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볕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은 안개를 길어올린다
바윗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도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지른다
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리움은 두런두런 일어서고
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
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수줍은 듯 까르르 까르르 웃고 있다
----- 천양희 / 이른 봄의 시
비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비경(秘景)으로 유명한 '부용지'...
시원하게 두 다리를 연못에 담고 서 있는 아름다운 정자는 '부영정'
이 아름다운 연못 '부용지'는...
곧 상영될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 나오는 상상속의 그림 '벽안도'와 관련한 장소이며...
'벽안도'는 세조에 의하여 축출된 안평대군에게 바쳐진 궁중화가 안견의 그림으로...
'부용지'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그림이라는 데 발견만 한다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전설속의 그림이다.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장소가 창덕궁 즉, 비원인데 그 비원의 눈에 해당하는 장소가 바로 '부용지'라는 거다.
용이 임금을 상징하는 것인 바, 문무를 겸비하고 그림에 조예가 깊었던 안평대군이 왕이 되기를 안견이 축원하는 그림이 바로 가상의 그림 '벽안도'인 거다.
'부영정'의 맞은 편에 '주합루'가 있다...
'주합루'의 입구에 있는 '어수문'이라는 아름다운 출입문에서 올려다 본 '주합루'의 모습...
정조대왕이 즉위하던 해에 '주합루'가 완공됐으며, 실학의 분위기가 왕성하던 시절에 등극한 정조는 신하들과 함께 문치에 충실했다.
대왕 자신이 유식하여 많은 저술을 하였지만, 중요 서책들도 많이 출판하게 된다.
'주합루'를 짓고 그 아랫층을 '규장각'이라 칭하여 많은 서책들을 보관하였으며, 2층 누각에서는 문신들과 많은 대화를 하거나 저술에 임했다고...
'어수문(魚水門)'은 '주합루'엘 들어서는 첫 관문이며, 흠히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물과 고기로 비유하는데 물과 고기처럼 한데 어울려 격의없이 지내자는 의미의 문...
당신 없이도 또 봄날이어서 살구꽃 분홍빛 저리 환합니다.
언젠가 당신에게도 찾아갔을 분홍빛 오늘은 내 가슴에 듭니다.
머잖아 저 분홍빛 차차 엷어져서는 어느 날 푸른빛 속으로 사라지겠지요.
당신 가슴속에 스며들었을 내 추억도 이제 다 스러지고 말았을지 모르는데 살구꽃 환한 나무 아래서 당신 생각입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저 분홍빛이 그대와 나 우리 가슴속에 찾아와 머물다 갈 건지요.
잘 지내 주어요.
더 이상 내가 그대 안의 분홍빛 아니어도 그대의 봄 아름답기를...
----- 강 인 호
'불노문'입니다...
실로 또 몇 년만에 오늘 건강한 모습으로 이렇게 당신을 만나니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아주 오래 전 사생 실기 대회를 나왔다가 신기한 눈동자로 처음 당신을 만난 국민학생이 이제 중년의 흰머리가 되어...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니 온갖 상념이 눈앞을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시대와 역사는 외면하고 산다 하더라도...
이 한 목숨 부지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 인생이거늘...
그 갸냘픈 모습으로 오랜 세월을 잘도 견디어 내시는구려...
부디 앞으로도 강건한 모습으로 살아 남아...
수많은 군상들에게 역사를 보여주시고 감동으로 존재하여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비원엔 지천으로 피어있는 '생강나무'...
황실 마루바닥의 아름답고 정교한 문양...
비원의 후원 여기저기에서 예쁘게 돋아 오르는 원추리...
정조대왕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수원에 있는 화성행궁으로 나들이 다니시게 하기 위하여 운영되었던 후원에 있는 가마꾼들이 머무르던 숙소.
사랑이 진하여 꽃이 되거든
그 꽃자리에 누운 한 작은 종자가 되라
그리하여 다시 오는 세상에서는
새나 나무나 풀이나
그런 우리들의 영원한 그리움이 되라
----- 박정만 / 작은 사랑의 송가
후원의 연못에 있는 오리 한 쌍... 사람이 가까이 가도 의젓하게 눈만 깜빡거리고...
나는 그녀의 분홍 뺨에 난 창을 열고 손을 넣어 자물쇠를 풀고 땅거미와 함께 들어가 가슴을 훔치고
심장을 훔치고 허벅지와 도톰한 아랫배를 훔치고 불두덩을 훔치고 간과 허파를 훔쳤다. 허나 날이 새
는데도 너무 많이 훔치는 바람에 그만 다 지고 나올 수가 없었다. 이번엔 그녀가 나의 붉은 뺨을 열고
들어왔다. 봄비처럼 그녀의 손이 쓰윽 들어왔다. 나는 두 다리가 모두 풀려 연못물이 되어 그녀의 뺨
이나 비추며 고요히 파문을 기다렸다.
----- 장석남 / 뺨의 도둑
조선의 수많은 군왕들이 이 길을 통하여 후원을 산책하며 역사를 꾸미고 사랑을 나누었으리...
북촌에 있는 주방 인테리어 메이커인 '한샘'의 디자인센터...
아름다운 한옥과 현대식 선물의 조화가 이채롭다...
그 디자인 센터내에 있는 '희빈 장씨'의 생가터...
북촌의 부촌들 너머로는 인왕산이 보이고...
북촌의 대로변을 살짝 비켜 선 곳에 위치한 '남아공 대사관저'...
'MB'가 예전에 세 살던 집도 보이고...
뉘댁네 앞인지 벌써 수선화가 저리도 아름답게...
북촌아래 인사동에 살던 어린 시절, 틈만 나면 동무들과 삼청공원엘 놀러 가려면 지나다니던 하얀 '덕성여대' 건물도 이제보니 아담한 건물일 뿐...
어린 시절에 지나다니면서 보면, 예쁜 누나들이 들락거리던 유난히 하얀 건물이었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