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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인도(美人圖)'의 아쉬움

Led Zepplin 2008. 12. 11. 09:52

 

 

  영화 '미인도'는 재미있다.

구성도 탄탄하고 연출/ 시대적 재현/ 의상/ 미술/ 조명/ 음악/ 캐스팅 등...

'김홍도'로 분한 김영호의 탁월한 연기가 영화의 무게를 잡아줬으며,

'김홍도'를 짝사랑한 기녀 추자현의 농익은 에로틱한 몇 컷은 가히 뇌쇄적이다. 

흠잡기 어려울만큼 영화는 재미있고 에로틱하다... 그래서 흥행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 것 뿐이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남는 게 없다.

" 아. 재미있게 봤으면 그만이지, 남긴 뭐가 남아야 하나... 극장표가 남았쟈아~~" 하면 끝이지만...

그러나, 그 것만은 아니다.

'문화적 충족감'이라도 좋고, '시간낭비하지는 않았다'는 만족감이라도 좋다.

뭔가 가슴에, 머릿속에 좀 남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나?

 

제작진들이 꾸민 가장 창의적인 발상... 그 것은 '신윤복'을 여자로 성전환시킨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신윤복을 여자로 성전환시킨다는 전제하에 영화 '미인도'를 만들기로 작정했는지도 모른다.

왜 조선이 낳은 천재적인 화가중 한 명인 '신윤복'을 여자로 성전환시켜야만 했을까.

그건 오로지 '쩐' 때문인 거다.

다시 말해서, 흥행을 위하여... 오직, 돈을 벌기 위하여 '미인도'라는 영화는 만들어진 거다.

'조선의 예술'이라거나 '조선이라는 시대를 살다 간 사람들의 삶'을 조명해 본다던가

'천재화가 신윤복의 삶과 예술'이 대가리 텅 빈 '쩐'만이 모든 것인 이 시대에 어떤 의미여야 하느냐 따위가 아니라...

그냥 오로지 '쩐'만을 위하여 '신윤복'을, '천재적 화가의 그림'을, '조선이라는 시대적 장치'를 이용했을 뿐이라는 거다.

 

영화는 철저히 '섹스'에 촛점을 맞춘다.

여러 종류의 섹스파트너와 다양한 체위 등 섹스의 모든 것을 교묘하게 잘 보여준다.

'동성애'적 키워드는 요즘 가장 뜨는 메타포이므로...

동성애도 제대로 활용한다.

TV의 CF에서도 동성애는 흔하게 이용되고, 드라마는 더욱 노골적이다.

'동성애'라는 건 '뭔가 잘못되었다' 라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한 번쯤 동성애를 겪어보지 못하면, 마치 성적 체험세계가 결여된 뭔가 '모지란' 인생이 되는 거다.

으짜다, 우리가 일케 됐나...

우리가 일케 된 게 어디 '동성애'뿐이가...

개탄하겠다고 맘만 먹으면, 날밤 까면서 개탄할 수 있다.

그러니, 그 이야기는 그만 두자.

 

조선의 예술과 인간을 조명한 영화중에 '취화선'이 있다.

조선의 천재화가인 '장승업'의 예술과 삶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대단히 한국적인 자랑할만한 영화이다.

조선시대 민중의 삶과 역사적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려 한 '왕의 남자'도 있다.

이 영화도 동성애를 활용했지만, 은근하다...

배용준/ 이미숙/ 전도연이 열연한 '스캔들'도 훨씬 대담하고 반전도 훌륭하다.

한석규와 김민정이 호흡을 맞춘 '음란서생'도 그 화려한 스캔들을 아름답게 조명하였다.

특히, '음란서생'에서 열연한 김민정은 그 녀가 출연한 영화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촬영됐다.

우리나라의 과거 조선 이전의 시대적 환경을 전제로 한 영화를 만들려면...

최소한 '취화선' 정도에는 기준을 두고, 그 이상에 도전하려 마음먹었어야 하지 않을까.

뛰어난 대표화가 선인(先人)을 전면에 내세우고 엄청난 물량과 자금/ 노력을 투자하고도...

섹스스캔들만을 내건 소품 영화 한 편 찍고 말았다는 것은 낭비이며 안타까움이다.

우리나라의 영화 발전에도 회의를 갖게 만든다.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에로영화를 만들려면 철저하게 제대로 만들었더라면...

일본 영화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 얼마나 좋은 교과서인가.

 

'혜원 신윤복'은 '도화서' 화원도 아니었으며, 김홍도와 같은 시대에 활동하기 했으되 '김홍도'의 제자도 아니다.

왜 '혜원'이 그렇게 그림을 잘 그렸다면서도 '도화서'의 화원으로 등원하지 못했느냐...

