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아름다운 로맨스 그레이

Led Zepplin 2008. 3. 18. 19:40

   유대교의 유명한 선생이자 재판관인 랍비 아키바가 여행을 떠났었다.

그는 나귀와 개와 작은 램프를 갖고 있었는데,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허름한 헛간을 찾아 그곳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그러나,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른 시각이어서 램프에 불을 켜고 책을 읽었다. 그 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램프의 불이 꺼져 버려 그는 별 수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공교롭게도 그날 밤, 여우가 랍비의 아끼던 개를 죽였고, 사자는 나귀를 죽여 버렸다.

아침이 되자, 허탈해진 랍비 아키바는 램프만을 챙긴채 외롭게 출발했다. 마침내 어떤 마을에 들어가니,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도 없었다. 지난 밤에 도적떼가 들이닥쳐 마을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몰살시켰다는 것이다.

랍비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간은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나쁜일이 좋은 일로 뒤바뀌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바람이 불지 않아 램프가 꺼지지 않았더라면 도적떼에게 발견되었을 것이며, 개가 안죽었더라면 개가 짖어 도적에게 발견되었을 지도 모른다. 나귀도 특림없이 소란을 피웠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덕분으로 그는 도적떼를 피하게 된거다.

때론, 삶에 있어서 잃는 것이 얻는 것. 지금 실패했기 때문에, 후일 성공할 수 있는 거다... 그러므로, 어떠한 상황일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않된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우리는 시대적 환경도 어렵지만... 아무 것도 한 일없이 나이만 먹어 버렸다는 허탈감으로  자신감이 없어지고,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무기력감이 늘게 되고 초조하게 된다... 나이들어 간다는 것이 죄가 아니련만,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현실은 늘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런 속에서도 우리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본보기의 로맨스 그레이를 외치는 멋진 선배들을 볼 수 있다...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에 "물 쫌 주소""행복의 나라로 갈테야"를 목 터지도록 소리치게 했던 아름다운 포크싱어 송라이터 한대수...

그 시절에 비상식적인 노래를 불렀단 이유로 ?기듯 떠나서 미국을 떠돌다가 다시 돌아온 한대수는 우리들의 젊은 날을 문득 다시 돌아 보게 해준 고맙고 멋진 로맨스 그레이다...

요즘의 젊은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첫째는 경제적으로 부유해졌고, 그건 세련되었다는 뜻이고, 문화적인 흡수를 많이 해서 코스모폴리탄, 세계적인 관념도 생겼고, 남자든 여자든 예뻐졌고... 그런 게 있어요. 그리고 문제라면, 세계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인터넷 혁명 이후에 너무나도 좀 모든 게 가벼워졌어... 아트이건 생각이건 모든 게 다, 라면이 되어 버렸어. 과거에는 라면도 있고 밥도 있었는데, 지금은 죄다 인스턴트가 되어 버린기라... 노력도 안하고 도서관에서 책도 안 읽고. 사람 관계도 그럴 것 같고. 인스턴테이니어스라고 한단 말이지. 모든 게 순간적이 된 거지"라고 평한다.

우리 세대가 더 우월했단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린 그래도 고뇌랄지 삶과 세상에 대한 아픔을 함께 느끼려고 하는 정도의 노력은 있지 않았을까...

 

이런 이야기 속에서라면, 빼놓으면 서러워할 약간의 광기가 있는 우리 시대의 또 다른 가인 조영남...

이야기 자리가 마련되면 빼놓지 않고 나오는 어머니의 망신스런(?) 가짜꿀 제조 이야기와 졸면서도 일하시던 어머니의 능청... 조영남의 부모님 이야기를 들으면 썰이 한도 끝도 없고 웃다가 배고프다...

그렇게 자식을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가 계셨기에 조영남 형제분이 우뚝 선거다...

조영남은 나이가 들면서 노래가 더 좋아진다... 노래가 맛이 들고 익어간다...

웃기는 건, 히트한 노래라곤 "딜라일라" "화개장터" 정도일 뿐 별개 없는데도 불구하고... 비주얼이 되냐 하면 그것두 아닌데도, 우리나라의 톱싱거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낀다는 거다...

그림도 더 좋아져 가고 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남이형 화이팅이다...

 

아직 이 연륜의 반열에 올리기는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왕 가수를 읊었으니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가왕(歌王) 용피리 옵빠를 짚고 가야할 것 같다...

"꿈""여행을 떠나요""킬리만자로의 표범""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바람이 전하는 말"...

다 적는다는 것은 활자의 낭비일 뿐이다...

요즘 시중에 회자되는 이야기 한토막...

