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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사내가 만난 가을의 오딧세이

Led Zepplin 2007. 10. 5. 15:39

 

 

 

   꽃이 지기로소니 /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 울고 싶어라.

 

가을은 아직 멀었지만...

귀 기울이면 나즈막히 그 소리를 들을 수는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뜨거웠던 지난 여름, 열정의 그 긴 숨을 토해내고...

자연의 소리없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을 열어야 하겠지요...

 

 

 

안개처럼 뿌옇게 보이는 것이 어찌 풍경뿐이겠습니까?

삶도 그처럼 잡힐듯이 잡히지 않고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모습인것을...

저 작은 집속에 사는 내가...

그토록 온갖 욕망으로 한세상을 살아낸다는 것이 어떨 때는 우스꽝스럽기도 하죠...

 

 

 

가늘고 가늘은 그 얇은 거미줄도 저렇게 대단한 힘을 갖고 있군요...

삶의 아름답고 고달픈 인연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의 목숨줄도, 인연의 끈도...

어쩌면 저보다도 더 엄청난...

끈질긴 생명력으로...

또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떤 무한한 순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래전...

이젠 기억조차도 희미한 추억으로만 남아...

어느 날 문득 책갈피에서 떨어져 내려와서...

안타까운 기억이 될 그런 사진이여...

꿈이 아직도 네게 남아 있다면, 그 옛날 네가 쏘아 올렸던 그 날에 다시 태어나렴아...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