그 것은 신윤복의 아비가 '도화서'의 유명한 화원이었고,

당시의 규칙으로는 한 문중(門中)에서 두 명이 동시에 '도화서'에 등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잠시 '도화서'에 들락거린 적은 있을런지 몰라도...

시중(市中) 저잣거리와 전국을 유람하며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세월을 낚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꽁으로 뜯어 먹을 것이 있기만 하다면, 온 식구가 관공서나 국립대학이나 공공기관에 쳐들어 앉아 국민의 혈세를 빨고 있다.

제작진들은, 조상을 성전환시켜도 묵인해 주신 '마음 착한 신씨 가문'에도 감사해야 할 것이며

이해심 가득한 '유학자님'들에게도 엎드려 절해야 할 것으로 본다.

조선의 천재화가 '신윤복'을 '스팩다운'시키고도 그 정도의 영화밖에 못 만들었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허약한 상상력만으로, 이 시대를 영위하고 있는가를 적나나하게 표출하는 거다.

허접한 문제에 정력 낭비하지 말고...

이 참, 말 나온 김에 '천재화가 '혜원 신윤복'의 그림중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리얼리티 가득하고 절제된 에로티즘이 묻어나는 멋진 그림들을 잠깐 감상해 보기로 하자.

 

 

(월야밀회)라는 화제의 이 그림은, 에로틱하다.

인적이 끊어진 골목길 담 그늘 아래에서 남자가 여인을 강렬하게 감싸안고 있다.

사내의 애정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가를 잘 보여 주고 있으며, 여인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남녀의 발들을 자세히 보자.

사내의 발은 한 쪽은 여인에게로 향하여 있지만,

다른 한 쪽 발은 여인을 좀 더 자기 편으로 끌어안기 위함과 동시에 여차직하면 언제든지 골목을 향하여 내달릴 수 잇도록 방향하고 있다.

거기에 반하여 여인의 두 발은 오롯이 사내쪽을 향하여 모두어져 있는 거다.

여인이 사내보다 더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담모퉁이에 붙어서서 남녀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여인의 표정으로 현장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보름달을 표현한 혜원선생은 그들의 애정이 그렇게 충만함을 나타내려 했을 터이며, 애틋한 밀회임에 틀림없을 듯... 


  

(월하정인), 섬세하게 여인의 부끄러운 모습을 담아냈지만...

초승달빛 아래에서 남녀가 안타까운 정을 나누는 장면은 숨소리와

안타까움으로 두근거리는 남녀의 심장 뛰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 하다.

왼쪽 담장에는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 있다.

"달은 기울어 밤 깊은 삼경인데,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이 안다 (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캬~~ 글타, 두 사람의 애틋한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아는 것이로고...!!! 

 

(기방무사), 방안에는 바람둥이가 탕건을 쓰고 비스듬히 누워 있고,

기생의 몸종으로 보이는 노랑저고리의 여자가 바람둥이 앞쪽으로 엎어져 있다.

지금 금방 집안으로 들어선 여인은 전모에 가리개를 쓴 것으로 보아 기생임이 분명.

기생은 외출했다가 돌아오고 있고,

그 사이를 참지못한 사내가 몸종을 방안으로 불러들여 일(?)을 벌이다가 딱~ 걸렸던 거다.

위쪽에 잎이 큰 활엽수가 있으며 그 아래에도 녹음이 무성하다.

녹음이 무성함은, 한여름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왕성한 욕정도 암시한다.

날이 더우니 기생이 전모를 썼을 것이며, 활엽수 뒤로 발이 쳐져 있으니, 분명코 여름일 터...

그런데, 왠일로 여름에 사내의 몸 위에 이불이 덮여 있는가? 그 것도 아랫도리쪽에만???

메이비 아마도, 사내와 몸종녀의 자세로 미루어 볼작시면... 사내가 기생의 몸종에게...

몸종의 입으로 사내의 거시기에 거시기를 시키다가 다급한 상황이 발생하여 이불을 덮은 것이 아닌가 사료된다... 음냐리...ㅋ


  

(주유청강/ 舟遊淸江), 한량들이 기녀들을 데리고 뱃놀이를 하는 광경을 그린 그림이다.

한 남자는 강물에 손을 넣고 물장난치는 여인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침 닦으라 자슥아... 쩝)...

다른 남자는 여인을 끌어안고 어설픈 수작을 걸고 있다.

나이 지긋한 한 남자는 수작을 걸고 있는 사내를 "놀고있네~"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아니, 어쩌면 나이 지긋한 남자가 찜한 여인을 젊은 남자가 먼저 찝쩍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뱃놀이의 장소를 강 중앙이 아니라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곳으로 설정함으로써...

