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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꿈 '인셉션'

Led Zepplin 2010. 7. 30. 20:59

 

 

"다크나이트의 스케일과 매트릭스의 미래가 만났다"는 포스터에 씌어진 이 카피는 실감난다. 

"이전의 영화들은 모두 <인셉션>을 만들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라면 내뱉기 힘든 말이지만...

<다크 나이트>를 연출한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 말도 뻥이 아니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통하여 호화케스트들이 꿈을 훔치고 개조하기 위하여 삼중 사중 꿈속의 꿈을 넘나드는 스토리로 영화는 시종일관 달린다.

관객의 이목을 끌어당겨 영화적 재미를 상승시킨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140분간을 숨막히게 달리고 달려 모든 것을 완성하고 집으로 돌아와 그리운 아이들과 감격적으로 상봉한다.

그 씬에서 영화는 팽이가 불안정한 모습으로 돌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그야말로 '문득' 끝난다.

갑자기 '문득' 끝나는 그 장면은, 영화속 장치로 사용되던 용어대로 관객을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하는 '킥'이다.

팽이가 계속 돌면 꿈이고 팽이가 피그르르 쓰러지면 현실인 거다.

 

감격의 마지막 장면이 현실이 아니고 꿈인 것을 알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아이들의 모습이 '코브'의 무의식에 나왔던 바로 그 모습 그대로이다.

현실에서는 전화통화했던 장면에서 알 수 있는 어느정도 성장한 어린 남매의 목소리였지만...

마침내 상봉한 남매는 오래 전 헤어진 예전 그 옷 그 모습 그대로이며 그 목소리 그대로인 거다.

 

감독이 그 마지막 장면을 현실인지 꿈인지 혼란스럽게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라는 거다.

그래서, 지금 당신 앞의 오늘이 현실인지 꿈인지 말이다...

'인셉션'은 범죄영화이며 SF이며 액션영화이며 멜로를 믹싱한 대형 블럭버스터이다.

 

꿈의 설계자로 촐연한 여학생의 이름은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 분)'...

'코브'의 와이프이자 자신의 딸인 '멜'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자책감으로 늘 전전긍긍인 사위 '코브'를 안타까워 하던 장인의 추천으로 팀에 선발된...
'아리아드네'는 그리스 신화에서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가 있는 미궁의 탈출을 도와준 인물이다.
실을 이용하여 미궁을 탈출시켜 준다.
신선함과 성숙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엘렌 페이지...
주인공이 처음에 '아리아드네'를 테스트할 때 미로를 그려보라고 하는데 이것은 꿈 속의 세계를 미로에 비유한 거다. 
'아리아드네'는 주인공이 무의식속에 존재하는 와이프의 모습을 인정하도록 도와주는 역할과 함께 영화와 관객을 소통하는 꿈의 해설자인 것이다.
 

영화의 메인포인트랄 수도 있는 금고...

마침내 그 금고를 열자, 금고안에서는 놀랍게도 어린아이들이 갖고 놀던 종이로 만든 바람개비가 나온다. 

왜 하고많은 것중에 감독은 바람개비를 선택하였을까...

바람개비는 네개의 종이날개가 원을 그리며 바람에 날린다.

원을 표현하는 바람개비는,

평범한 종이로 만들듯이 원만하고 소박한 삶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런지...

바람이 의미하는 것은,

자유로운 삶을 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은 아닐까...

하고저 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구속없는 인생을 설계하라는 메타포가 숨어있는 거다.

 

영화속에서 '킥'을 위한 음악으로 사용된 '에디트 피아프(Edith Giovanna Gassion)'의 "Non, je ne regrette rien(1960)".

가을이 오면 우리의 마음을 후벼팠던 바로 그 명곡인 거다.

'코브'의 죽은 아내 멜 역으로 출연한 배우 '마리온 코티아르'는...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다룬 영화 '라비앙 로즈'에서 '에디트 피아프' 역을 맡았었다. 

'에디트 피아프'의 " 아니오~ 난 아무 것도~ 그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라고 노래하는 애절한 목소리는...

후회과 회한으로 가득찬 내 인생의 가을에 나를 술마시게 하지만,

영화속에서는 물질 또는 그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 후회없는 자유로운 삶을 권유하고 있는 거다.

 
영화속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 한토막을 보자.
"당신은 기차를 기다리지. 그 기차는 당신을 좋은곳으로 데려갈거야. 기차가 어디로 데려갈지 당신은 확신할수 없지. 그치만 그건 중요치 않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우리가 살고있는 이 현실이 꿈일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꿈을 꾸는 동안은 그것은 진짜같지만, 꿈에서 깨어나면 그것이 진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거지."
'장자(莊子)'의 '호접지몽()'에서 따왔을 것으로 생각되는 대사를 설계함으로서 헐리우드는 이제 수시로 동양철학을 들이댄다.
출구를 잃은 서양문화가 동양철학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이 영화에서도 현저하다.
영화는 다시 한 번 사람이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확실하게 보여준다. 
무섭고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영화가 그린 것은 결국 현실로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영화 '인셉션'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이자 그의 대표작이 되어 한 번 더 우리 시대 부동의 걸출한 감독임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