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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Wine

Led Zepplin 2013. 4. 25. 13:17

 

 

 고등학생 시절의 영어수업시간. 문법에 진저리를 내는 줄 눈치 챈 영어선생이 “오늘은 팝송 〈Summer Wine〉에 대한 해석을 배워볼까 한다.”고 말하자 우리들은 재미있겠다며 히히낙락했다. 선생께서 가져오신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Summer Wine〉을 들으며 분위기 좋았는데, 한참 진지하게 해석을 듣던 중 노홍철같은 녀석이 선생님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선생님, 썸머와인은 맛이 어떻게 다를까요?” 영어선생님 왈, “너 나와, 네가 학생놈이 와인이건 썸머와인이건 뭐고 간에 수업에 열중해야지.. 수업에 열중할 생각은 없고 네가 술맛은 알아서 뭐 할꺼냐?”고 녀석은 이마에 꿀밤을 서너 차례 폭격받고 오리걸음으로 교실안을 한바퀴 도는 수모를 당했던 거다.

 

유럽의 어떤 지역에서는 와인이 물보다 싼 곳도 있다고 하는데, 나도 제법 돌아다닌 녀석임에도 그런 곳을 구경은 못했다. 지구상에서 와인이 가장 싼 나라는 칠레 그리고 호주이다. 남유럽에서 가장 싼 나라는 포르투갈/ 그리이스/ 이탈리아 정도이며 북유럽에서는 체코/ 벨기에/ 핀란드 등이다. 시대를 초월한 노래 〈Summer Wine〉은,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까지 겸한 다재다능의 리 헤이즐우드(Lee Hazlewood)가 작사/ 작곡한 곡으로, 배우이자 가수인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를 위해 만들어 낸시와 자신이 듀엣으로 불러 공전의 대히트를 한 노래이다.

 

“봄철, 썸머와인은 양딸기/ 버찌/ 그리고 봄 천사의 키스 등을 모두 합하여 만들어 졌습니다. 나는 몇 사람에게만 들려준 노래에 맞춰 딸랑거리는 은빛 박차를 신고 시내로 걸어갔답니다. 그 중의 한 소녀가 내 은빛 박차를 보고 말했어요.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요. 그러면, 저의 사랑을 드리겠어요.” 우리 둘은 곧 서로 어울려 썸머와인을 마셨습니다. 오, 더 많은 술을... 내 눈이 점점 무거워지고, 입술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일어서려 했지만 일어설 수 없었답니다. 그녀는 나를 안심시켰구요. 그리고는 내게 썸머와인을 더 부어 주었습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태양은 눈부셨습니다. 나의 은빛 박차는 없어졌고, 내 머리는 갑절이나 무거웠습니다. 오, 썸머 와인~ .”

 

좋은 말로 썼으니까 영어가사로는 제법 운치도 있고 그럴 듯 해 보였는데, 한글로 이렇게 해석을 해보니 참으로 드라이하다. 그걸 다시 직접화법으로 솔직하게 말해본다면, “어느 날 때깔나게 말장화를 신고 시내에 나갔는데, 깔깔하게 생긴 워떤 여자애가 자기가 쏜다고 와인 한 잔 어떠냐고 꼬시길래... (이게, 왠 횡재냐)하고 냉큼 그 여자애랑 일 배/ 일 배/ 부 일 배/ 한 잔 찐허게 빨았는데 낮술에 취하면 지애비도 몰라본다는 옛말이 딱 맞아 증말 무쟈게 취해서 기분은 엄청 좋았는데 취한 정신에도 다리를 바라보니 말장화가 없어지고 대갈통은 쪼개지게 아프고 그래도 해는 아직 중천이더라...” 뭐 이정도 아닐까???

 

“방울소리 울리는 마차를 타고/ 콧노래 부르며 님 찾아가네/

하늘엔 흰 구름 둥실 떠가고/ 풀벌레 다정히 우짖는 마음/ 음 ~ 썸머와인...”

영어를 번역해서 가사화하렸더니 “아~ , 이건 좀 거시기하다”라고 생각됐던지, 라나에로스포가 부른〈썸머와인〉은 보다 서정적이다. 그러나, 꼬집어뜯자는 건 아니지만 이건 또 말이 안된다. 이 나이먹도록 우리나라에서 방울소리 울리는 마차를 청계천에서 어머니 태워드리느라고 타 본 것 외에는 타 본 적도 본 적도 없으며 방울소리 울리는 마차를 타고 달리는데 뭔 풀벌레 우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인지 나 원 츠암 $%#@*&...

 

임상수감독의 영화 《돈의 맛》에서 말하는 돈의 맛은 다양하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 갖고 싶어지는 달콤한 맛, 쓰면 쓸수록 더 욕심나는 야릇한 맛, 그리고 결국엔 입 안 가득 떨떠름함만 더해주는 쓴맛까지. 영화《돈의 맛》을 보며, 돈의 맛은 싸구려 와인 맛과 비슷한 거다. 영화속 나미(김효진 분)는 영작(김강우 분)에게 고급 와인을 한 잔 따라 건넨다. “와인맛이 어떠냐?”는 나미의 질문에 “술맛이다.”라고 영작은 대답한다. 어쩌면 돈의 맛은, 우리가 처음 와인을 접했던 그 맛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랜 세월 숙성해서 제대로 완성된 고급와인은 포장만 봐도 벌써 값이 비싸게 보인다. 와인이란 것이 처음에는 그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특유의 향과 맛에 중독되는 게 바로 와인이다. 하긴, 그게 어디 와인뿐이겠나. 모든 술이 다 마찬가지인 것을...

