들의 축가로 곧잘 쓰이는 이 음악이 계절을 초월하여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연주곡이 노래곡으로 편곡되면서 그 선율도 아름답지만, 잘 다듬어진 가사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더 이상의 바램이 죄가 되는 겸손한 사랑.. 그토록 아름답고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의 간절함과 겸손한 마음이 감동으로 전달되는 가사와 멜로디가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노래인지 중얼거림인지 문법도 박자도 맞지 않는 속된 단어로 나열된 저급한 노래가 대세처럼 한류라는 엉뚱한 명칭으로 번지는 요즈음, 드높은 가을 하늘같이 청명한 사랑의 노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나날이 신산스러워지는 시대와 스산해져만 가는 계절인 가을을 사랑으로 포근하게 감싸주는 가슴 따뜻한 곡이다.
추석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 10월의 이 멋진 날에는 작사/ 작곡가의 바램처럼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창밖에 앉은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아보며 날마다 햇살에 영글어가는 당신의 사랑을 확인하여 보시지 않겠는지...
** Behind Story : 이탈리아 'Teatro La Scala' 극장의 주역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성악가 김동규는 1999년 가을, 문득 부인과 이혼한다.
김동규는 이혼의 스트레스를 겪으며 1년 가까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런 우울증에 빠져있을 무렵 MBC Radio Golden Disk의 김기덕 국장이 가볍게 크로스오버 형식의 노래를 제안하게 된다.
그 때 'Secret Garden'의 〈Serenade To Spring〉을 들은 김동규는 특별한 목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노래를 제작하였는데 예상치 못하게 노래와 본인은 인기가 급상승하게 되었던 거다. 결과적으로, 사랑의 아픔이 다른 방식으로 보상되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