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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Green Book)

Led Zepplin 2019. 4. 20. 22:33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 分)’는 한 덩치하는 몸매 그리고 주먹과 허세와 입담으로 뭉쳐진 백인 클럽의 투박한 종업원이다. 그러나, 다혈질인 ‘토니’는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튀어나오는 실수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마허샬라 알리 分)의 미국에서 위험하기로 소문난 남부지방 순회공연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로 몇 개월 동안의 일자리를 얻게 된다.

 

대부분의 백인 남성이 그렇듯이, 흑인에 대한 편견이 있던 ‘토니’ 또한 우선은 생활인으로서 당장 돈이 필요했기에 그저 운전이나 해주고 돈이나 받을 단순한 생각이었던 거다. 그러나, 남부지방의 순회 연주를 다니면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해갈수록 ‘돈 셜리’ 박사의 피아노 연주 솜씨와 그의 교양 그리고 인간적인 우아함을 알게 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순회공연 동안 마주치게 되는 여러 가지의 인종차별과 불합리한 일들에 함께 맞서고 대항하는 우여곡절 끝에 남부지방의 순회공연을 마무리한다.

 

영화는 ‘토니’가 결국 처음의 단순한 계획과는 다르게 매니저 겸 보디가드 그리고 나아가 서로의 피부색과 학력/ 재력/ 인생에서 추구하는 목표를 뛰어넘는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탁월한 심리 묘사와 함께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게 봐 넘길 수만은 없는 리얼하고 감동적인 영상으로 보여주는 로드무비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영화의 말미에 서로가 몇 개월 차이를 두고 사망할 때까지의 50여 년 동안 지속된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두 사람의 돈독한 우정을 기록한 메이킹 영상이 추가된다. 실제로 피아니스트 ‘돈 셜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단한 기교를 보여주는 불운의 피아니스트였으며, 9살에 흑인 최초로 워싱턴 D.C.의 ‘레닌그라드 음악학교’에서 정식으로 공부했으며 18세에 보스턴 팝스의 심포니에서 데뷔를 하였고 1955년 발매했던 첫 앨범에 대해 에스콰이어로부터 '음악계에서 가장 재능이 뛰어난 피아니스트'라는 극찬을 받기도 하였다는 거다.

 

〈그린 북〉은 얼핏 인종차별에 대한 고발 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릇 좋은 영화는 각 독립된 인물들의 삶과 관계를 통하여 그들의 관계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장면과 디테일한 배치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시대의 정서를 전달한다. 그러한 정서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물들 나름의 그들이 품고 있는 감정의 독립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며 그들이 보여준 캐릭터의 완성도는 역시 칭찬할 만하다. 〈그린 북〉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그 장점들이 유머러스하게 녹아있는 것이다.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른 두 남자의 뜨거운 브로맨스를 보여준 〈그린 북〉은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여했으며, 품위있는 예술가의 초상을 연기한 ‘돈 셜리’를 맡은 ‘마허샬라 알리’는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의 제목인 〈그린 북〉이라는 책은, 미국에서 1936~1966년에 존재하였던 흑인들을 위한 여러 종류의 여행 가이드 북(Guide Book)의 명칭이다. 특히,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남부지역은 미국 전역 중 가장 차별이 심한 곳이었다. 남부지역으로 여행하는 흑인에게 주유소는 어디로 가야 더 좋은지 따위와 숙소/ 식당 등 차별이 좀 더 적고 안전한 장소를 알려주는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한 책이었다. 사실 그 책의 덕분으로 많은 흑인이 훨씬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는 거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 위에서 노예들의 후손들과 노예소유주들의 후손들이 형제애의 식탁에서 함께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나의 네 명의 어린 아이들이 그들의 피부 색깔로서 판단되지 않고 그들의 개별성으로 판단되는 그런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문 中에서