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10월의 마지막 밤

Led Zepplin 2014. 11. 1. 02:29

 

 

  그 날은, 말이 10월의 마지막 날이었지 햇살이 무척 따뜻하고 바람도 온화하여 마치 봄날 같았다. 지난밤 광주영업소장과의 질펀한 술자리와 오전에 시작된 광주지역의 품질교육 강의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오리탕으로 끝낸 후 광양지역으로 넘어가기 위하여 호남고속도로위에 차를 올렸다. 1시간 남짓을 달렸을까, 연속된 지방 순회교육의 피로와 어젯밤의 정신줄 놓은 음주가무(그노무 술이 웬수여~ ) 그리고 창을 통하여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으로 인하여 졸음이 슬슬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나는 내려닫히는 눈꺼풀을 까뒤집고 눈알을 비비며 졸음을 참으면서 운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내 앞에는 다 떨어진 5톤짜리 고물트럭 한 대가 무엇인가의 골판지박스로 포장된 박스를 과적으로 가득 때려 싣고 내 앞에 가고 있었는데.. 그 트럭의 위에서 무엇인가 하얀 연기같은 것이 솔솔 올라오고 있었던 거다. 나는 속으로 저게 뭐냐? 뭔 실이야 연기야? 저게 뭐지?”하는 궁금증으로 목을 빼고 올려다보고 있는데.. 그 때 마침, 내 뒤에는 외제 신형으로 보이는 엄청난 사이즈의 대형 컨테이너 트럭이 따라오고 있었던바 나는 녀석이 바로 내 꽁무니를 밀듯이 바짝 붙어서 따라오는 것이 신경 쓰이던 참이었던 거다.

 

실이야? 연기야?”하며 바라 보는 그 순간, 그 대형 컨테이너 트럭은 엄청나게 큰 크락션 소리를 내면서 뿌아앙~ 뿌아앙~ !!!”하며 내 귀청을 찢을 듯이 포효를 하였다. 나는 그러지 않아도 앞차에서 뭔 연기 같은 것이 솟아올라 신경이 쓰이던 차에 뒤에 오는 트럭마져 커다란 소리를 내자 짜증이 나서 저 인간이 미쳤나? 왠 크락션을 저리 울리고 난리부루스야?”하고 백미러를 쳐다보다가 다시 앞차의 짐칸을 바라본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던 거다.

 

그 실이야 연기야 했던 것은 실이 아니라 연기, 연기였던 거다. 아니, 연기 정도가 아니라 불.. 불이 났던 거다! 불을 확인한 나는 도대체 저 짐칸에 엄청나게 실린 것이 무엇인가 하고 그 차의 뒤를 바짝 따라 붙어 살펴보았더니.. .. .. .. 5톤 트럭에 과적으로 잔뜩 실린 것은 ‘XX부탄가스였던 거다. 우리가 놀러가면 사용하는 고기 구워 먹는 조그만 가스통 말이다. 그 가스통을 엄청나게 때려 싣고 달리다가 누가 담뱃불을 던졌을까 아니라면 가을햇살에 점화가 되었을까 좌우지간 어느 놈의 장난이건 뭐건 간에.. 지금, 이 순간에.. 한가하게 그 걸 따질 때냐??!!!

 

화다닥 잠이 깬 나는 얼른 백미러를 보았는데, 나를 밀듯이 따라붙은 대형컨테이너 녀석은 더욱 기승을 부리며 빠앙~ 부아아앙~ !!!”거리며 아까보다 더 거친 기세로 나를 밀어붙였던 거다. 큰 차의 높은 좌석에 앉아서 내려다 본 녀석도 그 불을 보고 나처럼 놀랐던 모양이다. 하기야, 너는 빨빨 새 차니까 더 기겁을 했겠지! 그 당시, 광주에서 광양으로 이어진 호남고속도로 구간은 왕복 2차선이었다. 가는 차선이 한 줄, 오는 차선도 한 줄.. 그야말로 피하고 자시고가 없는 외줄 차선이었던 것이었다. 빵빵 거리는 소리에 놀란 앞트럭이 잠시 멈추더니, 운전기사가 나왔다. 차문을 열고 나온 운전기사는 짐칸의 불길을 보더니, 황급히 다시 차안으로 들어가 냅다 달리기 시작하는데.. 다 썩어 주저앉은 고물트럭이 그야말로 어마무시 엄~ 청난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던 거다.

 

내가 어찌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느라 잠시 주춤거리자, 뒤에 있는 그 작자가 또 엄청나게 큰 소리로 뿌앙~ 뿌아아앙~ !!!”거리며 나를 밀어붙였다. 심하게 굽은 커브길에서 내가 뒤에 따라붙은 트럭을 잠깐 살펴보니, 어렵쑈!! 녀석은 컨테이너트럭이 아니라 대형 탱크로리, 무쟈게 큰 둥글고 길다란 꽁무니를 매달은 유조차.. 기름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었던 거다. 이거야말로 그야말로 진퇴양난, 앞에는 불이요 뒤에는 기름인 거다! 나는 맞은편에 차가 안오면 불이 난 트럭을 추월할 결심으로 본의 아니게 불난 차 뒤를 바짝 따라붙으며 추월의 짬을 보며 나도 냅다 달리기 시작하였으며(불난 차 뒤꽁무니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따라 붙어야 하는 절박한 이 내 심정!!!) 내 뒤에 따라붙은 컨테이너트럭도 죽기 아니면 살기로 나를 밀어붙이며 엄청나게 거칠게 나를 따라오고 있었던 거다. 그야말로 백주에 벌어진 남들이 보면 원인모를 광란의 질주 쌩쑈가 벌어졌던 거다. 이거이 도대체 뭔 일이여, 츠암 나~~~ ...!!!

