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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되는 황소를 위한 시간

Led Zepplin 2016. 6. 6. 22:12


                   (도살된 황소 --- 램브란트/1643년)


    “너희들 아니, 당신들에겐 참 미안해. 하지만, 내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봐 줄래? ‘지금이야말로 한반도가 단군 이래 가장 잘사는 시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거든. 이곳저곳 해외여행을 해 봐도 한국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해. 동남아의 나라들은 대개 가난하고 지저분하지, 선진국이라는 나라도 가보면 당혹스러운 점이 적지 않으며 우리만도 못한 경우가 흔하거든. 당신들도 잘 알지?

최근 들어 청년 세대가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도 편하게 쉴만한 집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어쩌면 우리의 자식들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 속에서 한국에 대한 그 찬란한 예찬은 자못 한풀 꺾인 모습이지.

 

대개는 우리가 여행을 가서 하루의 여정을 끝내고 저녁을 먹고 나면, 사는 것이 한국이 낫다느니 이 나라가 더 낫다느니 하며 중구난방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쟈나. 그런데, 어느 나라이던지 시골 변두리 동네를 둘러보면 그 나라가 우리보다 선진국인지 아닌지가 분명히 나타나더라구. 자세히 관찰해 보면, 작은 마을일지라도 동네 의원이 활기가 있으며 촌동네임에도 여기저기에 도서관과 병원 등의 주민을 위한 시설들이 눈에 띄거든. 일본뿐만 아니라 선진국이라는 서유럽이나 북유럽의 나라들도 일반 시민들의 생활은 불편할 정도로 검소한 경우가 흔한 풍경이야. 물가는 비싸고 공무원들의 태도도 친절한 것만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사는 데 필요한 기본은 공공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두루 갖춰져 있는 것이 그야말로 선진국임을 실감한다는 거지.

 

뒤돌아보면 우리나라는 이승만 대통령 이후로 피비린내 나는 박정희와 전두환을 거쳐 영새미 대중이엉아 뇌무현이 쥐박이 정희의 딸을 통해서도 선진국처럼 잘사는 나라가 되겠다는 목표가 바뀐 적이 없어. 그러나, 전체를 보면 따라잡고자 한 선진국의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을 넘어선 시점에 이르러서도 변함없이 고단하며 억울하고 불안한 삶이 지속적으로 아니.. 보다 못한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당신들의 현실이야. 어떻게든 노력하다 보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생에 비하여 아무리 애를 쓰고 기를 써 봐도 앞날은 막막할 뿐이라서 어쩌면 우리가 부자와 권자들에게 속은 것은 아닌지 착취당한 것은 아닌지 라며 느끼고 깨닫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오히려 후퇴한 면마저 있으며 불안한 삶은 사회적인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거야. 참 안타까운 일이지.

 

그러나, 너희들 아니 당신들이 조금만 더 희생 아니.. 노력해주고 열심히 해준다면 우리나라는 반드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거야. 난 그렇게 확신하거든. 물론 당신들에게 희생과 노력을 강요한 것이 너무 오래 끌었다는 것은 인정해. 글치만, 우린 아직도 배고프거든. 당신들은 우리를 재벌이라느니 부자라느니 하고 부르지만 우린 사실 빚을 빼면 별로 가진 것이 없어요. 남태평양의 섬나라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스위스의 비밀계좌에 몇 푼의 돈을 넣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회사가 어려워질 때 긴급 회생자금으로 사용하려고 넣어두었을 뿐이거든. 우리들 개인의 욕심을 위해서 한 일이 절대 아니예요. 물론, 우리도 전문용어로 말한다면 ‘낄끼빠빠’라고 해서 돈만 된다면 서슴없이 낄 데 끼어 돈을 벌고 돈이 안된다 싶으면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빠질 때 빠진다는 확고한 철학이 우린 있거든.

 

‘빈익빈부익부’가 부른 사회적 갈등의 격화가 부른 참화의 예로, 당신들은 강남의 화장실에서 칼에 찔려 죽은 아가씨/ 19살의 나이로 구의전철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숨진 청년/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에서 용접 작업중 숨지고 다친 비정규직 아저씨들 또한 안타까운 건 사실이야. 그렇지만, 그런 희생으로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되고 더 좋은 나라가 된 것도 사실이쟈나. 어차피 누군가의 희생없이는 모든 것이 불가능하거든. 희생을 강요하지는 않아. 하기싫다면 그만두어도 돼. 그만 두면 굶을 수 밖에 없으니까 일하는 거라구? 그렇다면, 모든 걸 참고 일해야 하겠지.

