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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잔상(殘像)

Led Zepplin 2011. 11. 15. 20:08

 

 

 

 

 

 

 

 

 

 

 

 

 

 

 

     열살 때 나는

   너를 꺾어 들로 산으로

   벌아 벌아 똥쳐라 부르면서

   신이 났다.

   그때 나는 어린 산적이었다.

 

   내 나이 스물에

   꽃밭에서 댕댕 터져오르는 너는

   죽도록 슬프고 아름다웠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흔 고개 불혹이 되어서도

   나는 아직 너를 모른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러면서 흩어지는 까아만 네 씨앗을 보고 있다.

 

   나는 알 수 없다.

   쉰이 되고 예순을 넘겨

   천지 인간이 제대로 보일 때가 되면

   나는 너를 어떻게 사랑하게 될까.

 

                      ------   꽃에 대하여 / 배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