 

죽으라는 팔자인지 뭔지 맞은편에는 연속적으로 차가 달려오고 있어 도저히 추월을 나갈 수 가 없었다. 더구나, 맞은편에서 오는 차들은 우리쪽의 트럭에서 불이 난 것을 포함한 폭주행렬의 진풍경을 놀라움속에서도 구경을 위하여 더욱 천천히 구경을 하면서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이 구경할 때냐? 쳐죽일 인간들 하고는..." 내 앞에 선 불난 트럭은 천천히나 가야 뭔 추월도 할 것인데, 앞 차가 무한질주를 하며 추월을 안주니 추월도 쉽지 않았으며 추월이고 뭐고 우선 달리고 볼 일이지 지금 한가하게 계산하고 따질 겨를이 없었다. 앞차의 트럭에선 불길이 제법 엄청나게 퍽퍽 거리며 치솟고 있었다. 우선 달리고 볼 일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 급한 와중에 나는 앞트럭이 갓길에 잠시 세우고 우리가 추월을 나가면 될 터인데.. 짜식이, 대가리하고는~”을 궁시렁 궁시렁거리며 무작정 냅다 성난 코뿔소처럼 달리고만 있었던 거다.

 

뒤에 쫒아오는 대형 유조차 트럭에게도 나는 불만이 많다. “너라도 제발 좀 서있지.. 왜 나를 밟아버릴 듯이 맹렬하게 쫒아오고 지랄이야.. 참~ 나, 오늘 일진 증말 드럽네~ !!!” 드럽고 말고도 따질 겨를도 없다. 앞차의 짐칸에서는 점점 불길이 활활 커지고 있었으며 언제 트럭이 폭발할지 정말 일촉즉발의 순간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뒤에 오는 쟤는 왜 크락션을 그렇게 빵빵거리고 쉼없이 떠들며 쫒아오는지 그러지 않아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귀까정 먹먹할 지경이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죽으라는 팔자는 아니었던지.. 앞트럭의 전방에 제법 넓은 주차가 가능한 갓길이 나타났으며, 차를 세운 운전기사는 차를 세우자마자 운전석에서 튀듯이 내려서는 냅다 산쪽으로 뛰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서둘러 추월을 하여 그 트럭을 번갯불처럼 스쳐 지나갔으며, 그 트럭이 폭발을 할지라도 피해를 받지않을 만큼의 거리를 더욱 쏜살같이 얼마를 더 달린 후에, 긴 한숨을 내쉬며 갓길에 차를 세웠다. 아직도 피해가 두려운 대형 유조차는 뿌아아아앙~ ” 거친 바람을 일으키며 내 차를 스쳐 지나갔다. 그 차가 스쳐 지나가자마자 잠시 후에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오고 그 충격으로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도로가 잠시 흔들거렸다. 부탄가스를 잔뜩 실었던 그 트럭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 엄청난 일이 있었지만, 나는 광양에 무사히 도착하여 대리점장의 환영을 받으며 오후의 교육에 따른 강의을 끝냈다. 강의를 마치고 대리점장과 직원들 함께 근처의 식당으로 옮겨 식사를 하였는데, 마침 켜놓은 벽에 붙어있는 TV에서 뉴스를 하면서 낮의 그 폭발사고를 방송하였던 거다. 그 뉴스를 보며 대리점장과 그 사건에 대하여 대화를 하려고 하는 순간, 옆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어떤 남자가 아휴~ , 오늘 아주 죽을 뻔 했네.. 자 차가 하필 내 앞에서 달리고 있어가지고... ” 어쩌고 하며 우리쪽에다 말을 걸었던 거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 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남자는 나를 맹렬하게 밀어붙인 대형 탱크로리의 운전기사였다.

 

나는 먹던 숟가락질을 멈추고 아저씨~ !!, 아까 내 뒤에서 나를 밀어붙인 그 사람이셨군요! 아니, 그렇게 차를 밀어붙이면 어쩝니까? 그 자리에 멈추어 서 있더라면 나도 설테고.. 그 차만 혼자 달려나가면 우리 모두가 안전했을텐데.. 왜 나를 그렇게 밀었습니까?”하고 내가 앞차를 운전했음을 밝히고 항의를 했더니.. 자기도 본인의 차가 커 앞을 가린 상태라서 앞에서 벌어진 환경을 모르는 차들이 빵빵거리며 빨리 가라고 뒤에서 밀어서 어쩔 수 없었으며.. 나중에는 뒤에 오는 차들이 멈추었지만, 그 앞트럭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기름이 잔뜩 실린 자기차도 어쩔 수 없이 내달렸다는 거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가 사과한다며 술을 사겠다고 하여 소주 한 병이 두 병이 되고 두 병이 세 병이 되었으며 화제는 자동차와 자동차의 미래에 관하여로 이어졌고 게다가 그 집 안주가 일품이었던 관계로 우리 모두의 술자리는 밤늦도록 더욱 길게 이어져 결국 모두 대취하였다. 그날 밤이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던 이유로,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엔 이렇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우리들은 몰려간 노래방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이용의 ‘10월의 마지막 밤, 잊혀진 계절을 목이 터져라 소리쳐 노래하였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