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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순례자

Led Zepplin 2007. 10. 31. 00:31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命)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가을바람이 분다
소녀처럼 순결했던 여름 햇살을 뒤로한 채
가을은 그렇게 붉은 옷자락을 나부끼며
바람을 타고 온 세상에 순례자인냥 돌고 있다
바람결에 가을은 깊어가고
잎은 한결같이
푸른 그리움에 붉게 물들고 있다
바람에 섞여 어둠이 서려온다
거리엔 잎이 뒹굴고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듯
마음 안은 이상하게 슬픔이 솟구친다

               

                    -----------   유 화 '가을의 순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