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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 / 죽기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Led Zepplin 2008. 4. 19. 21:37

 

  자동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는, 갑작스레 찾아온 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어느 날, 대학의 신입생 시절에 자신의 철학교수가 과제로 내주었던 <버킷 리스트>를 떠올린다. 하지만 46년이 지난 지금,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는 <버킷 리스트>는 잃어버린 꿈이 남긴 쓸쓸한 추억에 불과하다.
재벌 사업가인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돈 안 되는 <리스트>에는 관심이 없다.

돈을 벌고 사업체를 늘리기에만 바쁜 그는 인수 합병이나 고급 커피 외에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은 스파가 아니기 때문에 예외없이 2인 1실'이라는 에드워드 자신이 만든 자기 병원의 원칙때문에 본의아니게 흑인 카터와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뜨악한 표정으로 처음 면상을 맞이했던 지극히 대조적이고 이질적인 두 사람이지만, 서로에게는 중요한 일치점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를 돌이켜 보고 정리할 필요가 있으며... 또 남은 삶의 시간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의사와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병원을 뛰쳐나간 두 사람은 '리스트'에 적어 놓은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행한다. 타지 마할... 세렝게티 초원... 이태리의 최고급 레스토랑... 깡패의 소굴같은 문신집... 갖고 싶었던 구형모델 스포츠카를 몰고 경주하기... 스카이 다이빙...

두 남자는 함께 적은 리스트대로, 남은 시간동안 그들이 해보고 싶었던 또는 오랫동안 소원했던 일들을 경험한다.
신비롭고 웅장하며 아름다운 이 세상을 통하여, 리스트를 지우기도 하고 더하기도 하면서 어떤 인간이라도 갖고있으며 풀어나가야 하는 삶의 진지한 문제들 '나는 누구인지... 내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골몰하고 충돌하면서 대조적 유형인 두 사람은 여행중에 본의 아니게 진정한 우정까지 나누게 된다.

 

영화의 제목인 '버킷 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만든 목록을 뜻한다고 한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 죽음을 목전에 두고 누구나 후회할 수 있는 것은, 마음에는 있지만 아직 못해본 일일 것이다.
'열심히 살되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들랑, 더 늦기전에 하면서 살아라... 삶은... 지구는... 아름답다!!!'

영화 속 상반된 대조적인 두 캐릭터는 자신의 삶에 대해 서로 다른 후회를 갖고 있다.

잭 니콜슨이 연기한 에드워드는, 원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는 억만장자로 돈을 벌기 위해 모든 열정을 바치느라 사생활은 없었으며 사업가로 성공은 했지만 인생의 재미는 별로 느끼지 못했다.
모건 프리먼이 열연한 흑인 카터는, 큰 꿈이 있었지만 가정에 대한 의무감때문에 인생의 진로가 자동차 정비공으로 변해야 했다. 노동을 통하여 좋은 남편이 되고 자식들을 훌륭하게 교육시켰지만 카터 본인의 꿈은 접어야만 했다. '나는 어떤가?'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연기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한...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배우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의 만남은 자신들의 역할에 특유의 카리스마와 분위기를 집중시켜 그들만의 '멋'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잭 니콜슨은 작렬하는 카리스마로, 모건 프리먼은 동양적인 리더(Reader)와 같은 분위기로 역할을 수행했다. 발군의 배우이자 뛰어난 작가이며 문장가인 잭 니콜슨(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배트맨/ 이봐 더 좋을 순 없다)은 대사를 사색적으로 개성 있게 만드는 능력을 발휘하였으며, 오랜 경험과 철학적 연기자인 모건 프리먼(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쇼생크 탈출/ 세븐/ 용서받지 못한 자)의 연기는 진지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녹여온다. 기대했던 것처럼, 두 대단한 연기자들은 서로를 보완하고 융화하면서 극을 이끌어 가는 동안... 영화 <버킷 리스트>는 아름답고 가슴에 와 닿아 심금을 때리는 대사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유머와 감동으로 메타포를 이끌어 간다.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적어보면 누구에게나 <버킷 리스트>가 있다. 인간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하지만, 우린 종종 생활에 갇혀서 원치 않는 또는 전혀 원치않는 방향을 향하여 밀려간다. 서글프지만 살면서 꿈을 좇기란 쉽지 않다. <버킷 리스트>는 한발 나아가 주검을 목전에 두고도 꿈을 실현코저 용기를 내는 두 사람의 로드무비이다.

 

주검을 눈 앞에 둔 두 남자의 여행을 통한 진정한 변화는, 이 둘이 나누는 의미심장한 대화와 성찰을 통해서이다. 행선지마다 그들은 웅장한 풍경과 인간이 역사를 통하여 이룩한 대단한 건축물과 자연의 신비를 통하여 삶의 새로운 단면을 깨닫고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계기로 승화시킨다는 거다.
우리모두는 음식을 먹고 일을 하고  여행을 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세계 여행을 하고,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세랭게티 초원을 내달려 보는 건 우리가 삶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은 아니다.
영화가 이야기하고저 하는 것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가족 그리고 친구 또는 인간과의 관계라고 보는 거다. 감독이 그것을 이야기했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내 삶을 정의할 수는 없는 것일 거다. 그럼, 나는 내 삶의 완성과 역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 걸까... 그것은 지금 내가 생각하고 결정해야할 절대적 존재 나의 화두인 것이다.

 

영화는 철학적 주제를... 두 명의 명배우의 연기를 통하여 지루하지 않게 오히려 코믹을 섞어 극을 이끌어 갔지만, 좀 더 동양적이고 불교적인 사색을 포함하여 살아온 삶을 치열하게 반추해 보는 회고의 미학과 인생의 의미를 심오하게 파고들지 못했다는 --- 예를 들면, 세랭케티 초원에서 누우떼가 강을 건너기 위하여 강속으로 뛰어 들어 도강하는 장면이야말로 인간의 역정을 리얼하게 묘사할 수 있는 장면일 수 잇는데도 생각없이 잠시 보여주기만으로 처리했다는 점이라든지... 밤 비행기안에서 창밖으로 보여지는 북극의 모습을 좀 더 상세하게 보여 줌으로써 신비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해 낸다던지 등 --- 인간의 희노애락을 촘촘하게 감동적으로 들여다 보지 못하고 주마간산으로 처리했다는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겠다.

아래 카터의 대사는, 곱씹어 볼만하다... "우리네 삶은 흐르는 물과 같다네... 하나의 강에서 만나 폭포너머 안개속 천국으로 흐른다네... 삶의 기쁨을 찾게, 친구여... 눈을 감고 강물에 몸을 맡기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