'오적'의 시인 김지하가 감옥에서 나와 강원도 원주에서 칩거하던 1980년대 초반. '창 밖의 여자' 등 히트곡을 몰아쳐 대중음악계를 평정한 조용필이 김지하 시인을 찾아갔더란다.

호형호제했다는 시인과 가수는 술집에서 노래시합을 벌였는데, 여러 곡을 주고 받은 끝에 노래 '촛불'의 가사를 묘하게 비튼 김지하 시인 앞에서 가왕이 항복했다고 전해진다.

김지하 시인이 '흐대는 훼 홋불을 히셨나요? 흐대는 훼 홋불을 히셨나요? 연약한 이 마음을 후가 후가 히히려나―!' 했다네...^^
조용필 역시 나이들면서 더욱 노래의 연륜이 맛있게 익어가는 죽이는 남자다...

 

은근하고도 품위있는 우리시대 최고의 지성인 선배 이어령 교수...

충남 아산 촌동네에서 출생한 이어령은 부여고와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 1959년에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이교수는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여 문단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당대의 비평가 김춘수 등과 함께 현대평론가협회 동인으로 활약했으며 전후세대 비평가로서 큰 활약을 했다. 이화여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문학사상> 주간 시절에 크게 필명을 떨쳤고, 문화부 장관도 지냈다.

'구약 시대의 신은 어린 양의 생혈(生血)을 빨고 비대했다. 인간이 고아처럼 손을 벌리고 무엇인가 바랄 적에, 신은 목상의 얼굴로 침묵했다. 풍금을 울리지 마라. 지친 탕아가 될지라도 버리고 온 고향을 더 이상 찾지 마라. 이제는 잡아줄 양조차 없어, 신들은 모두 굶주렸는데, 홍수가 나더라도 우리 다시 노아의 방주를 만들지 말자.'

이어령 교수의 <지성의 오솔길>에 나오는 비장한 선언문 비스무리한 거다...
교수는 <화전민 지역> <신화 없는 민족> <카타르시스 문학론> 등의 평론을 통해 우리 문학의 불모지적 상황에서 새로운 터전을 닦아야 할 것을 주장했으며, 이데올로기와 독재 체제의 금제에 맞서 문학이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한 평론가이다.

<실존주의 문학의 길> <현대소설의 반성과 모색> <한국소설의 맹점> <현대의 문학이론> 등이 대표적 평론이며 <장군의 수염> <무익조> <전쟁 데카메론> 등의 소설을 발표하였다. 수필집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지성의 오솔길> <차 한 잔의 사상>은 우리 시대의 불후의 명저로 꼽힐 터...

무교로 일관하던 이어령 교수는 최근 기독교에 심취되어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 한 토막...

국회의원과 어린 아이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1) 토실토실 살이 올랐다 (2) 하는 일없이 놀고 먹고 자고 싸운다 (3) 주변을 어지럽힌다 (4) 소리지르고 땡깡만 부리면 다 되는 줄 안다...

그렇담, 차이점은? 어린 아이에게는 "우리 강아지~"라며 달래지만, 국회의원에게는 "저 개새X들"하고 손가락질 한다.

그러나, 요즘 매스컴의 스타로 화려하게 등장하여... 펄펄 날던 신한국당이 시궁창에 꼬라박혀 있는 사이에, 통합민주당을 기사회생시킨 장본인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

당대표인 손학규와 민주당에서 합류한 박상천 대표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는 고집불통/ 안하무인/ 말이 안통하는 소죽은 귀신으로 불리는 대쪽같은 싸나히...

오죽 이 나라의 정치판이 비상식과 이기적인 정치논리와 국민을 우습게 아는 모리배들이 설쳐댔으면, 저렇게 굽히지 않는 연륜이 묻어 나오는 소신에 민중이 박수를 치고 있겠는가...

모처럼 어른을/ 남자를 보는 것 같아서 행복하기 그지없다...

 

 또 한 분, 우리 시대의 이단아 소설가 이외수...

금번 대선 전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성조기를 입은 개'로 표현했다.

대통령 후보로써 국민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보다는, 자신들의 목표를 위하여 지나치게 친미적이라는 것일 게다.

이외수는 '성조기와 강아지'란 글에서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는 어느 대통령 후보의 망언을 지적한 게시물이 여러 신문에 보도된 뒤로 각양각색의 반응들이 있었다"며 "그런데 그분의 망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기를 쓰고 두둔하시는 '대인배'들이 의외로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앞으로 대한민국은 그분들의 거룩한 애국심에 힘입어 세계로부터 문화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나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자부심이 느껴지느냐"고 말했다.

선생은 또 특히 미국 성조기를 몸에 두른 강아지의 합성사진과 함께 동요 '태극기'를 개사해 "성조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성조기는 남의 나라 깃발입니다. 강아지가 바람에 팔짝 뜁니다. 강아지는 우리 나라 개새낍니다"라고 적었다...

