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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스캔들

Led Zepplin 2009. 5. 21. 20:08

 

 

 '벽안도'는 없다...

그러나, 영화는 유쾌하다.

세련되고 능숙한 연기를 보여주진 못하지만, 주인공 이강준(김래원)의 연기와 그 보다 빛나는 조연들...

인사동의 살아있는 족보 권마담(임하룡), 말을 더듬어 속터지게 하는 위작공장 호진사 사장(고창석)...

국보급 복제 기술자 박가(손병호), 매력적인 공수정(아나운서 최송현)등이 이강준의 작전에 합세하며...

늘 그렇듯 항상 뒤만 쫒아다니는 서울시경 문화재 전담반의 강형사(김병옥)와 최형사(아름다운 홍수현)가 이들의 뒤를 추격하는 연기는 재미를 추가한다.

이강준의 몫에는, 역시 '박신양'이거나 '박중훈' '한석규'였더라면 더 감칠맛 있는 연기를 선보였지 않앗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다 어린 '김래원'을 채택하여 젊은층 영화매니어들의 관람을 생각한 듯...

영화는 화려한 미술의 세계를 유감없이 표현하려 애썼지만,

주변 인물들의 인원이 너무 많고 이들의 스토리를 하나하나씩 들려주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 나머지...

영화는 호들갑과 산만으로 정작 벽안도 사건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렸으며, 지나치게 스피디한 전개도 오히려 어수선하게 보인다.
 

인사동에는 '역사(歷史)'가 있다...

'역사'에 대하여...

한국의 '발쟈크'라 불리는 산하가 된 그 이름 소설가 '이병주' 선생은...

생전에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했으며...

지리산에서 산화한 이 땅의 수 많은 젊은이들을 두고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썼다.


영화엔 '역사'속의 인물, '세조'에 의하여 축출된 비운의 왕자 '안평대군'과 안평을 추종하던 궁중화가인 '안견'의 이름이 등장한다.

예술가로 불리워도 무방한 '안평대군'...

 '세종'의 셋째 아들로서 성균관에서 수학하였으며 시·서·화 3절에 모두 능했는데...

특히 그의 글씨는 조선 전시기를 망라하고 그를 앞지를 사람이 없을 만큼의 대가이다.

해·행·초서를 모두 잘 썼으며, 작은 글씨에서 커다란 편액까지 대군께서 경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없었으며...

가야금에도 능하였다는 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군은, 두째 아들인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려는 것을 김종서 등과 막으려다가 36세의 젊은 나이로 화를 당하고 말았다.

대군의 서체는 당시 고려말부터 유행했던 '조맹부체'였다.

'조맹부'라는 사람은, 송나라 황실의 후예로 본인이 원나라에서 벼슬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유학자로서 절제된 생활을 했던 반면에...

'안평대군'은 조선의 왕자로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겼다.

본인의 호를 '낭간거사'니 '매죽헌'이니로 칭한 것만 봐도 그가 풍류남아임을 알겠다.

대군의 글씨는 중국의 사신조차도 "조맹부로 부터 배웠으나 조맹부보다 훌륭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성격의 차이가 글씨에 반영되어 대군의 서체는 '조맹부체'이지만, 활달한 풍류와 개성을 추가하여 새로운 경지를 터득했던 거다.

 

궁중화가 '안견'...

'안견'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탄생과 주검의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세종' 때 조선조 최초로 도화원(圖畵院)의 화원이 종6품의 한계를 깨고 정4품인 호군의 직위로 승진되었던 거다.

'안견'의 스승이나 그의 작품을 면밀히 밝힐 수 있는 자료는 없으나, '안평대군'의 문하에 드나들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

'안견'은 대군께서 보유한 수많은 소장품을 통해서 중국 역대의 화풍을 익혔으리라 예단한다.

'안견'은 '송설체'의 당대 최고의 대가이며, 북송 '곽희'의 화풍을 토대로 자신의 화풍을 형성한 것으로 보는데...

개성이 강한 필묵법 등으로 그의 독자적 화풍의 특징을 발현하여 '안평대군'과 함께 스승을 뛰어넘는 청출어람의 자랑스러운 기상을 보여준다.

