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원엘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나무이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임금에게 아뢰올 일들이 많아서인지 궁전을 향하여 달음박질한다 )
정치인의 화투판 ‘고스톱’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맨 먼저, 김영삼 전대통령은 매일 입버릇처럼 “학~실이 따겠다”고 하지만 날마다 잃는다.
게다가, 고스톱 규칙을 정확히 몰라서 그냥 그림만 보고 대충 친단다.
노태우 전대통령은 주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치다가 몽땅 잃는다. 어쩌다 땄을 땐 다 잃었으니 개평 좀 달라고 거짓말하며 발뺌한다.
전두환 전대통령, 돈을 잃으면 판을 뒤엎고는 사기라고 소리치면서 돈을 도로 뺏어온다. 누가 이에 대하여 항의를 하면 즉시 장세동을 시켜서 안기부나 삼청교육대로 보낸다.
이회창 전대권후보자, 무조건 오광(五光)만을 노리고 치다가 모두 다 잃는다. 주위에서 말리며 왜 고스톱을 그렇게 치냐고 질타하면 자신은 오직 한 길만을 가는 대쪽이라며 계속 그렇게 치다가 또 다 꼴는다.
김종필 전민정당 대표, 주로 광만 판다. 때로는 쇼당으로 상대방 중 자기가 꼴린 한 놈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크게 따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실리를 챙기며 판이 끝날 때까지 오링 안 당하고 끝까지 개긴다.
클린턴 전 미쿡대통령, 포커판에서 포커 치다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여자 없냐고 묻는다. 옆에 돈 빌려주는 아줌마들을 꼬시다가 힐러리에게 걸려 구두 힐로 디지게 얻어맞아 코피 터진 적도 있단다.
우리는 왕왕 화투판을 대개 ‘운7기3’의 논리로 이야기하곤 한다.
운7기3...
자신이 어떤 보물 창고의 문을 여는 열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보물 창고의 문을 열었는데 다행히도 보물이 가득 차 있다면 자신의 능력과 별개로 그 보물의 주인이 될 것이고, 반대로 보물 창고의 문을 열었는데 보물은 없고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면 불행히도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보물들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갖게 되었거나 부단한 노력으로 소유하게 된 귀한 열쇠가 하필 그 자물통와 맞지 않는다면 이 역시 보물 창고를 열지 못함으로 해서 보물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능력(能力)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운(運)이 결정(決定)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삶이란 어떻게 보면 운7기3이던지 운6기4이던지 그 어떤 운과 기가 조립된 법칙(法則)으로 존재(存在)해 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영어로 행복(幸福)을 뜻하는 ‘Fortune’은 운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운은 행복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운이 좋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Fortune이라는 단어에는 재산(財産)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재산 또한 운과 연관이 된다. 운이 좋아야 투자한 주식도, 집 시세도 오르며 땅값도 뛰는 것이 아닌가. 영어로 운과 재산, 행복이라는 의미가 한 단어에 내포돼 있다는 사실은 깊이 숙고(熟考)해 볼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실력 못지않게 운이 작용하는 영역이 넓다. 어떤 성공한 사업가(事業家)가 성공(成功)은 운7기3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나는 전적으로 그 말에 동감한다. 실제로 나 자신도 어떤 재벌회사에 면접시험을 본 바가 있었는데, 면접의 말미에 그 부회장께서 “결과를 너무 궁금해 하지 마시게.. 결과는 자네의 운일 뿐일세...”라고 말하여 황당했던 기억이 있는데 살아보니 그 말씀은 명언이었다고 추억된다. 입사(入社)하여, 그 부회장님을 각별(各別)하게 모시게 되었음을 부언(附言)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Fortune이라는 단어가 전해주는 메시지에서 다소 위안(慰安)을 삼을 수도 있다. 우리가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재산을 모으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것은 운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다.
우리가 성공(成功)하지 못한 것을 모두 불운(不運)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우리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어느 만큼의 일정 부분 운이 없음에 기인(起因)하며, 성공했다 할지라도 일정 부분에 있어서 운이 따라줬다는 우주(宇宙)의 이치(理致)를 간과(看過)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주는 개뿔, 내가 얼마나 죽도록 노력해서 만들어진 성공인데...”라고 판단한다면, 너는 성공은 했을지 몰라도 공부는 아직 요원(遙遠)한 거다.
