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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를 위하여

Led Zepplin 2019. 4. 2. 22:14



“산등성이의 해질녘은/ 너무나 아름다웠었지/

그 님의 두 눈 속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지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되어〉는 가사만 들어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애잔해 집니다.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대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할 저 투쟁의 길에

온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

투쟁으로 한 세상을 살아가는 ‘박노해’의 삶은 그의 시만큼이나 처절합니다.

 

“나 옛날엔 사랑을 믿었지만 지금은 알아요. 믿지 않아요.

눈물이 아무리 쏟아져 와도 이제는 알아요. 떠나는 마음.

조용히 나만 혼자 손을 흔들며 두둥실 두둥실 떠나요.

민들레 민들레처럼 돌아오지 않아요.”

그렇습니다. ‘진미령’의 〈하얀 민들레〉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진미령’은 개그맨 ‘전유성’과의 이혼 사유를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단골집의 냉면이 먹고 싶어 ‘전유성’과 만나기로 했었다는 ‘진미령’은, “냉면집에 도착했을 때 ‘전유성’은 혼자 냉면을 다 먹고 난 후였다. 하지만, 내가 주문한 냉면을 먹으려는 순간 ‘난 다 먹었고.. 보는 건 지루하니 먼저 가겠다.’”라며 일어났다는 것이 당시의 상황입니다. ‘진미령’은 그 순간 “냉면 한 그릇을 먹는 이 짧은 시간도 기다려주지 못하는데, 앞으로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건 힘들 것 같아 이혼을 결심했다.”는 겁니다. 아내이건 애인이건 상대가 음식을 먹을 때는 그윽하게 웃음을 머금고 지켜보는 것으로 합시다.

 

‘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의 시작부분은 조금 야사시합니다.

“님 주신 밤에 씨 뿌렸네/ 사랑의 물로 꽃을 피웠네... ”

그렇지만, 그 마지막 부분인 사랑의 간곡한 단심은 자못 다부집니다.

“해가 뜨면 달이 가고/ 낙엽 지니 눈보라치네.

기다리고 기다리는/ 일편단심 민들레야.”

 

그 옛날 서당의 뜰에는 ‘민들레’를 심어놓고 글을 배우는 학동들에게 《‘민들레의 아홉 가지의 덕목(德目)’》을 교훈으로 삼도록 가르쳤다는 겁니다.

이름하여, 《포공구덕》 이라 하는데..

첫째, 인(忍). ‘민들레’는 밟거나 마차가 지나 다녀도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으므로 인내의 덕목을 꼽습니다.

둘째, 강(剛). ‘민들레’는 뿌리를 캐내어 며칠을 말려도 싹이 나며 작은 뿌리만 살아남아도 뿌리를 내려 굳건히 살아나는 강건함이 있습니다.

셋째, 예(禮). ‘민들레’는 돋아 난 잎의 수만큼 꽃대가 올라와서 먼저 핀 꽃이 지고 난 뒤라야 다음 꽃대가 꽃을 피웁니다. 순서를 알고 차례를 지켜 피어나니 예의 덕목을 지녔다 하겠습니다.

넷째, 용(用). ‘민들레’는 잎이거나 뿌리를 모두 먹을 수 있는 쓰임의 덕이 있습니다.

다섯째, 정(情). ‘민들레’는 봄에 남보다 일찍 꽃을 피우며 그 꽃에는 꿀도 많으므로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정이 있습니다.

여섯째, 자(慈). ‘민들레’는 잎과 줄기를 자르면 하얀 액체가 흘러나와 상처를 낫게 하는 약이 됩니다. 이는 사랑을 의미하는 자비의 덕목이라 하겠습니다.

일곱째, 효(孝). ‘민들레’는 뿌리를 달여 부모님께 올리면 흰머리를 검게 하니 효의 덕목을 지니고 있다 하겠습니다.

여덟째, 인(仁). ‘민들레’는 모든 종기에 아주 유용한 즙(액체)이 있습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생명을 돕습니다.

아홉째, 용(勇). ‘민들레’는 꽃이 피고 질 때 그 씨앗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스스로 번식하고 융성(隆盛)합니다. 스스로 번식하는 용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먼 곳에 있어도 변심하지 않는 사람을 일컬어 우리는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애칭으로 호명합니다.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를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고 기다려주는 여자 친구이거나 병든 배우자의 온갖 수발을 다 들면서도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거나 남들이 모두 손가락질하는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남자를 일심으로 수발하는 여자이거나 또는 남편이나 아내에게 폭력을 당하면서도 이혼할 생각을 안하는 사람조차도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민들레’ 못지않은 애틋한 사연이 있으리라고 짐작해 봅니다.

 

그 누가 뭐라 하여도 변치 않는 일편단심 사랑으로 일관하는 사람을 우리는 나약하지만 아름답고 훌륭한 그 이름 ‘민들레’라고 하겠습니다. 당신에게도 그와 같은 ‘민들레’가 있으신지요. 그러한 아름답고도 훌륭한 ‘민들레’가 있으시다면, 당신은 행운아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아직은 그 같은 행운아가 아니라면, 아름다운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눈높이를 낮추어 그 행운을 붙잡도록 진력하는 달콤하고 황홀한 봄이 되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