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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그리움의 이름으로

눈 내리는 들판을 걸었어. 혼자 걸었지. 끝없는 들판은 눈보라도 세찬데 한사코 바람 오는 쪽으로만 걸었어. 눈물도 흐르고 콧물도 흐르더라고. 오늘도 그날처럼 눈이 내리는데 하염없이 걸었던 그 날들의 들판이 마냥 꿈결인 듯싶네. 어제부터 내린 눈은 밤새 내리고도 멈출 줄을 모르고 지금도 내립니다. 이런 저녁나절, 아직도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독한 사람일까요. 월수 70만 원을 움켜쥐고 퇴근하던 오래전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내렸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 올라가는 골목길의 눈발은 삶의 무게만큼 힘겹도록 구부정한 내 어깨 위로 쌓였습니다. 골목길 모서리의 포장마차에 들러 빈속에 소주 한 병을 들이붓고 담배에 불을 붙이면 담배 연기는 찬바람에 흩어지며 뿌옇게 번져나가고 문득 사는 게 막막하고 ..

카테고리 없음 2022.12.30 (1)

가을 편지

깊은 밤 검은 바다에서 은빛 화살 쏘던 지난날 겁 없던 우리 젊은 시절 더운 피 열정의 사랑 아직도 잊히지 않는 그대 은파(銀波)에 출렁이던 그 달빛 사라졌어도 못내 지워지지 않는 그대 어이타 아니 오시나 낙엽마저 지는데 사랑한 것은 그리움 가슴 저리는 회한의 고독 불꽃으로 타올랐던 그 기쁨의 열창 가슴은 슬픔으로 허물어져도 사랑은 환지통으로 여울져도 망각의 북풍 추운 밤 우리의 노래 눈밭에 선 채로 장승 되어도 지금도 그대는 아름다운 추억 어이타 아니 오시나 낙엽마저 지는데

카테고리 없음 2022.10.25

안개

‘명진’ 스님을 처음 만난 것은 아주 오래 전 그날이었다. 그 출발은 한국 불교의 전래에 대하여, 학계의 일치된 견해는 아니지만 타밀 불교의 '남인도'가 ‘허왕후’ 일행을 보내 중국 '산동'을 거쳐 우리나라 남해안 지방의 '가락국'에 도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니 지루한 업무와 숨 가뿐 도시를 뒤로 하고 그 발자취를 따라 봄 한 철 아름다운 산하를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떠도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는 생각으로 길을 떠났던 터이다. 그런 바람으로 ‘순천’행 고속버스에 올라 터미널에서 하차하였다. ‘순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자 안개가 제법 시야를 가렸다. ‘두타사(頭陀寺)’ 앞에서 버스를 내려 길가에 세워둔 안내판을 바라보니 약간의 경사진 오르막을 걸어 20여 분을 걸어야 할..

카테고리 없음 2022.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