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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Led Zepplin 2013. 4. 1. 13:05

 

새소리가 높다

 

당신이 그리운 오후,

꾸다만 꿈처럼 홀로 남겨진 오후가 아득하다

잊는 것도 사랑일까

 

잡은 두 뼘 가물치를 돌려보낸다

당신이 구름이 되었다는 소식

몇 짐이나 될까

물비린내 나는 저 구름의 눈시울은

 

바람을 타고 오는 수동밭 끝물 참외 향기가

안쓰럽다

 

하늘에서 우수수 새가 떨어진다

 

저녁이 온다

울어야겠다

                                               ----- 고영민/ 반음계

 

봄 : 욕망으로 가득 찬 현실에서 가진 자들이 만들어놓은 잣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하여, 마음속이 고요한 홀로 견디는 시간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홀로 견디는 잔잔한 시간들도 봄이 오면 잠시 흔들린다. 어제 산을 오르는 계곡의 도랑에서 올챙이들의 군무를 지켜보았다. 그 놀라운 생명의 신비에 환희심이 일어난다. 봄이 오는 길목에는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소생의 움을 틔우고 있으며 이 순간들은 나와 같은 생물들에게는 신선한 생명수로 흠뻑 물들여지는 나날인 거다. 그리하여, 더러는 사색에 빠지는 고요한 순간도 잠시 미루고 이 찬란한 봄을 즐겁게 흠향하며 산으로 들로 봄바다 속으로 나는 천천히 걸어들어 가고만 싶다.

 

삶 : 삶이란 실력과 노력만으로는 뜻을 이루기 어렵다. 아무리 죽자고 노력해도 안될 때는 안되고 만다.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힘들이 우리의 삶에 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실력을 닦고 노력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원하는 것을 갖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노력해서 모든 욕망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못가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력도 실력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 시기에 걸맞게 운빨도 필요하고 태어날 때부터의 모종의 자기만의 태운이 있다는 거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진다. 그래서 그러한 것들을 들여다보려고 더러 조용히 침잠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지만, 쉽지 않다.

 

마음 :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은 바람의 작용 때문인가 아니라면 깃발의 성질 때문인가.” “둘 다 아니다. 그것은 다만 깃발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중국의 육조(六祖) 혜능선사의 유명한 ‘풍번문답(風幡問答)’이다. 일찍이 금강경 한 구절을 흘려 듣고는 부처의 진리를 단박에 깨우친 선사는 이 짧은 문답을 통하여 달마로부터 전하여 오는 선불교의 법맥을 세상에 알린다. 덧없는 현상보다 마음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차원을 달리한 답변을 통하여 높은 수행의 경지를 인정받은 거다. 오늘 남으로부터 따뜻한 바람이 불어 와 삶의 하루를 봄의 품안에 맡기며 개나리 움트는 소리에 귀기울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