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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기관차, 그 이름 욕망

Led Zepplin 2018. 2. 4. 22:01



  ‘이카로스 패러독스(Icarus Paradox)’라는 말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 뛰어난 건축가이며 조각가/ 발명가인 다이달로스는 미노스왕의 초청으로 크레타섬을 방문하여 왕의 환대 속에 나날을 보내던 중 미노스왕의 시녀 사이에게서 아들 이카로스를 얻는다. 크레타의 왕비 파시파에는 포세이돈이 보낸 황소와 간음하여 황소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에게 이 괴물이 영원히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미궁(迷宮) 라비린토스를 만들게 하였다.

 

훗날, 미노스는 다이달로스가 왕비 파시파에의 간음을 방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를 둘 다 미궁에 가두었다. 미궁에 갇힌 다이달로스는 주변을 날아다니던 새들로부터 떨어진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이고 이카로스와 함께 하늘로 날아 에게해를 통해 탈출하였다. 그러나, 아들 이카로스는 새처럼 날게 된 것이 신기하여 하늘 높이 올라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높이 날아올랐으며 태양열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추락사한다.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라는 대회가 있다. 프랑스에서 7월에 3주 동안 열리는 전문 도로 자전거 경기이며, '프랑스 일주'라는 의미이고 프랑스와 그 인접 국가들을 일주하는 프로 사이클팀을 위한 장거리 경기 대회이다. 매년 7월에 3주 동안 열리며,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1903년부터 대회가 중단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열려왔다. 구간별 총합계 기록이 가장 짧은 선수가 우승이다.

 

미국의 사이클 영웅이었던 ‘랜스 암스트롱’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7회 연속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더구나, 그의 7년패는 그가 고환암이라는 암수술 이후에 처절한 재활치료를 거친 뒤에 수립한 우승이라 더욱 인간승리의 대명사적 존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존경을 받았다. 그에게 암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말기로서 뇌와 폐까지 퍼져있었을 정도였으며 고환암 자체가 생환자가 드물어 담당의사는 “솔직히 살 수 있을지도 자신하기 힘들고, 산다고 해도 다시 자전거를 탈 정도는 아닐 것이다.”라고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는 거다.

 

그가 잘 나가던 때에는 농담으로 “그의 자전거에는 프레임 안에 시멘트를 넣는다. 시멘트를 넣지 않는다면 그가 날아서 달까지 달려가기 때문이라고...” 비록 농담이지만, 전성기 시절에 그의 클라이밍 하이라이트를 보면 저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은퇴 이후 2012년 도핑 의혹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랜스 암스트롱 본인이 도핑사실을 인정함으로서 그가 쌓아온 커리어는 물거품처럼 스러졌다. 1998년 이후, 그러니까 암 투병 이후의 기록들이 모두 박탈되면서 투르 7관왕 타이틀은 허공으로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획득한 동메달조차 박탈당했다.

 

‘코이’라는 이름의 물고기가 있다. 비단잉어의 한 종류이며 작은 어항에서는 8cm 크기 정도로 자라고, 수족관이나 연못에서 기르면 최대 25cm까지 자란다. 그러나, 연못보다 큰 강에서 자란 코이는 최대 120cm까지 성장한다. 자신이 활동하는 영역에 따라 피라미가 되기도 하며 대어가 되기도 한다. 꿈을 크게 갖는 것도 좋지만, 자칫 그 꿈이 섣부른 욕망으로 변질되어 자신을 망칠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함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욕망은 항상 아무 거리낌도 없이 우리를 세상에서 둘도 없는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끊임없이 유혹한다. 그러나 욕망이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순순히 내어주고 들어주기만 할까? 우리는 신화 속에서 역사 속에서 우리들의 거친 삶 속에서 그것이 만만치 않음을 익히 알고 있다.


* 욕망은 사람을 성공의 길로 나아가게 하지만, 실패의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 존 드라이든.

* 욕망은 어떤 사람들에겐 눈을 멀게 하고, 또 어떤 사람들에겐 눈을 뜨게 한다. --- 라 로슈푸코.

* 욕망의 절반이 실현되면, 고생은 두 배가 될 것이다. --- B. 플랭클린.

* 욕망이란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다가 그 목적을 달성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파멸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이다. --- 그라시안.

* 자유롭고자 한다면 자기의 욕망을 누를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시켜라. --- 톨스토이.

 

입춘(立春)은, 양력 2월 4일경으로 24절기 중에서 첫 번째 절기이며 봄으로 접어드는 것을 알린다. 옛 어른들은 이 날을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좋은 뜻의 글로 행(幸)과 복(福)을 기원하였다. 2018년 그 출발한 목표의 질주를 잠시 멈추고 눈 내린 산야를 감상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은, 열혈질주 못지않게 중요하다. 성취를 위한 폭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다 바람직한 성취를 위하여 충전과 힐링이 또한 필요하다. 그리하여 가슴속 깊은 곳에 켜켜이 축적된 거친 욕망의 밀랍이 녹아 흘러 내려 배출되어야만 그나마 욕망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