아늑하고 운치있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화면의 윗쪽과 아랫쪽 좌측을 짙은 색의 암벽과 숲으로 표현하고 있으므로 하여...

자연스럽게 그림을 보는 이의 시선이 위에서 부터 왼쪽 숲을 지나 배위의 인물들에게 차근차근 눈이 가도록...

더구나 선상의 상태를 밝은 색으로 처리하여 더욱 아늑하고 정감있게 보이며, 그림에 있어서 음감과 양감의 조화를 돋보이게 한다.

그림 오른쪽의 화제(畵題)는, 어정쩡한 공백을 메워주는 방편이기도 하고 글씨도 멋지지만 내용은 더욱 로맨틱하다.

"피리 소리는 바람을 타서 아니 들리는데 흰 갈매기가 물결 위로 날아든다."

찾지 마시라, 그림속에 갈매기는 음~따.

 

 

 

 혜원선생의 유명한 그림 (사시장춘)이다.
왼쪽에 그린 나무는 좁고 길며 검은 가지가 무성하다.
장지문 앞 좁은 툇마루에 단정히 놓인 것은 신발 두 켤레다.
검은 가죽신은 남자의 것이고, 붉은 가죽신은 여자의 것이다.
댕기머리의 계집종이 쟁반에 술 한 병과 잔 두 개를 들고 방 앞 멀찌기 서 있다.
좌우의 계곡과 검푸르게 짙은 숲과 무성한 잎은 음모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할 터...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상상력의 증폭을 노린 동양적 사고가 엿보이는 그래서 더욱 유명한 그림.
 

 

 여인은 엉덩이를 살짝 빼고 있지만, 그건 오히려 좀 더 잡아 끌어주기를 바라는 앙탈 아닐런지...

잡힌 손이 싫지만은 않은 듯 보이며...
여인의 얼굴에 발그레 홍조도 띄어있고...

풍만한 젖가슴과 머리를 틀어 올린 것으로 미루어 유부녀일텐데... 

사내는 벌건 대낮에 토담 담장 뒷 편으로 여인을 이끌고 갈 모양이다.

분명코 제 아낙은 아니다.

허면, 담장 뒤에서 모럴 할라꼬...???

 

 

파릇한 싹들이 돋아나 봄빛이 만연한 어느 날,
나물 캐러 나간 여인의 바구니를 덥석 잡은 저 남자는 누구일까?
술을 마신 듯 얼굴이 불콰한 이 남자는 손에 부채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벼슬아치로 보인다.

얹은머리가 작지 않은 여인은 서민층으로 보이는 유부녀이고...
이미 서로 아는 사이일까?

여인은 남자가 바구니를 움켜잡은 채 수작부리는 것을 즐기는 듯 배시시 웃는 표정이다.
바라던 바 였을까?
 
 
혜원 신윤복이 그린 그 유명한 '미인도'이다.
차림새로 보아 기생이다. 기생이지만, 아주 맑고 순수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앵두같은 입술도 한국적이다.
숱처럼 짙은 머리결은 그 녀가 나어린 기녀가 아닌 성숙한 여인임을 말한다.
머리위에 얻은 타래머리가 없다고 상상하며 그 녀의 얼굴을 바라보라...
시원한 이마와 약간 아래를 향한 착한 눈썹에 광대뼈없는 갸름한 볼, 눈과 눈썹의 적당한 간격...
서늘하게 내려온 콧날 그리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콧망울...  얼마나 고운 얼굴인가...
섬섬옥수라더니, 노리개와 옷고름을 잡고 있는 손가락도 가늘게 길고 예쁘다.
이 그림을 '미인도'라 불러 조금도 손색이 없는 조선의 미인임이 확실하지 아니한가...!!!
여인은 지금 한 손으로 노리개를 꼭 붙들고 옷고름을 풀면서 옷을 벗고 있다.  
그림속의 노리개는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여인은 지금 그 노리개를 선물한 남정네를 생각하면서 옷고름을 풀고 잇는 것은 아닐까?
이 여인의 꿈꾸는 듯 함초롬한 눈빛은 사뭇 아름답다. 사모하는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옷을 벗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분명코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혼자 조용히 옷을 벗고 잇음에 틀림없다.

 

'미인도'를 주제로 한 영화가...

천재화가 혜원 신윤복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화가 김홍도와 그림의 그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쫒아가는...

서정적이며 로맨틱한 그리고 조선의 아름다운 풍광과 시대 정신을 보여주는...

신비롭고 우아하며 풍요와 예술과 유머가 가득한 시대와 철학을 추구하였더라면...

혼자만의 아쉬움은 아닐 듯 하여 지껄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