 

박찬욱감독의 헐리우드 진출작 《Stoker》에도 이블린(니콜 키드먼)과 삼촌 챨리(매튜 구드)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에서 삽입곡으로〈Summer Wine〉이 경쾌하게 흐른다. 박찬욱감독이 직접 선곡했다는 말이 있는데, 멋진 음악은 역시 쓸모도 많다. 에 또 뭐시냐~, 나 역시도 〈Summer Wine〉의 멋진 멜로디를 내 핸드폰의 컬러링을 할까 하다가 “누가 술주정뱅이 아니랄까봐 그 노래를 전화기에 올렸냐?”하고 주변으로부터 지청구를 들을까 겁나서 취소한 적이 있다. 역시 또 그와 같은 이유로 해뜨는 집〈The House Of Rising Sun〉도 내 컬러링에서 탈락한 거다. 컬러링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다. 내친구중에 구아무개라는 전라도 광주에서 골프복 사업을 하는 웃기는 녀석이 있다. 컬러링만으로는 증말 품격있고 우아하며 로맨틱하고 젠틀한 신사 맞다. 내가 그 자의 컬러링을 처음 들은 날 하도~ 기가 막혀서, “야~ , 니 전화기에 그 노래가 너랑 맞냐?”하고 대들었더니.. 녀석이 킥킥거리고 한참을 웃더니 하는 말이 “야~ , 그럼 너는 그 노래가 너랑 맞다고 생각허냐?” 그려, 츠암 나 유구무언이다. 녀석이 전북 익산에서 사업을 할 적에 우리 둘은 와인으로 대취한 적이 있다.

 

다시 박찬욱의 《Stoker》로 돌아와서.. 남편을 잃고 딸의 적대감에 지친 이블린이 남편의 동생인 찰리에게 위로와 애정을 구하며 거실에서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는 장면이다. 그 모습을 목격한 딸 인디아는 충격에 빠지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계속 주시한다. 찰리의 감정 없는 차가운 표정과 그런 그에게 키스하며 달아오른 채 함께 춤을 추는 이블린, 그 둘을 지켜보며 흥분과 질투로 차오르는 인디아.. 세 인물의 감정의 묘한 대비가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져 명장면이 탄생되었다. 이 장면에 흐르는 낭만적인 올드팝의 등장으로 영화의 품격은 Up-Grade되며 세 사람의 고조되는 관계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와인을 주제로 한 영화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최고의 독립영화로 꼽히는《사이드웨이 (Sideways, 2004)》이다. 감독은 알렉산더 페인이며, 와인 애호가인 영어 교사는 이혼의 후유증을 와인으로 달래는 남자. 늘 소심하고 무미건조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완벽한 와인을 맛볼 때에는 활기로 넘친다. 대학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그의 단짝 친구 잭은 주가가 폭락 중인 배우로서, 치마만 둘렀다면 작업 들어갈 만큼 여자에게 중독된 선천적인 플레이보이다. 성격도 외모도 천지 차이인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면서 우정을 지속시켜 왔다. 와인을 매개로 고백에 대한 담론을 생각하게 하는 의미심장한 프랑스영화이다.

 

그리고 또 하나 《와인이 흐르는 강 (The Children Of The Marshland, Les Enfants Du Marais, 1999)》도 좋다. 우아하고 지성적인 영상으로 명성이 드높은 프랑스의 장 베케르가 감독이며.. 1930년대를 배경으로 프랑스의 한 마을 강가에 풍경, 영화는 손등에서 날개를 펼치는 무당벌레와 재빠르게 헤엄치는 소금쟁이가 있는 5월의 전원적인 풍경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름다운 숲에서 은방울꽃을 따는 남자와 그의 친구. 그러나 이 두 남자는 꽃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내다 팔 상품이다. 프랑스의 목가적이고 아름다운 전원을 배경으로 작은 강가 늪지대 가난한 마을에 사는 두 남자와 그 가족 그리고 도시에 사는 부유하고 낭만적인 노인들의 우정을 밝고 아름다우며 코믹하게 그린 장 베케르 감독의 그림같은 그리고 꿈같은 드라마이다.

 

〈Summer Wine〉이란 어떤 특정하게 정해진 와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여름철에 마시는 와인을 말한다는데 텁텁한 레드와인보다는 보다 상큼한 맛이 나는 화이트나 로제를 주로 마신다는 거다. 아마도 더우니까 스파클링 와인 따위를 마신다는 이야기인 듯싶다. 아침부터 봄비가 추억처럼 소리없이 내리신다. 이런 날은 따뜻한 실내에서 커튼은 조금쯤 덜 걷은 상태로 약간 조금쯤은 어둑한 실내에서 토치카에 불을 지피고 그 온화하게 타오르는 불빛을 편안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정서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썬~ 한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을 그윽하게 마셔줘야 하는 건데.. “건물중 어느 건물인가에 비가 샌다던데, 워떤 대책을 세워놓고 있능감?” 윗분의 느닷없는 전화 질문사항이다. 츠암 나, 이게 뭔 봄날에 비새는 소리인지 원 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