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너희가 정치를 아느냐?

Led Zepplin 2008. 4. 11. 19:23

 

 
   민심을 따르면 흥하고, 거스르면 망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에 전해져 오는 진리이다.

‘하늘은 백성의 눈으로 보고, 백성의 귀로 듣는다(天視自我民視 天聽自我民聽)’는 말은『서경(書經)』의 가르침이며, ‘민성(民聲)은 천성(天聲)(Vox Populi, Vox Domini)’이라는 말은 대로마제국의 금언이다. 대왕 세종도 '첫째도 백성, 둘째도 백성, 셋째도 백성'을 생각하여 성군의 정치를 펼쳤다고 볼수 있으며, 마키아벨리 또한 “민중은 군주보다 항상 더 현명하다”고 했다.

일본의 쇼군 도꾸가와 이에야스도 자신의 청빈한 삶과 주어진 권력을, 백성을 위하여 덕치를 베풀었기 때문에... 수백년간 전쟁에 시달려온 백성들을 구해냈으며 에도막부는 300여년간의 태평세월을 구가하여 오늘의 문화대국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었던 거다.
요새 이명박 대통령이 '역시, 국민이 정치보다 앞서 가고 있다'고 말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는 거다. 관청(官廳)의 ‘청(廳)’자가 본래 ‘듣는 집’이란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결국,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이란, 어깨에 힘을 주는 정파의 보스가 아니라 민중과 교류할 수 있는 능력, 민초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는(낮추는게 아니라) 겸허한 자세이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의 뿌리는 국민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국민의 ‘소리 없는 소리’를 귓구멍으로 들으려 하지 않는 정치인의 교만함에 있는 거다.

 

  경남 사천의 농투사니 강기갑이 사천에서 47.69%의 엄청난 득표로, 한나라당의 주역 사무총장 '이방호'를 누르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강기갑'의 당선이 한나라당의 공천사태에 대한 반사이익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공천사태의 주역 '이방호'를 낙선시키기 위하여 '박근혜'의 지지세력이 음성적으로 '강기갑' 후보를 적극 지지했고, 그러한 결과로 '강기갑'이 당선됐다는 이야기.

역시나, '박근혜' 세력의 지지가 득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하겠다. 그러나, '박씨정파'의 지지만으로 당선됐다고는 말할 수 없는 확실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사천에서의 민주노동당 정당 투표의 득표율이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가 보여주듯이, 민노당의 다른 지역과는 크게 구분될만큼 사천에서는 23.43%라는 대단한 정당 투표 득표율을 보여준다(민노당의 전국평균 정당투표 득표율은 고작 5.68%).

이렇게 높은 사천에서의 민노당의 지지도는, 민노당이 잘해서 이거나 민노당이 이뻐서가 아니라 '농민' '강기갑'의 당선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거다.

물론, 사천시 주민들은 '농민' 강기갑 뿐만 아니라 강기갑이 속한 민노당을 지지하고도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왜... 어떤 이유로... 사천시에서는 현 정권의 골리앗을 일개 촌노인이 침몰시키는 엄청난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기적의 해법은, 다름아닌 '강기갑' 의원이 그동안 민노당을 통하여 몸을 던져 보여준 치열한 의정 활동에 있었던 거다. 강의원은 대한민국 권력의 상징인 국회의원이기 보다는 국회의 안팎에서 철저하게 '농민'들의 이익을 위하여 주야를 가리지않고 고군분투 노력했던 분이다.

국회에서 쌀 개방이 논의될 때... 이 땅의 모든 농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한미FTA가 논의될 때... '강기갑'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농민'의 이익을 대변해서 투쟁했던 거다. 국회의원의 체면이나 위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농민'에 대한 뼛속 깊은 애정이었던 거다.

사천의 농어민들은 백 마디의 감언이설보다 강기갑의 진실된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을 것으로 본다. 그러한 그 결과가 바로, 한나라당의 '이방호'를 뒷발로 걷어차고 농투사니 '강기갑'에게 몰표를 몰아 주는 것으로 표현된 거다.

대한민국의 민노당과 진보진영 그리고, 공산당이 그렇게 오랫동안 이루지도 못하면서 조딩이로 부르짖기만 했던 '계급투표'가 사천에서 이렇게 처음 성공적으로 실현된 거다.

정치를 한답시고 민초를 등쳐먹는 인간들은, 어떻게 해서 국민을 위하고 노동자 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며 자기 자신도 출세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강기갑'의원의 그 동안의 의정활동을 자세히 들여다 보라.

잘났고 운이 좋으며 실력있는 10%를 뺀... 못 배워서, 돈이 없어서, 운이 나빠서, 비정규직이라서, 농어민이라서, 백수라서 고통받고 있는 90%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정치인이 늘어 놓는 말의 잔치가 아니라 고뇌하고 행동하는 실천인 것이다.

 

금번에 낙선한, 잘 못한 일도 많았지만 돈과 투기에 대해서는 욕심없던 깨끗한 사나이...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이재오' 장군의 회한 가득한 낙선담도 곱씹어 볼만하다.
다음은 '이재오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편지'이다.

 

사랑하는 JOY 회원여러분,
4월 9일은 참으로 서러운 날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중략)

누군가를 주체로 세워 나라를 더욱 새롭게 만들겠다는 것,
서럽고, 가진 것 없는 이웃들과 함께 좋은 세상 만들어 보겠다는 것,

(중략)

텅 빈 유세차를 아들과 타고 낙선인사를 돌았습니다.
그렇게도 참고 참았던 눈물이,
시장노점상들이 손을 흔들면서 격려할 때 그냥 쏟아졌습니다.

은평에 들어온 지 40년,
국회의원을 한 지 12년,
자전거로 골목을 누빈 지 15년,
눈물방울 속에 그대로 녹아났습니다.

그러나 어쩌랴,이것이 민심인 것을,
성난 민심의 바다는 사실은 조각배인데
거대한 함선인 줄 알고 침몰시켜 버렸는데,

세상을 살만큼 살았고,
12년간의 정치라면 결코 짧지도 않습니다.
정치 입문 12년 만에 정권도 교체했고, 대통령도 만들었습니다.

(중략)

삼베옷에 맥고모자 쓰고 몇 평의 땅을 구해서
땅과, 바람과, 하늘을 벗 삼아 살고도 싶습니다.

청풍이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한다
사랑을 버리고,
미움도 버리고,
살다가 가라 한다는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중략)

낙향해서 정치와 단절하느냐,
재기를 도모하느냐?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 속에 조그만 아집도,
다 벗어 던지겠습니다.
인간 이재오 그대로 남겠습니다.

 

청렴한 이재오 의원과 정동영 의원의 권토중래를 지켜보며, 모든 정치인들이 누구를 위하여 어떻게 정치를 하여야 할 것인지를 간절하게 되뇌어 보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햇살이 따스한 길가 돌위에 주저앉아 졸며 바라보니, 양지바른 곳에서 핀 벚꽃은 어느새 벌써 지고 있지만, 응달에 있던 벚나무에서는 이제 막 예쁘게도 꽃이 피어나고 있기에 중언부언 혼자 지껄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