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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빵집 ‘이성당’

Led Zepplin 2012. 3. 7. 13:54

 

 

 어머니의 친정은 군산이다.

군산 시내에는 한국 최초의 빵집인 ‘이성당’이 있다.

금년도 납세자의 날(3월 3일) 기념식에서 이성당 대표에게 ‘아름다운 납세자상’을 수여했다는 소식이다. 이 상은 세금을 잘 낼 뿐 아니라 사회 공헌을 열심히 한 납세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란다.

 

전북 군산시에 있는 빵집 ‘이성당’은 역사가 67년이나 된 빵집이다. 일제 강점기의 일본인으로부터 1945년에 물려받았다는 이석우씨가 빵집을 연 후 대를 이어 친인척이 경영해오다 2003년부터 며느리인 김 대표가 빵집을 꾸려오고 있다. 남편 이씨 또한 빵과 연관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성당’은 ‘이(李)씨 성을 가진 사람이 하는 빵집’이란 뜻이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답게 기본 메뉴라 할 수 있는 단팥빵과 야채빵이 최고 인기이다. 밀가루를 섞지 않는 쌀 빵은 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소재가 되었다. 그 흔한 홈피도 없으며 프랜차이즈의 유혹도 뿌리친 채 체인점은 없고 오직 본점 한 곳만 고수한다.

 

오랜 항해와 표류로 인한 갈증과 배고픔으로 시달리던 포르투갈과 스페인 선교사의 배로부터 일본에 빵이 전달된 이후에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 개발된 것이 단팥빵이므로 단팥빵의 원조는 단연 일본이다. 단팥빵은 중국에서 건너온 술찐빵 그리고 서양 빵과 달리 술누룩을 채취해 야생효모를 증식시킨 빵인 것이다. 서양 빵이 낯설었던 일본인들은 단팥빵의 출현으로 빵에 친근감을 갖게 되었으며, 이 빵은 순식간에 일본의 명물이 되어 관청이나 군대에도 납품하게 되었다.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진주하자 그들의 입맛에 맞는 단팥빵이 한반도의 물자를 실어나르던 군산항에 도래하게 된 것임은 자연스럽다.

 

대를 이어 성업중인 ‘이성당’이 상을 받게 된 것은, 복지시설에 빵을 전달하는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점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김 대표는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빵을 싸들고 인근 양로원이나 고아원을 찾아 다니셨으며, 저는 시어머니가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있을 뿐”이란다. 항상 편안하고 푸근한 인상의 여사장님도 보기에 좋다. 멋들어진 건물에 럭셔리한 인테리어의 치장도 없으며 이름도 그저 평범하지만 동네빵집이 모두 몰락하는 속에서도, ‘이성당’은 10여년전에 주식회사로 전환하였으며 종업원들에게 매출을 공개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가 진실로 필요한 것은, 재벌들의 탐욕이 보여주는 ‘폭력적 자본주의’가 아닌 모두가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절제된 자본주의 이다.

 

‘이성당’의 단팥빵에는 세계 3위를 오르내린다고 알려진 이성당 고유의 단팥고물(앙금)이 들어간다. 단팥빵도 단팥빵이지만, 이성당의 팥빙수를 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모를 것이다. 한여름 월명공원에 한 바퀴 산책을 한 연후에 ‘이성당’을 들려 팥빙수 한 그릇을 먹고 나면 하루가 맛깔스럽고 개운하다. 소문에 빠른 일본인들이 그 비결을 알려고 야단법석임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성당’의 빵맛과 팥빙수 맛을 잘 모른다.

 

더러 세상사는 일이 답답하거나 하는 일이 잘 안 풀릴 때이면,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군산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훌쩍 차를 올리고 내달린다. 비린내 나는 선창가를 비롯한 월명공원과 영화 '박하사탕'에 등장했던 나룻터 부근들 그리고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구석구석 등장하던 골목 풍경들은 이성당 인근의 골목들이다. 그렇게 여기저기 둘러보고픈 곳을 휘휘 둘러본 연후 떠나기 전에는 반드시 ‘이성당’을 들려 빵을 맛보고 포장하여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필수코스이다. 봄이 저만치 다가오니, 곧 봄이 되면 은파수변공원과 월명산에 흐드러지도록 화사하게 피어날 왕벚꽃들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