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xsearchlight.com'에서 옮김)
어느 부부가 모처럼 다정하게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잠깐 무단 횡단으로 길을 건넜다. 쏜살같이 달려가던 트럭의 운전기사가 깜짝 놀라 차창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이 머저리, 병신, 얼간이, 쪼다야, 길 똑바로 건너~!!!” 이 소리를 듣고 와이프가 허즈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이유?” “아니?” “그런데 당신에 대해 어쩜 저렇게 잘 알아요?”
그렇다. 나만 모르고 다들 나를 잘 안다. 〈나는 누구인가?’〉 이 화두처럼 사람을 괴롭게 하는 화두도 드물다. 성장한 딸(엠마 스톤)이 아버지 톰슨(마이클 키턴)에게 묻는다. “당신은 도대체 누군데?/ Who the fuck are you?” 마이클 키턴이 주인공인 영화〈BIRDMAN〉은 60살에도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사내의 지독한 몸부림이다.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이 실존적 질문 앞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짜드락 많지 않다. 나라는 인간에게 당황하는 인간, 나 자신 앞에서 방황하는 인간이 사실은 바로 우리라는 거다.
영국이 낳은 천재적인 팝스타 'Elton John'은 그의 나이 20살에 노래 〈60 Years on〉에서 “내가 60살이 되면, 누가 나를 교회까지 데려가 주겠나요/ 내 곁을 지키던 늙은 개 마져도 십 년 전 이미 죽고 없을텐데 말이에요/ 세뇨리따(아가씨)가 기타를 연주하는 데 그건 바로 당신을 위한 노래/ 내 묵주는 이미 망가졌으며 구슬들은 모두 빠져나갔군요... ”하며 노년을 장중한 멜로디에 붙여 매혹적이지만 서글프도록 노래했다. 60살이라는 나이는 ‘내가 누구인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하는 나이인 모양이다. 그걸 나만 또 몰랐단 말이지...
영화 〈BIRDMAN〉은 주인공 톰슨이 과거 90년대의 블럭버스터 영화 〈BIRDMAN〉에 출연하여 부와 명성을 누렸던 리건 톰슨(마이클 키턴), 재기를 위하여 악몽같은 현실에서 1시간 50분 동안 평생을 고군분투하다 드뎌 마침내 결국 자유를 얻는다는 다소 어처구니없으면서도, 극장의 통로를 지나 화장실에서 오줌발을 내쏘며 잠시 생각해 보면 왠지 서글픈 영화 맞다. 역시,〈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의 힘은 버겁다. 그러한 화두를 제시한 오랜 전통을 갖은 불교의 힘은 쎄다. 사람을 붙잡고 놓지 않는 힘이 저력이 역시 가장 역사가 긴 종교라서 그런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는 옛부터 있었던 화두는 아니며 이와 비슷한 화두가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 本來面目)’ 즉,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고?’라고 한다. 이 화두의 출처는, 백장선사의 제자인 사형 위산선사가 사제 향엄스님에게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 本來面目)’이 무엇인지를 묻자, 향엄선사는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하고 모든 책을 찾아보았으나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향엄스님은 위산선사를 찾아가서 해답을 가르쳐 줄 것을 몇 번이고 부탁했으나 위산선사는 끝까지 몹시 매몰차게 거절했다. 답을 찾기에 지친 향엄선사는 환속하기로 결심한다. 그 결심을 하고 마당에서 풀을 메다가 기와장 조각을 멀리 던졌는데, 그것이 대나무에 부딪치면서‘딱~’하는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확철대오하여 만사가 해결 되었다는 거다.
연극 공연중, 술 마시는 장면에서 진짜인 위스키를 마시는 마이크가 못마땅한 톰슨이 술을 바꿔치기하자 "진짜가 없어!" 라고 투덜대는 마이크를 통하여 이냐리투 감독은 ‘당신이 보고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진짜냐’고 묻는다.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이 연극이 내가 살아온 기형적인 삶의 축소판 같다”는 톰슨의 대사는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이냐리투 감독이 창조한 형식의 탁월함은 놀라운 판타지로 표현되는데, 톰슨이 초능력을 사용하며 또 다른 톰슨인 ‘버드맨’이 등장한다. 이냐리투 감독이 그 ‘버드맨’의 판타지를 보여줌으로써, 결국 인간이란 자신의 판타지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속의 톰슨이 출연하는 연극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에서 맡은 역할은 자살로 생을 끝낸다. 리건 톰슨은 프리뷰 공연 때는 가짜 총을 들고 무대에 올랐지만, 초연에서는 진짜 총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가짜 톰슨을 죽임(즉, 자살)으로써 ‘참 자아’를 얻으려 했던 것이다. 총으로 미수에 그친 톰슨은 마침내 병실에서 대자유를 얻는다. “당신이 나에게 안겨주는 그 미래는 총과 아무 관련이 없어요/ 난 예순 살까지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Elton John의 노래 〈60 Years on〉도 마지막엔 60살까지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데, Elton John은 이미 70이 넘었으며 나도 이미 60이 넘었고 우리 대부분은 60보다는 더 오래 살 것 같다. 젊은 날의 재기도 얻지 못하고 자유 또한 얻지 못했으며 〈나는 누구인가?〉도 깨닫지못한 채 말이다. 술을 마시면 안되는데, 이상하게도 슬픈 영화를 보고 나오면 술이 더 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