요즘 우리 사회(社會)에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무능력하고 게으르며 불성실해서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수많은 자기개발 서적들은 한결같이 우리들에게 더 분발할 것만을 촉구하고 있다. ‘새벽형 인간’이 될 것과 끝도 없는 학습, 방대한 독서와 인맥관리, 철저한 시간 또는 SPEC관리 등을 무한정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며 자기개발에 대한 서적과 논리들이 주장하는 것은 필요조건(必要條件)일 뿐, 충분조건(充分條件)은 결코 아닌 것이다.
그러한 사회적 문제는, 성공하지 못한 것 자체를 모두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러한 논리들은 사회의 현상유지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으며 우리는 모든 결과를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살도록 학습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다 내 탓만은 아니다. 지금 잘나가지 못한다 해서 결코 기죽을 것 없다.
1809년 2월 12일, A. Lincoln과 같은 날 태어난 Charles Darwin은 해군측량선 Beagle호 선장에게 승선을 거부당했다. 코를 보니 활기가 없고 결단력이 부족할 것 같다는 개코같은 이유에서였다. 다행이 선장이 마음을 고쳐먹는 바람에 Darwin은 승선할 수 있었으며 ‘진화론’은 탄생했다.
우연(偶然)은 우리 삶에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개입(介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돌아보면 자신의 삶에 우연이 개입했던 일들이 다반사(茶飯事)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곰곰이 성찰(省察)해 보면 우연은 없다. 모든 것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必然)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우연들.. 운/ 우연/ 섭리/ 팔자 등으로 불리는 것들로 인해 인생이나 역사는 뒤바뀌곤 한다. 노력이 아닌 우연으로 승패가 갈릴 때 우리는 더러 좌절하기도 한다.
해서, 운7기3은 단순한 고스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로서는 최선(最善)을 다하고 운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조선말(朝鮮末)의 대원군(大院君)은 특별히 난(蘭) 그림을 잘 그렸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데, 대원군이 그린 난을 세간(世間)에서는 특별히 ‘석파란’이라 칭한다. 석파(石坡)는 대원군의 호이며 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 의하면 사군자(四君子) 가운데 난 그리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나온 말이 “우란(右蘭) 30년, 좌란(左蘭) 30년”이다.
오른쪽으로 잎이 뻗은 난을 그리는 데 30년이 걸리고, 좌측의 난을 그리는 데 또 30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좌·우란을 모두 익히는 데 도합 60년이 걸린다. 한평생을 그려야만 마스터한다는 말이 된다.
60년 난 그림 공부에서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가 있다는데, 그게 바로 ‘삼전지묘’(三轉之妙)의 기법이란다. 난 잎이 세 번 자연스럽게 휘어져 돌아가는 모습을 붓으로 묘사하는 기법인데, 마음에 욕심이 없어야만 이 삼전지묘를 성취(成就)할 수 있다는 거다.
삼전지묘를 어느 정도의 경지(境地)까지 성취했느냐에 따라 그 평가(評價)가 달라지는데 삼전지묘가 안되면 “난 잎이 아니라 풀 잎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노력(努力) 또는 기(技)라는 것도 이렇게 엄정(嚴正)한 것이다.
훈련받은 교육(敎育)대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은 우연의 결과(結果)이다. 노력해서 일구었달지라도 그건 우연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노력의 결과로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비웃는 인간이다. 누가 열심히 안 하나. 자기 삶에 노력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안된 사람은, 열심히 해도 운이 안 맞은 뿐일 거다. 그래서, “재미있게 살면 그게 성공”이라는 어느 성공한 심리학자의 말도 꽤나 의미심장하다. 결국 그는 “문제는 무엇을 추구하느냐는 가치관”이라는 게 그의 결론(結論/ Conclusion)이다.
작고(作故)한 Apple의 Steve Jobs는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죽음이다”라고 간파(看破)했다. 삶이란, ‘문틈으로 내다보니 말 한 마리가 쏜살같이 지나가더라’는 중국의 속담처럼 짧은 인생에서 그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운에게도 기에게도 흔들리지 말고 더러는 고통스럽고 힘들지라도 슬퍼하지 말고 재미있게 살다가 가자.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다르기 마련이지만, 누구에게는 운8기2, 누구에게는 운3기7 또 다른 이에게는 운9기1일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人生)이다. 개뿔, 기죽을 것도 자만할 것도 없는 거다. 성공했지만, 돌이켜보니 재미없었다면 그건 허당이다. 타인(他人)에게 위해(危害)없이 재미있게 살면 그게 만족(滿足/Satisfaction)인 거다. 그래서, 난 오늘도 조퇴하고 산에 간다. 왜, 내가 꼴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