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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비스킷의 신화(神話)

Led Zepplin 2007. 12. 16. 19:54

  

  193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전거포의 젊은 주인이던 챨스 하워드는,

거리를 질주하는 요란스러운 굉음에 깜짝 놀라며, 세상에 출현한 “자동차”라고 불리는 기계 덩어리에 경악한다.

바야흐로, 자전거의 시대가 가고 괴물덩어리 자동차의 시대가 올 것임을 예감한 하워드는... 자동차의 영업에 뛰어들어 마침내 거부가 된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사자성어는 동서양 어디를 막론하고 적용되는 모양이다.

하워드의 아들이 하필이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자, 하워드의 삶은 내리막길로 곤두박질 친다.

그리곤, 결혼생활도 파탄 나고... 하워드는 혼자 남게 된다.

 

톰 스미스라는 이름의... 잘나가는 카우보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그 서부의 광활한 땅에 거미집처럼 드리워진 철조망과 철로를 발견하고 기차가 대륙을 횡단할 것을 예감하며, 이제 자신이 지나간 시대의 하찮은 유물로 쓸모없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도박장을 떠돌며 술로 세월을 보내고, 급기야는 거리의 술주정뱅이가 되고야 만다.

쟈니 폴라드는... 활기가 넘치는 부유한 아일랜드 이민자의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집에는 항상 명작 암송과 노랫소리로 가득하고 화평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대공황기를 견디지 못한 부모가... 아들 쟈니를 목장주에게 팔아 넘겨 어쩔 수 없이 버려진 아들인거다.

경마장의 기수이긴 하지만, 내기 경마가 없을 때면 돈내기 복싱에 나가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터지며 푼돈을 벌어 목숨을 유지할 뿐이다.

죽도록 얻어터지다가 한 쪽 눈까지 실명한 폴라드는 마굿간 계단에서나 겨우 잠들 수 있는 실패한 기수일 뿐이다.

 

씨비스킷이라 불리는... 말이 있었다.

키 1미터 52센티의 작달막한 키에 다리는 휘어 늘 발을 절었으며, 똑바로 서 있는 것도 힘들어 보였고, 비정한 마주들의 손을 옮겨 다니면서 하도 얻어터진 결과로 성질도 더러워져 호흡은 거칠었으며, 영원히 버림받겠다는 각오라도 한 듯이 미친 말처럼 날뛰어서 아무리 잘난 조련사라도 섣부르게 건드려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혀를 내두르고 만다. 그러나, 다만 승부 근성을 말해 주는 그 눈만은 힘차게 불타며 살아 있었다.

1932년, 천신만고 끝에 자동차 영업을 다시 시작했던 찰스 하워드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재혼하고, 그 참에 우쭐한 마음으로 말을 한 필 사기로 결심한다. 그 말이 바로 씨비스킷인 거다.

그리곤, 팀을 결성했는데... 경마에 출전하겠다는 것인지 써커스 팀을 짜겠다는 건지... 그 팀의 말 조련사로는 술주정뱅이 톰 스미스가... 기수에는 한 쪽 눈이 안 보이는 쟈니 폴라드가 선발됐다.

 

비록 상처 받았지만, 불굴의 투지와 영혼을 가진 명마 씨비스킷과 신들린 기수 쟈니 폴라드는 조련사 스미스와 마주 하워드의 정신적 물질적 도움으로 전~~혀 될 성 부르지 않던 그들은 모두를 놀라게 하며 승승장구의 가도를 달리고 신기록 제조기로 발전한다.

그리곤 마침내 드뎌, 씨비스킷과 세 사람은 물론이고 돈 많은 흥행사들도 세기의 승부를 준비했던 것이고 것이었던 거다.

즉, 당시 3관왕 대기록을 달성한 검은 경주마 “제독(War Admiral)”에게 도전장을 던진 거다.

이 경주는 두 챔피언 경주마와 기수의 경쟁을 넘어 “두 세계” 사이의 경쟁으로 부각되었다.

두 세계의 하나는 다름 아닌 동부의 금융계와 재력가들이 가진 아름다운 명마들을 숭배하는 자들이며, 나머지 한 세계는 경제적으로 빈곤하지만 영혼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로서 불굴의 도전의식과 투지로 일어선 3인조와 “씨비스킷”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세계인 거다.

이 경주에서 씨비스킷은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1938년의 경주마로 선정된다.

 

하지만, 세기의 경주가 벌어지기 직전 기수 폴라드는 다른 말을 다루던 도중 다리가 부러지는 비극이 발생한다.

의사로부터 폴라드가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하워드는 경주를 취소하기로 결심하지만, 폴라드는 포기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결국, 폴라드의 부탁을 받은 동료 기수가 씨비스킷을 타고 출전하여 우승한다.

그러나 수개월 뒤, 씨비스킷 마져도... 경기 도중 다시는 경주할 수 없는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모든 것을 포기한 하워드는 폴라드와 씨비스킷을 노스캐롤라이나에 소재한 자신의 목장에 데려간다. 그들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그 곳에서 폴라드는 독서를 하거나 씨비스킷에게 산책을 시켜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누가 그랬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들이 서서히 믿기 힘든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겨우 걸음을 내디뎠던 씨비스킷이 느린 걸음이지만 경보 수준으로 걷기 시작하고, 이어서 겅중겅중 걷더니 마침내 씨비스킷과 폴라드는 잡풀이 무성한 언덕을 질주해 냈다.

 

그리고 1940년의 어느 날, 산타 아니타 경마장...

핸디캡의 칠판에 경기 진행 요원이 경주 출전마의 명단을 기재하는 칸에 씨비스킷의 이름을 적어넣는 순간, 경마장의 하늘을 흔들듯이 관중들은 열광했던 거다. 국민들의 영웅이 모든 장애와 불가능을 극복하고 다시 돌아 온 것이었다.

모든 장애와 불가능을 극복한 기수 쟈니 레드 폴라드를 보란 듯이 등에 태운 채 씨비스킷은... 결

승선을 통과하는 기적을 이루어 세계 경마사의 영웅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거다.

 

마침내, 2007년도 그 마지막의 결승선에 임박하여 2008년의 새 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 모두는 절름발이의 말 씨비스킷, 외눈박이 기수 쟈니 레드 폴라드, 술주정뱅이 톰 스미스에 비교해 거기서 거기 아닐까...

그렇다 한들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삶은 길고 오랜 마라톤이다... 허리를 쫘~ 악 펴고, 두 다리에 불끈 힘을 주어 버티고 서 보자... 중요한 건, 우리가 불굴의 영혼을 가진 아름다운 인간이라는 거다.

마주 하워드가 폴라드를 기수로 선발한 이유를 조련사 스미스에게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한 번 실패 했다고 해서 남은 인생을 포기할 수는 없쟈나요...!!!

또 다시 말을 타게 되면,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다구요???

그래도 가슴이 부셔지는 것보다는 낫쟈나요.....”

저를 기억하고 있는 모든 분들의 힘차고 다부진 질주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