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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리움이 되어...

Led Zepplin 2007. 10. 15. 16:19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의 눈.

                                              -----  황동규의 '조그만 사랑 노래'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 정호승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읍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읍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  도종환의 '가을사랑'

 

이 세상에 그대만큼

사랑하고픈 사람있을까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마음 송두리째 사로잡아

머무르고 싶어도

머무를 수 없는 삶 속에서

이토록 기뻐할 수 있으니

그대를 사랑함이 나는 좋다

늘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은 사람

내 가슴에 안아도 좋고

내 품에 품어도 좋은 사람

단 한 사람일지라도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눈 감고 생각하고

눈을 뜨고 생각해 보아도

그대를 사랑함이 좋다

이 세상에 그대만큼

사랑하고픈 사람이 있을까

                                 -------- 용혜원의 '그대만큼 사랑하고픈 사람 있을까'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귀절 쓰면 한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  김남조의 '편지'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 정희성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저물녘이면

그대 생각

깃으로 돌아오는

새처럼......

저물녘이면

호젓한 외로움

말뚝에 몸 부비는

바람처럼......

저물녘이면

그리운 마음

빈 마당에 고이는

달빛처럼......

                ------ 허영자의 '저물녘'

 

 

꿈만 꿀 수 있으면

생각만 할 수 있으면

기억만 할 수 있으면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볼 수만 있으면

들을 수만 있으면

말할 수만 있으면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가슴으로 느낄 수만 있으면

내 영혼이 숨쉴 수만 있으면

당신의 모습을 그릴 수만 있으면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시간이 있기만 하면

사랑이 있기만 하면

당신이 있기만 하면

당신을 부를 숨결이

내게 남아 있기만 하면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  D. 호건의 '당신을 사랑할거여요'

 

 

어떻게 내가

그대없이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그대를 이미 사랑했는데

어떻게 내가

전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

그대를 향한 갈망으로

내 마음 이렇게 부서졌는데

어떻게 내가

그대없이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 한상현의 '갈망'

 

 

희망 없는 사랑을 해 본 사람만이 사랑을 안다

 

언젠가 사랑의 상처를 안고 사는
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지만 결국엔
모진 상처만 안겨 준 사랑
아픈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힘들지 않냐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겠어요?
눈물 한 방울 흘려 보지 않은 사랑이
어찌 참다운 사랑이겠어요.
전 비록 많이 아프고 많은 눈물 흘렸지만
그 사랑에 감사해요."

한 사람을 사랑한 후
철저한 외로움에 쩔쩔 매어 본
사람은 압니다.
아픔과 시련에 고개 떨구며
눈물 훔쳐본 사람은 다 압니다.
그리하여 그 사랑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스페인 시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안토니오 마치도 라는 시인은
그런 아픔이 없는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라는
사랑의 역설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다 보니
너무도 가슴이 아파
가슴 속에 가시가 있는 것을 발견했지요.
너무나 아파 그 가시를 뽑아냈더니
이젠 가슴이 없더군요"

고통 없이 피어난 사랑이
어디 있겠습니까?
눈물 한 방울 없이
아름다울 수 있는 사랑이 대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아픔과 슬픔의 거름이
뿌려진 후에야 우리네 사랑은
더욱 아름다운 꽃다지가 되는 법

잊지 마십시오.
먹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비를 쏟아낸 후에야
영혼과 영혼을 이어주는
무지개가 생겨난다는 것을.

그렇게 생겨난 무지개야말로
그와 나의 사랑을 이어주는 튼튼한
오작교가 되어 준다는 사실을... 

                                   ----- 박성철의 산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