그러한 연유로 인하여, '안평대군'과 '안견'은 같은 예술가로서 신분을 뛰어넘는 예술적 동지로서의 교감을 이루었으리라고 본다...

'안견'은 '몽유도원도' 말고도, 경지를 체득한 후에 '적벽도' '동경산수도' '청산백운도'등의 명작을 남겼으며...

조선의 4대 화가로 '정선' '김홍도' '장승업' '안견'을 꼽을 것이다.

 

 

전설의 명화 '벽안도'...

'몽유도원도'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작된 이 영화에서 사건의 핵을 이루는 영화속의 '벽안도'는...

'안견'이 '안평대군'에게 바치려는 그림으로, '창덕궁'의 아름다운 연못 '부용지'를 그린 것이다.
용의 머리를 상징하는 창덕궁 그 궁의 연못은 곧 용의 눈인 셈...

용이 왕을 상징하는 만큼 '안평대군'이 왕이 되기를 바란 '안견'의 꿈을 담은 가상의 그림이다.
'몽유도원도'에 견줄만한 그림을 찾던 감독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상상력을 추가하여 창조해 낸 없는 그림, 다시 말해 '짜가'다.

감독과 미술팀은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의 작품을 모사했던 '이형주' 화백과 함께...

'안견'의 화풍을 바탕으로 심혈을 기울인 끝에 전설속의 그림을 만들어냈다는 거다.

 

 

실존하는 전설 '몽유도원도'...

'안평대군'은 자신이 꿈에서 거닐었던 황홀한 이상세계인 무릉도원을 당대 최고화가 '안견'에게 설명하여 그리게 했으며...

'안견'은 상상력의 한계에 도전하여 3일만에 신비로 가득하고 복숭아 향내 진동하는 유토피아의 형상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아냈다.

동양의 두루마리 그림들이, 어깨너비만큼 펼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보도록 돼 있는 것이 일반인데 비하여...

이 그림은 두루마리를 완전히 다 펼쳐놓은 상태에서 왼쪽으로부터 오른쪽으로 진행하면서 보도록 되어 있다는 거다.

도원에는 단지 몇 채의 집이 보일 뿐, 대부분은 만발한 복숭아꽃과 짙은 안개 속에 휩싸여 있으며...

주위의 산들은 기암절벽이지만, 부드러운 질감과 적절한 명암을 통하여 속세와는 동떨어진 신비의 세계를 꿈꾸게 한단다.

다시 말해서 '몽유도원도'는, 왕자로서 '안평대군'이 현실 정치속에서 겪어야 하는 고민...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면서 정치에서 오는 갈등과 마찰과 번민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심정에서...

그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으며 알고 있었던 '도연명'의 '도화원기'의 세계를 찾아 꿈속에서 홀연히 도원의 세계를 여행하였으며...

그가 꿈속에서 경험한 황홀한 '샹그릴라'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하여 그리도록 한 그림이다.

 

환상적인 그림 못지않게 이 작품이 미술사적 가치를 발현하는 부분은...

별도의 두루마리로 표구돼 있는 '안평대군'의 발문과 '신숙주' '박팽년' '성삼문' '서거정' '최항' 등 당대 최고의 문사 21인의 찬시로 가득하다는 거다.

이들 모두는 조선 초기의 명시인이자 명필들로서 '몽유도원도'를 '우리 역사상 가장 빛나는 시서화 삼절'로 만들었다.

'몽유도원도'는 도둑맞은 이 후 지금까지 두 번 한국을 방문하였으며...

현재 일본 '천리대'의 중앙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짝퉁(모사본)이 걸려있다.

'몽유도원도'의 금전적 가치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오는 9월부터 12월 초순까지 '한국 박물관 100주년 특별전'에 초대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감격의 상봉이 가능하게 된다.

 
또 하나의 즐거움...

'62회 칸국제영화제' 중 열린 필름마켓에 참가한 '쇼박스' 관계자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설립한 영화제작사 '에이피안 웨이'가 '인사동 스캔들'의 리메이크에 관심을 보였다는 거다.

'인사동 스캔들'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벽안도'를 리메이크한 영화 '인사동 스캔들'을 헐리우드가 리메이크 하고 싶어 한다는 거다.

이러면 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공식을 확인하게 되는 거다.

한국인이여 자부해도 좋다...

한국인,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