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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후안마이에게

Led Zepplin 2008. 3. 21. 15:02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베트남에서 시집온 꿈많은 소박한 신부 후안마이는, 2006년 12월 결혼정보업체를 통하여 베트남 현지에서 선택당한 그 날로 식을 올렸다. 후안마이를 선택한 한국인 장아무개와 2007년 5월 입국하여 그 달 16일부터 충남 천안에서 그 녀는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후안마이는 신혼이 시작된 두어달만인 2007년 7월 천안의 어느 지하 셋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갈비뼈가 18개나 부러져 있었다. 범인은 놀랍게도 46살의 남편이었다.

2007년 5월 입국하여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신방을 차렸지만, 그녀의 꿈은 곧 깨졌다. 남편은 술꾼이었고 손찌검도 서슴치 않았다. 말도 당연히 통할 리 없었다. 소박한 꿈을 상실한 그녀는 한 달 만인 6월 베트남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자, 술에 취해 귀가한 남편 장아무개는 '사기 결혼'이라며 그녀를 마구 때려 결국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하고 만거다.

 

대전고법은 그녀의 남편인 살인범 장아무개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질책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내용을 판결문에 담았다.

재판장은 "공식 문서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조금이라도 억울함이 풀릴 것 같다"고 말했으며, 재판부도 용서를 구하는 반성문을 썼다.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이 땅의 아내가 되고자 한국을 찾은 베트남 신부의 예쁜 소망을 지켜줄 수 있는 역량이 우리에게는 없었습니다”

재판부는 “어린 나이에 서로 이해하고 위해주는 애틋한 부부관계를 이루고, 빨리 한국생활에 적응하면서 따뜻한 가정을 이루겠다는 소박한 꿈을 품고 한국에 왔지만... 남편의 무관심과 배려 부족, 어려운 경제형편,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도 누리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아픔을 추측했다.

 

재판부는 이어 “타국 여성들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 취급하고 있는 인성의 메마름, 언어문제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한 남녀를 그저 한 집에 같이 살게 하는 것으로 결혼의 모든 과제가 완성됐다고 생각하는 무모함, 우리 사회의 총체적 미숙함과 어리석음은 이 사건과 같은 비정한 파국의 씨앗을 필연적으로 품고 있다”며 “21세기 경제대국, 문명국의 허울 속에 갇혀 있는 우리 내면의 야만성을 가슴 아프게 고백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시대의 우리 자신을 회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이 사건이 장씨에 대한 징벌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국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사람과 결혼해 이역만리 땅에 온 뒤 단란한 가정을 이루겠다는 소박한 꿈도 이루지 못한 채 살해되어 짧은 인생을 마친 후안마이의 영혼을 조금이라도 위무하고 싶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여기 후안마이 그 녀의 애틋한 편지를 옮기며, 한국인으로서의 자괴감과 함께 그 녀의 영혼에게 진실한 속죄와 그 녀의 영명을 위한 명복을 간절하게 빌어 본다...

후안마이는 죽기 전날, 베트남어로 “당신과 저는 매우 슬픕니다...”로 시작하며... “남편이 어려운 일 의논해주고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아내를 제일 아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이고... 한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 일인지 모르고 있어요”라고 지적했다.

“내가 당신을 기뻐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도록 당신이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를 바랐지만... 당신은 오히려 내가 당신을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나는 한국에 와서 당신과 저의 따뜻하고 행복한 삶, 행복한 대화,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을 희망했지만... 당신은 사소한 일에도 화를 견딜 수 없어하고 그럴 때마다 이혼을 말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건강은 어떤지 알고 싶어요... 제가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도록 당신이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길 바랐지만, 당신은 오히려 제가 당신을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저는 당신이 맘에 들면 고르고, 싫으면 고르지 않았을 많은 여자들 중 한 명일 뿐이에요... 제가 베트남에 돌아가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과 저는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어서 내가 한국에 왔을 때 대화할 사람이 당신 뿐이었는데... 누가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로 하느님이 장난을 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더이상 무엇을 적을 것이 있고 말할 것이 있겠나요...”라며 글을 맺었다.

 

다시 한 번 그녀의 명복을 빌며, 그녀에게 용서를 비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