대한 남아의 호연지기가 살아있는 대단한 배짱과 날카로운 지적이다...  

 

작가 이윤기 선생도 로맨스 그레이로 불려 부끄러움 없으신 분이다...

선생은 고2 때 이어령 선생의 <지성의 오솔길>이란 책을 읽었단다. 그 첫 문장에... '허공을 향하여 독침을 쏘고 지상에 떨어진 웅봉(雄蜂)의 시체를 본다.' 는 문장을 읽는 순간, '스물 여덟 살의 재능 있는 청년이 작가의 미래를 이토록 비참하게 보는구나' 하는 걸 느꼈으며, 본인이 작가가 된다면 선생 역시도 '허공을 향하여 독침을 쏘고 지상에 떨어진 수펄의 시체'가 되겠구나 하는 비장감을 느꼈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은 성결대학을 중퇴하고, 훌륭한 글쓰기의 명인이 되셨으니 인생이란 참으로 알기 어려운 것이라 하겠다... 
선생은 신화학자이면서 소설가, 번역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도 자신은 ‘소설가’라고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닮아야 할 신화 속의 인물은 누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선생은 ‘피그마리온’을 꼽았단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피그마리온은 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여성을 만나지 못해 직접 조각한 여인상과 사랑에 빠져 신의 도움으로 사람이 된 그 조각상과 결혼한다. “사랑을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 대상을 마치 내 애인처럼 여길 만큼 열렬하게 빠지는 것 말이에요.”... 살짝 부끄럽다... 진정한 선배란 후배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 주는 분들인지도 모르겠다...

비유와 은유로서 모든 것을 압축시켜 표현하는 신화처럼 선생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신화의 인물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꼽는단다. 그것은 바로 시적인 풍부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디오니소스가 자신이 닮고 싶은 영혼의 모습이 아닐런지...

 

우리 곁에는 이렇게 아직도 청년 못지않은 패기와 노련한 경륜을 갖춘 아름다운 올드보이 선배들이 있다...

시대가 비록 우울하고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치졸하게 늙어 가지 말자...

한반도 유사이래 최대의 국운 융성기라고 하는 현 시대에, 대한민국을 세계에 드높게 알린 대단한 기업인이거나 정치인 중에서 아름다운 로맨스 그레이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불행이다...

조선 시대와 근세기에는 멋진 로맨티스트들이 즐비했건만...

'어부사시사'의 윤선도/ 다산 정약용/ '홍길동전'의 허균/ 연암 박지원/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 세조의 쿠데타에 맞서 출사의 길을 버린 김시습/ 을사늑약을 죽음으로 항거한 민영환/ 백범 김구선생 등 명멸하는 수많은 별들을 어찌 다 헤아릴꼬... 

 

요즘은 돈과 명예가 없으면 남자로 취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분야에 몰두 할 수 밖에 없어서, 작금에는 아름다운 로맨티스트를 만나지 못한다면 참으로 돈과 명예로 넘쳐나는  현실이 원망스럽다...

돈많은 남자라는 것을 옷으로 차로 악세사리로 치장하고 다니는 남자... 명예를 자랑하기 위하여 검은 색 고급 승용차에서 꼭 자동차 문을 열어줘야만 내리는 손모가지가 부러진 남자... 디룩디룩 부유한 남자... 낫살이나 쳐먹었으면서도 뺀질거리는 피부에 헬스로 날렵하게 몸을 조련한 남자... 골프채를 생활용품으로 달고 살면서도, 돈없고 힘없는 사람에게만 욕 또한 주둥이에 달고 사는 남자... 본인도 지킬 수 없는 말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언필칭 사회지도층 남자... 

 

이제 우리도, 그저 굶어 죽지 않고 차가운 땅바닥에서 얼어 죽지 않을 만큼은 산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안되면, 그건 이제 어려운 거다... 서양 속담에 "내 인생의 목표와 희망은 항상 마음의 등대로 곳추세우되, 돈과 명예에 매달려 추하게는 늙어 가지 말자... 좀 없고 좀 부족하면 어떤가 다만 약간 불편할 뿐이다... 어차피 나이들어 늙어서 있어 봤자 그거 자기 돈 아니고, 자식들 돈이더라... 없이 살아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며 건강하고, 멋지게 늙어 가는 모습을 우리 후배와 자식들에게 보여 주면서 살자...

너희들의 선배와 부모들은 그렇게 아름답고 멋진 로맨티스트였으니, 너희도 그렇게 멋지고 아름답게 살면 어떻겠느냐고 말이다...

오늘도 봄의 기운으로 흠뻑 젖은 해풍은 바다에서 육지로 따뜻하게 불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