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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이 된 추억(追憶)

Led Zepplin 2009. 10. 22. 16:10

 

 

  바람과 비와 함께 내 가슴에도 가을이 왔다.

 

어느 계절보다도 문득 왔다가 훌쩍 떠나버리는 가슴시린 季節(계절), 가을.

머무르고 싶지 않은 치열할 수밖에 없는 辛酸(신산)스런 삶의 현장속에서...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에 따라 폐부를 찌르 듯 추억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다.

 

꽃이 진다해도 그대를 잊은 적 없거늘...

보고싶다.

꽃처럼 환한 그대가 진정 그립다.

그래서, 나는 떠나고만 싶다.

 

群山...

소설가이며 여행가였던 ‘생 텍쥐베리’가...

“여행하고 싶다면 가볍게 여행하라”고 하였듯이 언제고 부담없이 떠나볼 수 있는 곳이다.

가기 전 날부터 가슴이 설레고...

다리가 팍팍하도록 걷는 수고도 즐겁기만 하던 어린 시절의 소풍처럼...

게다가, 군산에서는 마치 영화와 드라마 속을 걷는 듯 로맨틱한 風景(풍경)의 거리를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故鄕(고향) 군산에 가고 싶다.

 

이미 기차가 끊긴 철로위로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기찻길 풍경이 있으며...

숨은그림찾기처럼 굽이굽이 돌고 돌아 사연들이 숨바꼭질하는 골목골목이 더 정겹기도 하고...

일제가 설계하고 꾸민 낡아도 정교한 건물들과 공원과 수리시설이 있으며...

새롭게 단장한 은파 水邊公園(수변공원)도 야경이 아름답다.

 

영화를 만들어도 멋질 가슴 가득 추억이 있는 둔율동 천주교 성당과 구암동 교회가 옛스럽고...

그 곳엘 가면,《박하사탕》《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만났던 설경구와 심은하, 한석규들을 만날 수 있으며...

《공동경비구역》촬영의 현장인 금강의 하구 신성리 갈대밭도 인근이다.

 

여름이면, 나운동 뒷골목에 프라스틱 바스켓에 어름 둥둥 띄워 전달되는 병맥주만 마셔준다면...

그 집의 특장점인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맛 죽여주는 돌게장은 안주로 얼마든지 공짜로 공급되는( 손님들은 모두 돌게장 먹으려고 맥주시키는 사람들 뿐)...

흙 퍼서 장사하는 것만 같아서 어리둥절한 술집도 있었으며...

예전 시내의 1부두 정문 앞에는,...

철길 건너자마자 허름한 일제의 창고였던 살짝 구워 내 주는 마른 북어(맛이 일품!!!)를 찍어먹는 그 집만의 맛 끝내주는(!!!) 소스가 제공되던...

병맥주를 파는 구멍가게가 철거된 것도 안타깝건만(쩝..)...

새벽이면 장이 열리고 오전 10시면 파장이던, 역전장터인 정겨운 시골할머니들의 난전이 사라진 것은 정말 아쉽다...

단골인 ‘나리곱창집’은 필수코스.

술자리 다음 날 아침에 맛보는 '예림옥'의 콩나물 해장국은 전북 최고의 칼칼하고 시원한 진미.

 

都市(도시)들이 이미 모두 내다버린 것들을 아직도 끌어안고 사는 군산의 풍경들은 그래서 더욱 살갑다.

시간이 덧입혀질수록 녹이 슬고 때가 묻어나는 낡은 풍경의 멋스러움...

이러한 것들은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된 군산만의 美學(미학)이다.

 

오늘 문득 바람결에 휩쓸려, 그림같은 ‘서해대교’를 즈려밟고 두둥실 그 곳으로 떠나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