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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Led Zepplin 2016. 6. 27. 22:09

  

  “승리의 향기로 피워 올리면 흰 옷 입은 천사의 나팔 소리”라고 백합을 노래한 이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백합꽃 향기가 싱그러운 계절 6월입니다.

한 낮의 열기가 사라지고 정적속으로 침몰한 어둠을 따뜻한 동그라미로 오려낸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나는 당신을 생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씁니다.

언젠가 사랑에 빠진다면 봄에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꿈이 현실처럼 저에게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이 허락하여 다시 저에게 사랑이 찾아온다면 이 찬란한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하여 주시옵기를 진실로 간청하는 마음입니다.

 

당신을 처음 만나고 이후 망설임으로 잠을 뒤척였지만 운명처럼 당신과 마주쳐 인사를 나누고 사랑에 빠질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척박하고 신산한 이 세상을 살아가다 문득 만나게 되는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 위안을 받고 싶은 누군가가 필요할 때 그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또한 나이기를 바라오며 더러는 슬픈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그 슬픔에 대하여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슬픔을 나눌 상대 또한 당신이기를 바라오며 이 세상을 살아가다 간혹 기쁜 일이 생긴다면 그것을 자랑하고 싶은 누군가도 당신이기를 그리고 또한 나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살아오면서 하늘이 이처럼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으며 Beatles의 가사처럼 “Long And Winding Road"라는 우리의 삶, 이 세상이 다하는 그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며 서로에게 행복을 주고 서로에게 기쁨과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당신이기를 그리고 또한 나이기를 진실한 마음으로 바라오며 당신과 나의 인연이 바로 그러한 인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나에게 기쁨을 주는 당신이여, 당신은 삶이 고단한 내게 있어서 지루한 일상속의 향기로운 감로수이고 더할 수 없는 향기로움이며 여름 한 철 그 무더위에 푸르른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와 같으며 힘든 작업의 일과속에 쏟아지는 땀을 식혀주는 서늘한 한줄기의 바람이고 오랜 장마끝에 만나게 되는 내리쬐는 햇볕같은 따사로움입니다.

 

인생의 길은 멀다고 하지만 나의 해는 이미 서산의 마루에 걸렸으며 길고 긴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온다 하였는데도 생의 아픔과 시련을 남몰래 몸속에 나이테로 새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칠흑같은 현실의 어둠속 창백한 형광등을 소등하고 이루는 잠과 꿈속으로 온화한 미소로 나를 달래주는 당신이 있기에 이제 고독한 나의 존재는 겨울을 인내한 자가 마침내 봄을 만나듯이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살면서 더러는 비에도 젖고 세찬 바람에도 시달렸던 지금의 나는 당신을 생각하면 웃음소리가 들리고 당신을 만나면 물소리가 들리는 것이 나만의 환각이 아니듯이 당신의 입술은 매화꽃보다 향기로우며 당신의 눈썹은 반달보다도 청초하고 나의 님 당신의 눈은 세상의 어느 연못보다도 깊고 아름답습니다.

 

당신은 황금빛 저녁노을을 안고 조용히 흘러가는 강처럼 내 안에 들어와 나의 메마름을 적셔 주는 여신, 그대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그리움과 설레임의 파도로 출렁이는 바다가 될 뿐 아니라 그대가 아플 때라면 내가 제일 먼저 달려가고 행여 그대가 슬픈 일이라도 생긴다면 함께 울어 주며 기쁜 일이 있을 때엔 당신보다 더 기뻐해 주고픈 마음일 따름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사계절 늘 꽃과 같은 인생길이 주어지겠는가요 고난도 아픔도 없는 삶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살면 살수록 후회가 많은 것이고 어찌 살아야만 잘 사는 것인지 때로는 삶의 빛깔이 태양볕에 퇴색되어질 때도 나는, 항상 변하지 않는 사철나무처럼 언제라도 변하지 않는 소나무처럼 다만 푸르른 사랑으로 오직 당신곁에 묵묵히 자리하고 싶습니다, ‘영원’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으면서 말입니다.

 

  그때 갑자기 벨이 요란스럽게 울렸으며, 문을 열자 현관 문 앞에는 찌그러진 철가방을 들고 헬맷을 쓴 청년이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시끈벌떡거리며 “아 쒸~.. 아저씨, 짬뽕 한 그릇은 전화 주문하지 말라고 내가 전에 말씀드렸죠? 글고, 벨을 몇 번이나 누르나요? 아~ 짱나.. 거기 그냥.. 침 닦고요.. 잠 덜 깬 눈으로 뱃살 내밀고 서있지 말고 빨리 돈이나 주세요. 바빠 죽겠는데... 쏘주 한 병 합이.. 9천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