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기로소니 /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 울고 싶어라.
가을은 아직 멀었지만...
귀 기울이면 나즈막히 그 소리를 들을 수는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뜨거웠던 지난 여름, 열정의 그 긴 숨을 토해내고...
자연의 소리없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을 열어야 하겠지요...
안개처럼 뿌옇게 보이는 것이 어찌 풍경뿐이겠습니까?
삶도 그처럼 잡힐듯이 잡히지 않고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모습인것을...
저 작은 집속에 사는 내가...
그토록 온갖 욕망으로 한세상을 살아낸다는 것이 어떨 때는 우스꽝스럽기도 하죠...
가늘고 가늘은 그 얇은 거미줄도 저렇게 대단한 힘을 갖고 있군요...
삶의 아름답고 고달픈 인연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의 목숨줄도, 인연의 끈도...
어쩌면 저보다도 더 엄청난...
끈질긴 생명력으로...
또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떤 무한한 순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래전...
이젠 기억조차도 희미한 추억으로만 남아...
어느 날 문득 책갈피에서 떨어져 내려와서...
안타까운 기억이 될 그런 사진이여...
꿈이 아직도 네게 남아 있다면, 그 옛날 네가 쏘아 올렸던 그 날에 다시 태어나렴아...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