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 때 나는
너를 꺾어 들로 산으로
벌아 벌아 똥쳐라 부르면서
신이 났다.
그때 나는 어린 산적이었다.
내 나이 스물에
꽃밭에서 댕댕 터져오르는 너는
죽도록 슬프고 아름다웠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흔 고개 불혹이 되어서도
나는 아직 너를 모른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러면서 흩어지는 까아만 네 씨앗을 보고 있다.
나는 알 수 없다.
쉰이 되고 예순을 넘겨
천지 인간이 제대로 보일 때가 되면
나는 너를 어떻게 사랑하게 될까.
------ 꽃에 대하여 / 배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