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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木浦) 화첩(畵帖)

Led Zepplin 2008. 11. 27. 17:39

 

 

  목포 하면, '유달산'과 '목포의 눈물'이 떠오른다...

유달산엘 오르면 이난영의 노래비가 있다.

이렇듯,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있어서 목포는 더욱 서럽고 한(恨)이 있는 지방으로 각인되어 온다.

그 노래 때문인지 홍탁 때문인지 세발낙지 때문인지, 왠지 목포에 오고 보니 술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유달산에서 내려다 본 목포시의 모습...

정자의 뽀족한 첨탑위로 보이는 세 무더기의 왕릉처럼 보이는 곳이 그 유명한 '삼학도'.

 

 

유달산은 돌산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목포는 어딜 가던지 돌이 많다... 목포는 돌로 된 동네.

 

 

 

유달산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 일품이다...

서해바다에 익숙한 나에게 목포 앞 바다는 정말 아름답다...

 

 

나에게 목포는 이번이 두번째 여행이다.

고등학생 시절에 처음 와봤고...

그 무렵도 뭔지 아득한 외로움으로 심하게 버둥거리던 어느 날... 

문득 야간기차를 타고 목포를 향하여 내려가다가 덜컹거리는기차안 의자 창가에서 비몽사몽으로 졸고 있는데...

어느 순간 여학생들의 요란하고도 심한 사투리에 놀라 잠 깨어 바라보니 옆과 마주 바라 보이는 주변 의자엔 하얀 교복의 여학생들이 잔뜩...

목포에 거의 다 왔다... 멀리 여명이 터 오고...

목포지방 근처의 학생들에겐 그 기차가 아침 통학열차였던 모양이다.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김지하 / 타는 목마름으로

 

** 목포가 낳은 대단한 시인 김지하는 1966년 서울대를 졸업했다.

1970년《사상계(思想界)》에 권력층과 부유층을 풍자한 담시(譚詩)《오적(五賊)》을 발표하여 반공법위반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여러 번의 투옥 중에도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고 노벨 평화상과 노벨 문학상에 여러번 오르기도 했다.

70년대에는 문학을 통한 비판활동, 90년대 후에는 동학을 수용한 생명사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익산의 원광대에 재직중인 것으로 기억한다.

'타는 목마름으로'는 김광석과 안치환이 부르는 저항가요로 작곡되어 젊은 피를 끓게 한다.

 

 

 

점심으로 뭘 먹을까 궁리하며 바닷바람을 쏘이며 드라이빙을 즐기던 중.

왠 길가에 여러명의 신사복쟁이들이 웅성거리고 있는데 바라보니 식당앞인지라...

이를 쑤시며 종이컵에 커피를 마시며 말들을 나누는 모양새가 밥을 먹고 나와서 바람을 쏘이는 중인거라...

대뜸 길가에 차를 주차시키고 "이 집 음식 먹을만 하냐"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뭘 잘 하느냐"는 물음에도 대뜸 "준치나 쫄복이나 어차피 제철은 아니지만, 저는 '쫄복탕'을 먹으러 자주 옵니다"는 말에...

식당안엘 들어서니...

낮은 옛날집을 구석구석 잇던 방들을, 문을 다 트고 문지방을 없애서 들쭉날쭉하지만 커다란 홀을 이루고 있었다.

음식상 마다에는 모두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라 혼자 밥먹겠다고 하기가 미안할 지경...

시내도 아니고 변두리건만, 앉을 자리가 없다.

반찬은 모두 맛 있고 칼칼했다.

문제는, 수도권에서 먹던 쫄복탕 맛이 안나고 맛이 시큼한 것이 좀 특이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이게 맛이 있는 모양이다...

강원도 사람들이 자랑하는 '가자미식혜'가 맛이 있다지만, 수도권 사람이 먹어보면 '별로'인 것 처럼...

또 부산사람들은 추어탕에 '산초'를 넣어 먹어야만 제 맛이라고 한다...

부산엘 처음 가서 추어탕을 시켰더니...

식당 아주머니께서 그걸 넣으라기에 멋모르고  넣고는 두어 수저 먹다가 토할 것만 같아서 그냥 나온 추억이 있다.

 

 

'배' 그리고 '바다'... 그러면, 질려서 그 많던 휴가엔 바닷가에도 안 갔었는데... 

세월이 흐르니 이제 바다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배를 보면 아련한 추억에도 빠진다...

세월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의 기념비.

'1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평론가'라며 시인 '황지우'가 추모했던 김현 선생은...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1990년에 타계했다.

스무 살이던 1962년에 <자유문학> 신인 공모로 비평가가 된 이후...

이미 스물두 살에 첫 번째 평론집 <존재와 언어>를 발간했을 정도...

4.19 세대의 문학평론가를 대표하는 선생은 이청준, 김승옥, 김병익, 황동규, 정현종 등과 7, 80년대의 문학을 풍미했다. 

선생은 70년대 <문학과지성>을 창간하며 <창비>에 맞서 ‘순수문학론’을 펼친 비평계의 거목.

