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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내 인생

Led Zepplin 2017. 12. 29. 00:43


(조선 중기 화가 '이암'이 그린 ‘어미 개와 강아지(母犬圖)’이다. 어미가 자기의 강아지 세 마리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한 마리는 어미 등에 매달려 잠들어 있고, 다른 녀석은 어미 품의 젖을 물고 있다. 한 입이라도 더 먹겠다고 다투지 않는 그림이며, 옛사람이 꿈꾸었던 조화와 공생의 세계이다. 지금처럼 현실이 힘겨웠기에 그림으로나마 행복을 소망했으리라 본다. )

 

   오래 전에 개봉한 <개 같은 내 인생/ My Life as a Dog>(1985)이라는 영화가 있다. 어느 개구쟁이 소년의 눈을 통한 성장과 함께 접하게 되는 삶의 슬픔과 기쁨을 잔잔한 드라마를 통하여 펼쳐 보인다. 소년은 자신의 순수함이 어른들 눈에 왜곡되게 비쳐지자, 개처럼 짖는 흉내를 내는 등 성장의 고통을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소년 잉그마르는 천진하다. 어른들이 짐작할 수 없는 상상과 장난기를 통하여 철부지 소년은 세상의 진부함과 한 판 대결을 벌리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삶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12살의 소년 잉그마르는 장난기는 심하지만 생각만은 깊은 소년이다. 아버지는 지구 반대쪽에서 해외 근무중이라서 형과 어머니 이렇게 셋이 살고 있다. 잉그마르의 어머니는 중병을 앓고 있는데, 병세가 악화되며 소년은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지만 자신의 장난끼와 엉뚱함이 어머니의 병세에 끼치는 나쁜 영향 때문에 시골의 친척집으로 보내진다. 위기에 처할 때면 개 짖는 흉내를 내기도 하는 등 소년은 마을 사람들의 친구가 되는데, 다시 집으로 돌아올 무렵 어머니의 병세는 더욱 악화된다.

 

<개 같은 내 인생>을 만든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TV시리즈 제작자였으며 팝그룹 ‘아바’의 공연을 스크린으로 옮긴 <아바 더 무비>를 제작하였고 <개같은 내 인생>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할리우드로 건너가 <길버트 그레이프>(1993)/ <사이더 하우스>(1998) 등 자신의 독특한 감수성이 새겨진 영화로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했다. 제45회 골든글러브상, 골든글러브상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개 같은 내 인생>은 성장영화 중 최고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의 제목은 다소 시니컬한 <개 같은 내 인생>, ‘개 같은’이 의미하는 것은 주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개의 삶도 결정되는 것처럼.. 인간의 어린 시절 삶 또한 이와 별반 짜드락 다르지 않다는 의미라고 보여진다. 어린이의 삶은 누군가의 의지에 따라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하는 수동적인 삶이며, 그러한 삶에서 경험하게 되는 감정은 현실적으로 성장 이후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영향이 크다는 생각이다.

 

영화는 12살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힘겨워 보이는 삶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무게를 새삼 실감하고, 또 소년이 그 고통을 극복해내는 과정을 보면서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되는 감동이 있는 수작이다. 이 세상은 경쟁과 효율이라는 모진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며 성공한 사람은 경쟁에서의 승리자로 각광받는다. 그러나, 그러한 틈바구니에서 낙후되었거나 추락한 인생은 대체로 ‘개같이’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새로운 꿈도 얼마든지 있다. 세상의 가치에 악착같이 꿰맞추며 꾸는 힘겨운 꿈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보다 인간적인 삶을 지향하고 공유하는 꿈. 나는 그런 유쾌하고 행복한 ‘개 같은 삶’을 꿈꾸고 있는 거다.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 '무(戊)'는 황을 의미하므로 무술년은 '노란 개, 즉 황구의 해(황금 개라고 과대평가 호도 & 상업주의 금지!)'이다. 개로 인한 시시비비도 많았던 2017년이 저물고 있다. 정치인 그리고 관리들의 또 다른 이름이 ‘개새..’로 더 이상 불러지지 않기를/ ‘개 같은 세상’이라며 사람들이 낙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공생과 조화 그리고 소통이 강같이 바다로 퍼져 나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시어 피 눈물을 쏟으신 뜻 역시 그러 하시리라 믿는다.

Prespero Ano Nuevo &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