‘약육강식’이 ‘생존경쟁’의 진실임을 잘 알면서 무모하게 너희들만의 생각을 우리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되는 거거든. 비정규직이 있어야 정규직이 좀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당신들이 잘 알쟈나. 당신들도 열심히 해서 정규직이 되면 되쟈나. 마찬가지로 좀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건강한 공무원 관리들에게 함부로 욕을 하거나 험담을 해서도 곤란해. 그 사람들도 힘들게 공부해서 공무원이 된 거거든. 힘들게 고생해서 그 책상 앞에 앉게 되었으니 책상에서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일하겠다는 게 뭐 그렇게 크게 잘못된 건 아니쟈나?

 

‘일하는 노인의 비율’이 우리나라가 OECD 국가중 2위라고? 그걸 단순히 재벌들과 국가 고위직 관료와 정치인들만의 잘못이라고 보는 것은 편견이야. 그것 또한 당신들이 좀 더 열심히 노력하고 살지않았다는 증거거든. ‘네이처리퍼블릭’의 대표 정운호가 ‘롯데’면세점 입점을 위한 방편으로 ‘롯데’의 경영층 가족들에게 돈을 준 것이 깡치났다고? 그 마바리가 돈단속/ 입단속을 잘못했을 뿐이지. 그 일로 전체 부자들을 욕하면 곤란하죠. 다른 부자들은 모두 결백하거든. 넥슨 창업주 사장이 진경준 검사장에게 4억을 삥땅으로 줘서 그 돈으로 글마가 주식부자가 됐다고? 검사장급 검찰 관리들이 퇴직후에 전관예우로 무쟈게 해 쳐먹는 게 어제 오늘 그 노마 한 놈뿐이 아니쟈나.  아, 이 사람들이.. 그건 그 사람들의 경우예요. 우리들은 증말 결백하다닌깐.. 증말...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살로 고인이 된 김군에게 “고인의 꿈이 전동차 기관사”였으니 그에게 ‘명예기관사’ 자격증을 주자고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에서 말했다더군. 언론을 통해서 그 사실을 전해들은 김군의 어머니는 “기자들에게 그 사실을 전해 듣고 심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더구만. 그 가족 주변친지들도 ”상처를 치유한다면서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했다던데. 안타깝지. 안타깝고 말고. 하지만, 정규직이라는 게 부자들이 만든 게 아니거든. 정치인들이 만든 거쟈나. 그 놈들이 문제야 문제. 부자와 관리와 정치인은 한통속이라구? 그들의 결론은 돈이라구요? 허~, 왜 이러시나. 우린 그 종자들과는 씨알머리가 달라도 한 참 달라요.. 츠암 나...!!”

 

어느 날 탄 택시에 이런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손님과 저의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평소 다니시는 길이 있으면 편안히 말씀해 주세요.” 소금물은 아무리 마셔도 갈증을 채워주지 못한다. '나눔과 함께'가 아닌 ‘소유와 증식’이라는 자본의 추악한 블랙홀에서 탈주할 수 있는 최적의 찬스는 언제쯤일까.

관리와 부자와 정치인들만의 안목이 아니며 일부의 행복과 풍요가 아닌 모두가 함께 누리기 위해서라면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의 풍요를 희생할 줄 아는 안목과 결단력이 있는 사회를 그리고 민초가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통하여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만 한다는 거다.

 

바야흐로, 2017년은 대한민국 민주화와 민주헌법 30주년이다. 또한, 2018년은 민주공화국의 수립 70주년이며 2019년은 민주공화국 헌법 도입의 100주년이다. 토머스 모어가 만든 ‘유토피아’라는 말은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이거나 완전한 이상국가의 철학이 아니라 현실적인 개혁방안이다. 즉, 인간의 노력에 따라 현재와 미래에 실현될 ‘실제적 정치공동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유토피아’는 대중의 행복과 안녕/ 국민 모두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우리들의 희망에 대한 의지와 실천력에 달려있다는 거다. 이제 더는 머뭇거리지 말고 ‘대한민주공화국’의 실현을 위하여, 부자와 관리와 정치인/ 귀족노조들은 노인과 청년/ 빈농 그리고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들을 위하여 각자가 위치한  명예의 이름으로 너희들이 가진 것을 내놓고 정성과 예의를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