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박은옥의 '30주년 기념 콘서트'가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紀念館)'에서 열린다는 소식이다.
내가 산뜻하게 등산복을 차려입고 광교산 정상에 올라 야호를 외치며 호연지기를 달랬던 2006년 7월 초순 무렵...
평택의 끝 들판동네 대추리에서 정태춘은...
평택 미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하여 포크레인이 파놓은 흙구덩이속으로...
“나를 함께 묻으라”고 몸을 던지며 프랭카드 한 쪽의 밧줄로 자신의 목을 동여매면서...
어서 빨리 프랭카드를 달아 올리라고 고함을 쳤다.
그 야단통에 전경들이 강압적으로 끌어올리는 바람에...
모여든 사람들이 진짜 죽는다고 고래고래 소리쳐 말렸지만...
정태춘은 컥컥거리며 땅위로 패대기쳐지고 말았다.
천상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은 그의 아내 박은옥은...
“이럴 수가 있느냐?”며 하늘을 향하여 울부짖고 있었다.
그 후, 그들 부부는 노래하지 않았다.
노래는 민중(民衆)의 아픔에 아무 힘도 되지 않는다며 한사코 노래를 거부했다.
그런 그들 부부를 여러 날에 걸쳐서 많은 사람들이 달래고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우리 시대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음악에 대한 사랑의 이름으로...
힘없고 배고픈 민초(民草)를 위무했던 속칭 386은 모두 변해갔다.
민초에 대한 배신보다 자신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이 더 소중하다는 거다... 누군들 아니 중(重)하겠나... 탓할 수 없다.
그러나, 모두가 변해가는 이런 시대의 혼탁함속에서 정태춘은...
안토니오 그람시의 생쥐이고... 고집스럽게 양철북을 두들겨대는 오스카이며...
카잔차키스의 조르바... 헤겔의 올빼미 뒤통수를 밟고 일어선 맑스의 수탉이다.
시대(時代)의 빛으로 소금으로, 향긋한 대기로, 어둠을 밝혀주는 등대로 존재해야할 문화(文化)마져도...
소비되는 노래로, 소비되는 시(詩) 따위의 상품으로 변질되기를 거부하며 노래를 멈춘 그들의 힘겨운 저항을 보며...
변절(變節)을 거부하는 그들의 고통과 처절함이 비록 가슴을 저미며 아프게 하지만...
우리 영혼의 깊은 곳은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훈훈하다.
정태춘의 노래는 그만의 것이 아닌 우리들 모두의 소중한 보물(寶物)이기 때문이다.
정태춘과 같은 이들이 우리 시대에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노래할 수 있도록...
상처입은 영혼들을 달래줄 수 있도록, 열화처럼 들끓었던 박제(剝製)된 젊은 날의 열정을 일깨워...
우리 모두는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스르고 분기탱천으로 일어나야만 한다.
단군(檀君)과 자랑스런 선열(先烈)들과 빛나는 유산(遺産)을 위하여...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