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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혼, 카잔차키스 그리고 조르바

Led Zepplin 2008. 1. 10. 20:32

 

 

  『그리스 인 조르바』『영혼의 자서전』『그리스도 최후의 유혹』등의 위대한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1883년 그리스의 작은 섬 크레타 섬에서 태어났다.
카잔차키스의 말마따나 "한 번 부르면 가슴이 뛰고, 두 번 부르면 코끝이 뜨거워지는 이름... 기적이다. 내가 크레타 사람이라는 것은... "
크레타라는 섬은 신들을 길러 낸 그리스 신화의 보금자리인 섬이다.

 위대한 영혼이라 불리워 손색이 없는 카잔차키스의 삶은, 보이는 존재와 보이지 않는 존재,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 내재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 사색과 행동 등등의, 영원히 모순되는 반대 개념에서 하나의 조화를 창출하려는 끊임없는 투쟁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조국 그리스를 축으로 74년의 생애를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일본, 팔레스티나, 이집트 땅을 누비고 다닌 그의 생애는 오딧세우스의 떠돌기에 버금간다 하겠다.

그리스 민족 시인인 호메로스를 존재의 정체성으로 삼은 그는 어느 날, 성인의 가르침과는 사뭇 다른 어느 파계승의 고해를 듣는 순간...

기독 종교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새로운 십계명을 찾아 인생의 긴 여정에 오르게 됐다는 거다. 그에게는 육체와 영혼을 뛰어 넘는 십계명이 필요했던 거다.
존재와 신의 관계에서 고뇌했던 그는 베르그송의 생철학을 체험하고, 니체의 '초인'을 조우하여 심취한다.

 영원히 모순되는 반대 개념에서 하나의 조화를 창출하려는 끊임없는 그의 투쟁은, 1930년 즈음부터 불교적인 결론을 엿보이기 시작한다.
《1. 주여, (존재하는 건 당신과 나뿐)이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2. 주여, (당신과 나는 하나)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3. 주여, (이 하나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1. 주님, 나는 당신의 손에 든 활입니다. 당겨 주소서...
2. 주님, 너무 세게 당기지는 마소서. 나는 약한지라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3. 주님, 마음대로 하소서. 부러뜨리든 말든 뜻대로 하소서...》
이처럼 (영혼의 단련)에 나오는 두 단계의 기도와 세번째의 기도를 주목해야 한다.
지극히 이성적이던 그의 문학은, 불교적 세계관과 만나면서부터 불교적인 선풍을 내비치기 시작한였으므로...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으로 마지막으로 꼽은 사람은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인 실제 인물 조르바이다.
카잔차키스가 지향하던 긍극적인 가치의 하나는 「메토이소노(聖化)」, 즉 '거룩하게 되기'...
다시 이야기한다면, 물리적, 화학적 변화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가 바로 그 「메토이소노(聖化)」라는 것.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은 물리적인 변화이고, 포도즙이 마침내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인 변화다.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성체」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라는 거다.

 

사업이 거덜난 날, 세상에 거칠 것이 없는 자유인 조르바는 바닷가에서 춤을 추었고...

책상물림인 (나), 즉 카잔차키스는 그 조르바를 그린 『그리스 인 조르바』를 썼다. 이것을 두고 카잔차키스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보라, 조르바는 사업체 하나를 (춤)으로 변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거룩하게 만들기」이다.

나는 조르바라고 하는 위대한 자유인을 겨우 책 한 권으로 변화시켰을 뿐이다"
조르바 자신도 카잔차키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두목, 음식을 먹고 그 음식으로 무엇을 하는지 대답해 보시오. 두목의 안에서 그 음식이 무엇으로 변하는지 설명해 보시오. 그러면 나는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일러 드리리다."

두 번의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그에게 영국의 문예 비평가 콜린 윌슨은 아래와 같은 글로 그를 평가했다.
"카잔차키스가 그리스 인이라는 것은 비극이다.

이름이 (카잔초프스키)였고 러시아어로 작품을 썼더라면, 그는 똘스또이, 도스또예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에 대한 지극히 독창적인 해석은 그리스 정교회와 교황청의 노여움을 사게 되고, 결국 파문까지 당하게 된다.

 

  “새끼 손가락 하나가 왜 없느냐구요?
질그릇을 만들자면 물레를 돌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왼손 새끼 손가락이 자꾸 걸리적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도끼로 내려쳐 잘라 버렸어요.”

“하느님요? 자비로우시고 말고요.
하지만 여자가 잠자리로 꾀는데도 이걸 거절하는 자는.. 용서하시지 않을 걸요.
거절당한 여자는 풍차라도 돌릴 듯이 한숨을 쉴 테고, 그 한숨소리가 하느님 귀에 들어가면...
그자가 아무리 선행을 많이 쌓았대도 절대 용서하시지 않을 거라고요.”

“도 닦는데 방해가 된다고 그걸 잘랐어?
이 병신아, 그건 장애물이 아니라 열쇠야, 열쇠.”

“결혼 말인가요? 공식적으로는 한 번 했지요.
비공식적으로는 천 번, 아니, 3천 번쯤 될 거요.
정확하게 몇 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요?”

“확대경으로 보면 물속에 벌레가 우굴우굴한대요.
자, 갈증을 참을 거요, 아니면 확대경을 확 부숴 버리고 물을 마시겠소?”

“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쌓아 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랴,
그러면 알아요? 혹 인간이 될지?”
                       -----『그리스인 조르바』중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

크레타 섬에 있는 카잔차키스의 무덤에는, 생전에 그가 마련해 놓은 묘비명이 다음과 같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삼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조르바의 영혼에게 고개 숙여 깊은 감동과 감사를 표한다.

                                                                 ------  憔隱堂 Al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