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크리스마스
"철수구나, 야~.. 이거 정말 오랜만에 네 목소리를 듣는구나~!! 그래 그동안 잘 지냈니? 응? 그냥 저냥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구? 그래, 누구나 다 그렇지.. 누군 뭐 별 뾰족한 수가 있냐.. 누구나 다 그냥 그렇게 사는거지, 뭐~^^.. 그리구, 얌마 이 엉아한테 핸폰이라두 자주 때리구 해야 허능거 아니냐? 얘가 아직도 그리 싸가지가 읎어가지구 어따 쓰겄냐? 친구라고 있는 넘들이 모두 엉아짓을 할려고 하니 이 엉아가 할 말이 없다구?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건 그렇구, 집엔 별 일 없지? 뭐? 늬 형수님도 별 일 없으시다구? 에구, 그 놈의 주둥아리는.. 그래 암튼 제수씨도 무탈하시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구리스마쓰가 가까워지니까 고등학교 때 학생회 할 때 성당 회관에서 ‘문학과 음악의 밤’을 행사했던 시절이 생각나는구나~!! 너도 그 생각했다구? 그리구, 옛날엔 12월 초부터 징글벨 루돌프 사슴코 올드랭 사인 따위의 노래들이 길거리에 넘쳐났는데.. 요즘은 그런 노래 듣기도 힘들다고? 네 말이 맞다, 구리스마쓰가 실감이 안나요~~, 너도 글치? 나이 든 우리들 생각이 다 같지, 뭐~!^^
그나저나, 야 철수야.. 낼 모래가 구리스마쓰인데.. 뭔 좋은 계획 읎냐? 옛날엔 참~ 재미있었는데 말이야~!! 뭐라구? 고딩때 성당에서 밤에 신부님 창고에서 맥주를 박스채 훔쳐서 본당옆 숲속 풀밭에서 만취로 마시던 일 생각난다구? 야 가 클 날 놈이네~ 야 짜샤, 그 이야기는 우리가 죽어서 하늘나라에서 심판받는 날에도 절~ 때로 그런 일은 없었노라고 눈 크게 뜨고 딱 잡아떼기로 동식이랑 너랑 나랑 같이 하늘에 걸고 탐 존스의 틸~ .. 맹서를 했는데.. 그 일을 왜 꺼내.. 이 놈이 진짜 큰 일낼 놈이네~!! 뭐라구? 너한테 룸싸롱에서 찐하게 한 잔 사지않으면 우리 성당 신도회장 출마는 꿈도 꾸지말라구? 일마가 이거 완전 협박이로구만.. 너는 말이야 어렸을 적에 이런 놈이었을 꺼라구 본다. 워떤 놈을 말하는 거냐구? 그래 잘 물었다 들어봐라 새꺄~ ...!
옛날 워떤 동네에 맹랑한 몹쓸 너같은 어린이가 있었는데.. 그 녀석의 소원은, 클쑤마쓰에 예수님께 선물을 받아보는 거라네. 클쑤마쓰때만 되면 선물 자랑하는 친구들 때문에 빈정 상한 글 마가 어느 날 엄마에게 물었던 거야. "엄마, 예수님은 어떤 애들한테 선물을 주나?" "응, 그건 고진말 안하는 착한 어린이한테만 준단다." 엄마의 말을 들은 이 꼬마는 고심끝에 예수님께 보낼 편지를 쓰기 시작한 거야. '예수님, 저는 고진말도 안 하고 착한 일만하는...' 이 말까지 쓰다가 꼬마는 갑자기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어.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착한 일을 한 기억이 너처럼 없거든. 꼬마는 즉시 편지를 다시 썼어. '예수님, 저는 지금까지 착한 일을 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는 착한 일만 하고 살 거예요.' 다시 여기까지 쓴 꼬마는 또 다시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거지. 아무리 생각 해봐도 앞으로 착한 일을 할 자신이 없었던 거야. 아주 너랑 똑같다 똑 같아~!!
그렇게 곰곰 생각하던 꼬마가 갑자기 워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방을 나가서 엄마 방에 있는 작은 성모 마리아상을 가지고 자기 방으로 돌아온 거야. 그리고는, 므흣한 표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 자 이쯤에서.. 그 꼬마가 뭐라구 썼을 것 같으냐, 철수야! 뭐? 그건 노가리 까고있는 늬가 알지 내가 어떻게 아냐구? 에구, 그 놈 주둥아리는 여전 하구만.. 아니, 그냥 늬 잘난 그 잔대가리로 생각을 해보라는 거지... 뭔 꿍꿍이속인지 모르겠으니까 늬 맘대로 지껄여보라구? 철수 너 어렸을 때랑 판박이로 닮은 그 꼬마는 므흣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는 거야. "예수! 늬 에미를 인질로 잡고 있다. 에미를 살리고 싶거든 선물을 보내라." 어때.. 너랑 아주 똑같은 녀석이지.. 흐흐흐~^^!!
그래 그렇지, 내 말이 맞다구? 내 말에 절대 인정이라구? 그러니까, 신도회장 출마나 하라구? 내 출마에 왕소금뿌리는 역할은 늬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구? 야 야 야~ , 아~ 짜식이 쫀쫀하긴.. 야 그러지 말고 우리 이브날 저녁미사 끝나고 나서 옛날이야기나 하면서 술이나 거하게 한 잔 하자.. 동식이랑 영구도 오라구 해서.. 내가 쏜다구.. 진짜 내가 쏠게~ 아 진짜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