섬세하고 날카로운 문체로 비평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천재 문학평론가가 아닐런지...

어찌 짧은 지식과 글로 선생을 다 말할 수 있을까...

선생의 기념비앞에서 잠시나마 존경하는 고인을 추모한다.

 

 

 

 

'도자박물관'의 입구에 아웃테리어로 장식한 장독대가 정겹다.

 

 

 

 

 

실제 담장의 모습이 아니고, 박물관 내에 설치한 대형 사진을 나도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이 담장은, 내 기억에는 '경복궁' 내의 '자경전'의 꽃담장이다.

그걸 사진으로 옮긴 것인데... 이왕이면 '경복궁 내의 자경전의 꽃담장'이라고 설명을 표시했더라면 더 교육적 효과가 높았을 터인데...

 

 

이것은, 실제로 민가의 토담을 설치한 것.

 

 

예전, 굴뚝의 다양한 모습이다.

 

 

보는 것 만으로도 절~로 마음이 푸근해지고 행복해 진다...

이래서 거실에 진열장을 두고 술들을 진열해 놓는 모양이란 생각이 불현 듯 든다.

주량과 취향에 따라 술을 선택하여 마시면 좋을 듯...

 

 

 

 

 정말 이런 그릇에 음식을 먹는다면, 없던 입맛도 돌아올 듯 싶다...

입맛이 없을 이유가 없지만...

 

 

 

 

엘리베이터 입출구에도 도자기로 장식을...

 

 

식물기르기를 즐기는 나는 장식으로 놓아 둔 이런 모습에도 눈이 많이 간다...

 

 

 

 

 

 

 

 

 

장송의 힘차고 푸르른 모습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듯 싶다.

멋진 대표적 작품이다...

 

 

사진 촬영 금지인데 무리를 하여 찍었더니 역시 엉망이다...

토종 옥을 갈아서 봄의 연초록을 실감있게 표현한 대단히 아름다운 대작인데... 내가 작품을 망친 듯...

 

 

이 작품 역시 남농선생의 화풍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흥취있는 산수화...

원근이 분명하고 농담이 확연하며, 먼거리의 초가집일망정 또렷하게 보여야 하고 여백의 미가 드러나야 하며,

산과 숲과 물 등의 대자연이 한 폭에서 모두 살아 숨쉬고 있음이다...

역시 몰래 찍은 카메라의 화질이라, 사진은 한계를 드러냄이다...

 

 

계단에 걸려 있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대범하고 유려한 필체...

'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

진리는 평범하나 그 뜻은 높고도 깊다...

 

 

 

 

지구에는 아름다운 조개가 이렇게 엄청나게 많다니...

 

 

 

본인이 소장한 각종  해양 자료를 박물관에 기부한 전 상지대 총장 김성훈님.

 

 

무시무시한 공룡이 그 종류 또한 엄청나다.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음이 천만다행...

 

 

 

 

 

 

 

 

새털도 뫃아 놓으니 이렇게 아름답다...

 

 

예전 전원생활 시절에 우리집 주방 환풍기의 덕트안에 끈질기게 집을 지으려 시도했던 귀여운 그 주범 딱새의 몽타쥐.

 

 

지난 10월 광교산에서 휴식중, 가까운 나무에 매달려 나를 내려다 보기에 비스킷 조각을 펼쳐진 손바닥위에 올려 놓았더니...

냉큼 내려와 입에 물고 쏜살같이 날아갔던 그 녀석이다.

  

 

험난한 세파에 파랑새는 존재하는가...

실제는 사진보다 더 매력적인 색상이다.

 

 

 

 

 

 

 

  

 

아까 위에서 준비한 술을 주머니에서 꺼내야겠다...

횟감은 입맛대로 고르고...

 

 

 

 

멀리 영산강 하구둑도 보이고...

 

 

'갓바위'

종이박스를 가위로 오리고 구겨서 만든 것처럼, 바위가 저렇게 바람과 파도에 풍화되어 기이한 모습을 연출한다.

 

 

 

 

떨어지는 붉은 해가 푸른 산에 걸려 있고                             낙조토홍괘벽산(落照吐紅掛碧山)

갈까마귀 뗴지어 흰 구름 헤쳐 나가네.                                한아척진백운간(寒鵝尺盡白雲間)

나루터 묻는 나그네는 채찍질이 급하고                               문진행객편응급(問津行客鞭應急)

절로 돌아가는 중의 지팡이 놀림이 바쁘다.                          심사귀승장불한(尋寺歸僧杖不閑)

동산에는 소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방목원중우대영(放牧園中牛大影)

망부대 위에는 아낙네의 머리가 숙여지네.                           망부대상첩지환(望夫臺上妾低鬟)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개울가 마을에는                                창연고목계남리(蒼煙枯木溪南里)

단발머리 초동들이 피리불며 돌아온다.                               단발초동농접환(短髮焦童弄笛還)

 

                                                                                                       -----  박문수 / 낙조(落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